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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높아지는 목소리
역사교사 2255명-서울대 교수 34명 ‘반대 선언’
등록날짜 [ 2015년09월03일 12시10분 ]
팩트TV 고승은 기자
 
【팩트TV】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서울대 역사 관련 5개학과 교수 44명의 77%인 34명이 서명한 반대 의견서가 교육부에 전달됐고, 전국 초·중·고 역사 교사 2255명도 실명으로 반대 선언문을 발표했다. 역사교사들은 국정 교과서를 발행한다면 대대적인 불복종 운동과 국정교과서 폐지 운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역사교사들은 이미 지난해 10월 1,034명의 역사교사가 국정화에 반대하는 1차 성명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에 이은 2차 선언인 셈이다. 당시 이들은 “현 정부의 한국사 관련 주요 기관의 기관장이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채워져 있어 국정 발행되는 한국사 교과서는 친일·독재 미화로 현장의 외면을 받은 교학사 교과서와 비슷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정부여당은 자신들이 극찬한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시장에서 철저한 외면을 받자, 국정교과서를 추진해왔다. 
 
이같은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권희영 한국학대학원장,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이인호 KBS 이사장 등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뉴라이트’ 성향의 인사들이 대거 한국사 관련 주요 기관의 기관장으로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에 처음 발행된 국사 국정교과서(사진출처-민족문제연구소 영상 캡쳐)
 
역사교사들은 반대 이유로 압도적인 여론을 들었다. 이들은 “교육부가 직접 실시한 대국민 여론 조사에서도 중-고등학교 교사의 3분의 2가 국정을 반대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 같은 결과는 전·현직 교사의 4분의 3이 국정을 반대한다는 최근 여론조사나, 역사교사 97%가 국정 교과서를 반대한다는 다른 조사를 통해서도 이미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친일 독재’ 미화 의도가 짙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오는 9월 말 교과서 발행체제 최종 고시를 앞둔 현재, 집권당 대표와 교육부 장관이 교대로 한국사의 국정화를 압박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며 국정화 관련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이에 호응하고 있는 황우여 교육부장관을 비난했다.
 
친일독재 미화 파문으로 시장에서 외면받은 교학사 교과서 내용 중 일부분이다. 새누리당은 해당 교과서를 두고 극찬한 바 있다.(사진출처-민족문제연구소 영상 캡쳐)
 
교육부가 ‘균형 잡힌 교과서’와 수능 필수화에 따른 ‘통일된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억지 핑계에 불과하단 것이다. 국어·영어·수학도 10여종이 넘는 교과서로 문제없이 수능을 치르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정교과서, 북한 제외하고 거의 없다”
 
또한 교사들은 “역사를 국정 교과서 형태로 발행하는 나라는 북한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면서 사상의 자유가 극히 제한된 일부 국가들만 국정교과서를 쓰고 있음을 언급한 뒤, “일본과 다르게 과거사의 과오를 철저히 반성하며 모범적인 역사교육을 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독일이 통일되기 전 서독은 검정, 동독은 국정 교과서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역사 교사들은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에 대한 비판도 내놨다. 이들은 “인물사를 표방한 초등학교 역사는 지배층 중심의 정치사로 후퇴했고 중학교 역사에서 중국사와 유럽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역사는 모두 사라졌다.”며 역사교육이 후퇴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고교 한국사는 근현대사 비중을 더 늘리라는 현장 요구와 세계적 추세에 역행해 그 비중을 오히려 줄여 역사학계와 교육계로부터 사실상 파산 선고를 받았다.”며 근현대사 교육을 축소한 점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반헌법적이고, 민주주의-경제발전에도 장애 초래”
 
오수창 국사학과 교수 등 서울대 교수 2명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서울대 국사학과, 동양사학과, 서양사학과, 고고미술사학과, 역사교육과 등 5개 학과의 교수 34명은 의견서에서 "주변의 역사학자 중에서 역사(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데 찬성하는 이는 찾아볼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또한 “역사(한국사) 교과서 서술을 정부가 독점하는 정책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통해 오랜 고난 끝에 이룩한 오늘날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며 "똑같은 역사교재로 전국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우리 사회의 역사적 상상력과 문화 창조 역량을 크게 위축시키고 민주주의는 물론, 경제발전에도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나아가 "정치권의 논의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정신과 합치하지 않는다."며 "역사(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국가와 사회를 위해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교과서 집필의 자율성을 지지하며 "역사 교과서 서술을 정부가 독점하고 똑같은 역사교재로 전국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우리 사회의 역사적 상상력과 문화 창조 역량을 크게 위축시키고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대 교수들이 집단적으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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