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국가정보원이 MB정권 시절, '육군 5163 부대'라는 위장 이름으로 지난 총·대선을 앞두고 이탈리아 해킹업체인 '해킹팀'으로부터 해킹프로그램(인터넷 감시프로그램)을 구매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지난해 3월 '육군 5163 부대' 관계자가 '해킹팀'을 직접 만나 '카카오톡' 해킹 기술에 대한 진전사항을 물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폭로한 ‘카톡 사찰’을 국정원이 주문한 셈이다.
또한 지방선거가 있는 지난해 6월에도 안드로이드 휴대폰 공격(exploit·보안 취약점을 이용한 공격) 기능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사실도 확인돼, 박근혜 정권 들어서도 국정원의 사찰이 진행된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당시 국정원장은 남재준 씨다.
13일 <한겨레>에 따르면, 외부의 공격을 받아 유출된 400기가바이트(GB)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해킹팀' 내부 자료를 <한겨레>가 검토한 결과, 2014년 3월 27일에 '해킹팀' 직원들 사이에 오간 '출장 보고서'(Trip Report)란 제목의 이메일에서 이런 내용이 확인됐다.
이 내용을 보면 두 명의 해킹팀 직원이 지난해 3월 24일 ‘에스케이에이’(SKA: South Korea Army)를 만나고 온 뒤 한국 쪽의 요구 사항 등 면담 내용을 정리해 이탈리아 밀라노, 싱가포르, 미국 워싱턴 등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에게 공유했다. 당시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던 때다.
이 출장 보고서는 "'SKA'는 최근 자국 언론이 자신들의 사찰 문제를 집중 조명해 자신들이 RCS(리모트컨트롤시스템: '해킹팀'이 판매한 프로그램)를 '시민 감시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노출되는 것을 우려했다."고 밝히고 있다. '해킹팀'은 자신들이 만든 이 해킹 도구가 흔적을 남기지 않는 안전한 제품인지 설명했고 '육군 5163 부대'가 이를 이해한 뒤 고마워했다고 적었다.
이어 보고서는 "한국이 이미 요청했던, 자국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카카오톡에 대한 (해킹 기능 개발) 진행 상황에 대해 물었다."고 적었다. 이 이메일 보고 내용에 답변한 또 다른 '해킹팀' 직원은 "이미 우리 (해킹팀의) 연구개발팀에 카카오톡에 대한 내용을 지시했다."며 "카카오톡 건에 대한 빠른 일처리를 재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이메일 내용대로라면 국정원의 요청으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 공격을 위한 연구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안드로이드폰·아이폰 해킹과 관련한 기술 개발과 프로그램을 운용할 요원의 훈련을 이탈리아 업체에 요청하기도 했다
'육군 5163 부대'가 6·4 지방선거가 포함된 기간인 '6월'을 언급하며 '안드로이드폰 해킹 공격'을 요청한 사실도 드러났다. 보고서는 "한국 쪽 고객(SKA)의 가장 큰 관심은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에 대한 원격 공격"이라며 "특히 한국 고객은 6월에 안드로이드폰 공격에 RCS를 사용하는 게 필요하다며 진전 상황을 물었다."고 밝혔다.
사찰 의혹을 피하려고 이러한 해킹 작업을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벌이려고 한 계획도 포착됐다. 보고서는 “한국 고객은 (해킹 프로그램인) ‘리모트컨트롤시스템’과 한국의 연관성이 장래에 들통나는 것을 막기 위해 해킹 작업을 국외로 재배치하는 데 관심이 있다. 진전된 내용을 우리에게 다시 알려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한 시점이 '국내 정치 개입' 활동을 감행한 시점과 맞닿아 있는 만큼, 의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이같은 프로그램을 현행법상 구매할 수 없음에도 민간업체인 나나테크를 거쳐 우회적으로 구매한 것도 의심을 키우고 있다. 게다가 지방선가 포함된 기간을 언급한 사실마저 드러나 의심은 걷잡을 수없이 증폭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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