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새누리당과 정부가 강행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이를 규탄하는 집회가 주말 도심을 환하게 밝혔다. 17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선 600여명의 시민들이 함께 하며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며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많은 대학생들이 발언을 이어갔고, 주위에서도 청소년들이 피켓을 들며 국정교과서를 반대했다.
철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김희림 씨는 “학자들이 쓴 수많은 자료들을 찾아봤지만, 어떤 자료에도 잔혹한 식민통치와 독재를 미화하고 허락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없었다.”면서 친일·독재 미화가 될 국정교과서를 질타한 뒤, “우리가 어떤 역사관을 가지고 성장하고, 우리사회를 바꿔야 하는지 분명히 반성하고 해명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도 이같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면서 반성과 해명을 촉구했다.
“역사교육은 국가적 세뇌의 수단 아니다. 정부가 좌지우지할 문제 아냐”
‘평화나비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며, 역사교육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강소아 씨도 “역사라는 건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하나의 교과서로 통합한다면 기득권층이 원하는 대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면서 “다양한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스스로의 역사관을 적립해야 한다. 그 역사관을 바탕으로 가치판단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지. 정부가 좌지우지할 문제가 아니”라며 국정화를 비판했다.
그는 나아가 “시대를 역행하는 국정교과서는 현 기득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수단은 아닌지 염려된다.”면서 “역사교육은 국가적 세뇌의 수단이 아니다. 역사는 우리 모두의 것이지 특정개개인을 위한 자서전이 아니”라며 비판의 목소릴 높였다.
“세월호, 메르스 등 무능함을 역사책 바꿔 고치려고…무능한 정부에게 물벼락을”
‘청년하다’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박예지 씨는 자신이 지난 12일 이순신 동상 앞에서 ‘국정화 반대’ 기습 시위를 벌이다 마지막으로 연행됐던 사실을 밝혔다. 그는 “우리가 국민대표로 뽑은 사람들이 거센 반대에도 꿋꿋하게 밀고 나가는 모습이, 새내기로서 청년으로서 너무 답답해서 가만있을 수 없어서 나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메르스 등 각종 사건사고 쳐놓고, 이런 무능함을 역사책을 바꿔서 고치려는 건가”라며 국정교과서 강행을 거듭 규탄한 뒤, “무능한 정부에 물벼락 한번 세게 내리치면서 정신 좀 차리라고 얘기하고 싶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 이 자리에서부터 쓸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정교과서 철회에 함께 나서자고 호소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군 자발적으로 따라다녔다는 교과서 배워야 할 것”
이화여대 사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이혜지 씨도 “국정교과서 문제로 우리나라 역사 나침반은 역행하고 있다.”며 “친일파와 독재자의 역사를 미화해, 우리 아이들은 윤봉길 의사가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일본군을 자발적으로 따라다녔다라고 서술된 한국사를 배워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 8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씨의 ‘충일 망언’을 규탄하며 분신한 ‘독립운동가 후손’ 故 최현열 씨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최현열 열사는 반드시 친일청산을 하라는 유언을 하고 몸에 불을 붙였다.”면서 “수요집회도 이번주로 1200차가 됐다. 친일독재로 고통받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는)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릴 높였다.
그는 지난 12일 이순신 동상 앞에서의 기습 시위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결찰은 잔인무도하기 그지없었다. 여학생들을 수십 명의 경찰이 발목을 잡고 끌어내렸다. 한명은 버스안에서 탈진했는데 물조차 주지 않았고, 한 학생은 실신해서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무자비한 경찰의 공격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비상식적인 활동을 하고 있구나. 옳은 목소리 내는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다.”면서 “역행하는 역사의 나침반을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 6월항쟁처럼 승리의 모습으로 우리 역사에 기록될 수 있도록 힘차게 싸우자”고 목소릴 높였다.
“조선일보, 사카린 밀수나 한 이병철과 전태일 열사를 감히 비교하다니”
연세대 학생 김종현 씨도 “친일독재 부역자들의 흑역사를 지워주면서 오늘날 기득권층에 자리잡고 있는 사란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작업”이라며 국정교과서 강행 꼼수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조선일보에서 전태일은 교과서에 나오는데 이병철(삼성그룹 창업주)은 교과서에 안 나온다며 검인정교과서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금수저 물고 태어나서 (박정희 정권 당시)사카린 밀수나 하다가 돈 많이 번 사람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몸에 불을 붙인 전태일 열사와 비교하는 게 말이나 되느냐”라며 조선일보를 규탄한 뒤, “결국 국정화는 가진 자의 비위에 맞추고 박근혜의 어긋난 효심을 채워주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역사를 지운 뒤에 노동자들을 더욱 탄압하려는 것”이라고 목소릴 높였다.
그는 “황우여는 국민들을 분열시키지 않는 역사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정권에 개기지 말라는 말을 돌려서 말한 거에 불과하다. 역사전쟁이라고 말하면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황우여 교육부장관을 규탄한 뒤, “우리도 그에 걸맞게 싸워야지 않겠나”라며 거듭 많은 관심을 호소했다.
발언과 공연 등으로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청계광장을 출발해 보신각, 종로 거리 등을 거쳐 시청 앞 국가위원회 건물까지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국가위원회 건물 위에는 기아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 씨와 한규협 씨가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128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법원이 판결한대로 비정규직 468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현대기아차 측에 촉구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고공농성 중인 최 씨와 한 씨를 응원했고, 이들은 참가자들에게 전화통화로 화답했다. 이날 집회는 오후 9시경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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