【팩트TV】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결국 강행하려는 가운데,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평화나비네트워크, 청년독립군 등 9개 청년·대학생 단체들은 11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밤샘농성을 시작했다. 이날 집회에는 비가 내려서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도 20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대학생 ‘청년독립군’ 성희연 대표는 “국정교과서 문제가 교학사 교과서 문제서부터 이어져왔다는 걸 아실 것”이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아서 채택률 0%에 달해. 그 교과서가 채택이 안 되니 국정교과서를 만들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검정을 통해 만들어진)교학사 교과서와 달리, 국정교과서는 교육부가 하겠다고 하면 국회 동의없이도 가능한 것”이라면서도 “청년단체들과 역사단체들 모두 힘을 모아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꼭 막아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새누리당 정권 연장의 꿈, ‘노답’ 사회 계속 가져가려는 것”
‘청년정치로’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철우 씨는 “정부 발표대로 된다면 왜곡된 뉴라이트 교과서가 시험에 출제되고, 청소년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새누리당 정권연장의 꿈이다. 정권 입맛에 맞는 역사를 배운 청소년들이 유권자가 되면 자신들을 찍을 수 있게 할 수 있도록 긴 꿈을 가지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씨는 “친일 친재벌 정부가 집권하는 ‘노답’인 사회를 가져가겠다는 뜻”이라며 “역사를 왜곡하는 세력은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는 뜻으로 열심히 해보자”고 호소했다.
‘대학생겨레하나’의 김혜빈 회장도 “고등학교에서 한국사를 배울 때 선생님이 ‘역사는 주관적이다, 승자의 시선에서 배울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독립운동가들과 분단된 한국을 만든 이승만 중 누구의 시선에서 바라봐야 하는지, 5.16쿠데타 세력과 5.18 광주민중항쟁의 민중 중에 누구의 눈에서 역사를 바라봐야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에 배보상을 요구할 수도 없고, 독립운동가들을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친일파들의 죄를 다시는 물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며 “일본의 식민지배를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미화하는 것은 일본의 재무장을 암묵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이라며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려는 박근혜 정부를 규탄했다.
“北 이용해야만 지지 얻는 정권, 미래권력 거머쥐려고 ‘역사전쟁’ 나선 것”
‘평화나비네트워크’ 김샘 대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역시 역사로 기억되고 공감대를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그것은 한국 정부가 제대로 교육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정권 입맛에 맞는 잘못된 역사만 가르치려는 것은 역사의 퇴행이고 독재로의 회귀”라고 질타했다.
‘청년하다’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이혜민 씨도 “검정교과서에서 국정교과서로 돌리려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며 “절차적 정당성이 없기 때문에 북한을 이용해야만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정권이 역사전쟁을 하려는 이유는 미래권력을 거머쥐기 위함”이라고 규탄했다.
‘나라사랑청년회’에서 활동하는 김주현 씨도 “정부가 말로는 광복 70년이니 얘기하면서 실제로 역사박물관이나 전시전을 가보면 독립운동가들의 개인 사연들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친일행적 의심할 만한 사람들에 대해선 미화하는 전시까지도 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친일하던 사람들이 득세하면서 영광을 독차지하고 있고, 지금에 와서도 역사교과서까지 친일을 미화하기 위해 국정교과서 채택하려는 현실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낀다. 청년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가 더욱 암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를 위한, 새누리를 위한 엉터리 교과서…검정에서 안 되니까 공권력까지 이용”
한편 촛불집회 이후엔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실장이 역사 관련 거리강연회를 개최했다, 박 실장은 국정화된 역사교과서를 ‘새누리당 정당 교과서’로 단언했다. 그는 “2017년 유권자가 되는 청소년들이 새누리당에 투표하게 만드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실장은 지난 2008년 뉴라이트 세력이 만든 ‘대안교과서’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쓴, 일제강점기 때 일본덕분에 근대화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친일파들은 근대화의 선구자가 되고, 4.19 혁명으로 쫓겨난 이승만은 자유민주주의의 초석이자 국부로 묘사돼 있고, 5.16은 근대화혁명이 되며, 독재자의 수족들은 근대화의 기수로 포장된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 대안교과서는 박근혜를 위한 교과서이자, 반헌법적 엉터리 교과서이자,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교과서”라고 지적한 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던)박근혜가 출판기념회 찾아가 ‘역사적 쾌거’라고 축사발언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자신들의 검정기준에서 통과된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만들었는데, 무려 2천개가 틀린(오류수정해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페이지 당 5.3개가 틀렸다.”며 “이렇게 틀리게 쓴 것도 기적이며, 통과시켜준 건 더 기적”이라고 힐난했다.
박 실장은 “결국 교학사 역사교과서는 딱 한 곳만 채택했다.”며 그 한 곳도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씨가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부산 부성고 한 곳뿐임을 강조했다.
특히 근령 씨는 지난 7월 말 일본 동영상 사이트 <니코니코>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에 위안부 문제 사과를 계속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발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다.” “과거사에 대해 자꾸 이야기한다는 것은 한 번 바람을 피운 남편과 화해한 뒤에서 계속 (남편을)타박하는 것과 같다.”라는 친일에 찌든 망언을 거침없이 쏟아냈으며, 일왕 내외를 ‘천황폐하’ ‘황후폐하’라고 격상시켜 부르는 등 파문을 자초한 바 있다.
박 실장은 “국정으로 가자는 것은 검정에서 안 되니까 공권력을 이용해서 밀어붙이자는 것”이라며 “박근혜를 위한, 새누리를 위한 국정교과서”라고 거듭 단언한 뒤, 교학사 교과서의 오류내용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이후 청와대 앞(청운동 사무소) 밤샘 릴레이 1인 시위와 노숙농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공식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12일 오전 7시에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알리는 선전전을 벌이고, 오전 9시에는 ‘국정화 저지 결의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직접 브리핑을 갖고 국정화로 결정된 배경과 추진계획을 설명한 뒤, ‘행정예고’를 할 예정이다. 국정화가 확정되면 2017년 중.고등학교 신입생부터 ‘국정교과서’를 배우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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