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들이 정부와 새누리당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려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검정교과서 7종에 대해 왜곡·매도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데 대해서 “자기 멋대로 사실을 왜곡하고 매도하는 수준을 넘어 집필자들이 반대한민국사관으로 교과서를 만들었다고 하기에 이르렀다.”고 강하게 비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도 경고했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이하 한필협)는 11일 성명서를 통해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와 역사교육자들에 대한 사실 왜곡과 편파적인 폄하 행위를 중단하고, 국정화 정책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한필협은 고교 한국사 검정 교과서 8종 가운데 7종 교과서 집필자 전체 53명이 가입한 기구로, 정부와 새누리당이 극찬했던 교과서이자 ‘뉴라이트’ 사관이 담긴 교학사 교과서 집필자들은 빠졌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교과서는 일반 서적처럼 저자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책이 아니”라며 국가가 정한 ‘검정’에 통과해야 하는 책임을 강조한 뒤, “교과서 집필자들과 출판사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검정에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최상의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수십 차례 원고 작성과 검토 과정을 감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만약 이런 과정을 거쳐 교과서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안다면, 정부 여당은 결코 지금처럼 검정 교과서를 매도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북한교과서의 일부를 보는 것 같다’, ‘우리의 역사를 부정하는 반(反) 대한민국 사관으로 쓰여 있다’고 하는 비난은 검정 제도를 전혀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그러한 내용 서술은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집필자들 간의 내부 검토 과정에서부터 걸러지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희 유신정권 당시 발행됐던 국정 역사교과서 내용 중(사진출처-JTBC 뉴스영상 캡쳐)
전두환 군사정권 당시 발행됐던 국정 역사교과서 내용 중(사진출처-JTBC 뉴스영상 캡쳐)
특히 협의회는 공통검정기준 조항 중 첫 번째 조항이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왜곡·비방하는 내용이 있는가?’라는 내용임을 강조했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내용은 교과서에 담을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역사교육에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도 경고했다. 협의회는 “학교현장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다양한 역사적 사고와 건전한 시민의식을 마비시키고 합리적인 역사교육에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헌법상 보장된 학문과 표현의 자유, 보편적 시민적 권리 등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나아가 유엔 특별조사관의 보고서 내용(역사교육이 비판적 사고, 분석적 학습과 토론을 길러주어야 한다)에서 강조하는 것과도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또한 교과서를 3년마다 폐기하게 되는 비효율에 대해서도 문제삼았다. 이들은 “이렇게 1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역사교과서를 3차례나 개편한다는 것은 세계 각국의 교육현장에서도 유례없는 것이며, 그만큼 교육과정 개편이 졸속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기존 교육과정의 문제점이나 성과를 검토하지도 않은 채, 동일한 정부 하에서 엄격한 검정 절차를 거쳐 합격한 역사 및 한국사 교과서를 잘못되었다고 개정을 추진할 수 있는지, 더구나 기존 검정 교과서를 폐기하고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여 역사교육을 4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정부와 새누리당의 ‘자기모순’을 거듭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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