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기습시위를 벌인 시민들은 국정원 정문 앞에서 플랜카드를 펼쳐들었다.(사진-고승은)
【팩트TV】 국정원의 이탈리아 '해킹팀' 프로그램 구입이 사실로 드러났고, 이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한 전방위적 대국민 사찰 정황마저 속속히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이 지난 17일 이례적으로 내놓은 해명도 별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원의 이같은 불법사찰 파문에 대해 분노하며, 토요일 오후 몇몇 시민들이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국정원 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18일 오후 3시, 국정원 후문 앞에 도착한 몇몇 시민들은 “불법사찰 범죄조직 국정원 해체”라는 글씨를 적은 플랜카드를 제작했다. 시민들이 이를 제작하는 와중에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이 찾아와 마찰이 빚어졌다. 시민들은 “두(국정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처음엔 시민이라고 했다가, 우리가 플랜카드 완성돼 움직이려 하자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냈다.”고 분개했다.
18일 오후 기습시위를 벌인 시민들이, 국정원 후문에 도착, 플랜카드를 제작하고 있다.
시민들은 플랜카드 제작을 마치고, 국정원 후문 입구에서 행진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이 행진하는 시민들을 완강하게 저지했다. 또한 두 사람은 해당 상황을 촬영하는 본지 기자의 카메라를 빼앗으려고 했으며, 이에 카메라 일부가 파손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합류한 경찰 5~6 명이 시민들에 대한 채증을 시도하고 행진을 가로막았다.
시민들은 이후, 국정원 정문 쪽과 헌인릉입구 삼거리 육교 위에서 플랜카드를 펼치며 역시 “국정원 해체”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정문 쪽으로 합류한 경찰 10여명은 국정원 입구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경찰차로 행렬을 막았다.
18일 오후 기습시위를 벌인 시민들은 헌인릉입구 삼거리 위에 있는 육교로 올라가 “불법사찰 범죄조직 국정원 해체” 플랜카드를 들었다.(사진-고승은)
이어 시민들이 헌인릉입구 삼거리 인근 인도에서 플랜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자, 인근에서 출동한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불법 집회라고 주장하며 시민들에게 채증을 시도,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기습시위는 오후 4시 40분경 종료됐다.
“5163부대, 시작부터 일개 개인과 친일기득권 위한 정보기관…쌓인 분노 터졌다”
이들은 이같은 기습 시위를 기획한 이유에 대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가기관이 주권을 가진 국민에 대해서 허락없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감청하고, 불법단체들이나 쓸 프로그램을 구입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라며 “주권을 가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국정원이 위장이름으로 5163부대(박정희 소장이 5.16쿠데타를 일으킨 새벽 3시라는 의미)라는 명칭을 쓰는 것에 대해 “국정원(전신 중앙정보부)의 시작부터, 나라를 위한 국가기관이 아닌 일개 개인과, 친일 기득권을 위한 정보기관으로 남아있는 것에 대한 분노가 느껴진다. 지금까지 한 행동들에 대한 쌓인 분노가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최근 대법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사실상 ‘면죄부’를 부여한 것에 대해서도 “법리상식을 벗어나는 해석과 결과에 대해 분노한다.”고 밝힌 뒤 “시민을 대상으로 감청-사찰을 꽤나 오랫동안 해온 정황이 드러났고, 이에 대한 명백한 해명을 내놓지도 못하는 만큼 이에 대한 진상을 알 권리가 있다.”면서 “밝혀지지 않은 것이 얼마나 많겠나. 우리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이런 불법을 자행한다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종북의 주체 자인한 정부와 새누리당”
이들은 특히 국정원의 불법사찰 파문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가안위 위해서 국정원이 해킹할 필요가 있으면 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선 “이런 궤변을 늘어놓는 게 정말 한심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은 김 대표의 말에 대해 “국민의 입과 귀를 가리는 게 국가안위를 위한 거라니, 말이 되느냐”라고 반문한 뒤 ”이성과 자기합리화 사이에서 혼돈이 오는 사람들은 정말 국가안위를 위해 정치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들은 “여당의 당대표란 사람이 정부여당의 기본적인 국민들의 인권, 사생활에 대한 태도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면서 “누가 종북인지를 알게 해주는 사건이 아닌가. 이제는 종북의 주체를 명확히 자인한 꼴”이라며 정부와 새누리당이 북한과 똑같은 행위를 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정원이 선거 개입하면 얼마나 하겠느냐’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백여 년 전 일본에 나라를 잃었을 때, 이완용이 ‘앞으로 우리는 미래를 위해서 일본과 손을 잡아야 한다. 또 손을 잡는데 있어 옳은 말을 하는 국민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가 한 말이 이와 맞먹는다고 생각한다.”며 역시 강하게 질타했다.
이들은 나아가 “민주주의의 기본도 모르기 때문에 ‘얼마나 개입했느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무엇을 생각하고 말하고 싶은지 묻게 하는 게 정부와 당의 리더가 해야 할 일 아닌가, 이런 것들도 못하는 것은 교육이 덜 된 것”이라고 힐난했다.
“SNS감청법? 민주국가이길 완전히 포기한 선언, 디지털 유신시대 선포”
이들은 새누리당이 최근 세계 최초로 ‘SNS감청법’을 발의한 것에 대해서도 “북한의 5호담당제나, 조선시대 5가작통제처럼 할 필요도 없이, 정부가 직접 국민을 감시할 수 있는 법적인 제도를 마련한 것”이라며 “이는 민주국가이길 완전히 포기한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또한 이들은 “박정희가 유신헌법을 만들고 영구적인 대통령이 되길 꿈꿨다. 이같은 SNS감청법이나 국정원을 위한 각종 불법 해킹프로그램 등은, 디지털 유신시대를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최근 방송통신심위위원회(방심위)가 추진하는 인터넷상의 명예훼손글에 대해 제3자도 고발 가능토록 한 것과, SNS감청법 두 가지가 접목된다면, 정부나 대통령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원천봉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나아가 “한국은 이미 삼권(입법-사법-행정)분립이 아닌 삼권융합(삼위일체)이 돼가고 있다.”면서 “박근혜는 자신의 무능과 부정을 회피하기 위해 국회를 비난하고 있다. 국민보고 뭐라고 안하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힐난했다.
“두려워하지, 쫄지 마시라…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들은 국정원의 불법사찰 파문에 대해 거의 보도하지 않는 지상파3사(KBS·MBC·SBS) 등에 대해서도 “언론의 역할과 책임이 얼마나 큰지, 이런 부분에 대해 언론이 스스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거 같다.”면서 “사회가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언론에게 돌아간다. 자신의 밥그릇과 안위를 위해 행동하는 언론은 역사적으로 심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제는 국민이 깨어나서 투쟁의 자리에 나와야 한다. 두려워하지 마시고, 쫄지 마시라”면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 중 하나가 권력을 잡은 것이기 때문에 국민 중 또 누군가가 권력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인식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 말할 수 있도록 용기를 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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