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대선개입, 간첩조작 등으로 수많은 물의를 일으킨 국정원에 날개를 달아주는 ‘테러방지법(이른바 국민감시법)’ 날치기를 막기 위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27일로 5일째 접어들고 있다. 지난 23일 저녁 7시경부터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27일 저녁 9시 50분 현재 98시간째를 지나고 있다.
26일 오후 5시경, 필리버스터 13번째 주자로 나선 김용익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휠체어를 타고 등장했다. 김 의원은 과거 홍준표 경남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쇄에 항의하며 단식농성을 벌인 바 있다. 그는 “오늘 아침에 공교롭게도 진주의료원 폐쇄 3년을 잊지 말자는 행사에 다녀왔다”고 언급하며 “단식을 하면서 다리가 약해지는 바람에, 악순환이 생겼다. 그래서 너무 장시간동안 서 있을 수 없어서 앉아서 하는 것을 양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발언을 시작하며 자신의 트위터 친구들을 소개하면서 “트윗을 시작한 게 지난해 7월말부터라 6개월 남짓밖에 안 됐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저보고 귀엽다고들 한다. 제 나이가 올해 65세인데”라며 자신이 온라인에서 ‘귀요미’라고 불리고 있음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우선 정부와 새누리당이 테러방지법과 선거법을 연계해 통과를 압박하는 것과 관련 “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테러방지법, 국민감시법을 두고 어떤 것을 고민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테러방지법이 의도하는 바, 시민적 권리를 침해함으로서 달성하고자 하는 헌법적 가치의 충돌 문제에 대해 무엇보다 깊이있게 토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상식적으로 누구나 보기에 ‘안전을 빌미로 시민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것에 대해 자신 있게 답을 할 수 있는 결론을 얻어야 제정할 것이냐 말아야할 것이냐를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6일 필리버스터 13번째 주자로 나선 김용익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국회방송 영상 캡쳐)
김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각종 법들에 의해서 테러방지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 테러방지를 위한 조직이 국무총리 산하에 있다.”면서 “그런데 (황교안)국무총리는 자신이 (국가테러대책회의)위원장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테러방지법을 또 만든다고 하는가. 우리는 테러방지 아주 효과적으로 잘 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목소릴 높였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외국 원수들이 수없이 왔다갔다 하는데 문제 생긴 적 없잖나. 그런데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가 뭐냐”라며 “이렇게 헌법적인 가치를 건드리는 법은 정말 신중하게 해야 한다.”면서 자신이 속한 국회 보건복지부위원회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지난 12월에 굉장히 중요한 법이 통과됐다. 여러분하고 다 관련이 있는 법이다. '호스피스 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른바 연명치료 중단법)이라고 밝힌 뒤 “사람이 회생 가능성이 없는데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해야 하느냐, 멈출 수 없느냐 하는 것에 대해 정한 법이다. 이건 누구나 다 집안에 고민해본 경험 있으실 것”이라고 거론했다.
그는 해당 법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때는 지난 97년 ‘보라매 병원 사건’ 때라고 꼬집은 뒤 “아주 지극히 간단한 거 같은데 20년 가까이 걸렸다. 헌법적 가치라는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해당 법이 통과되자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국회가 정한 법중 가장 중요한 법의 하나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나아가 “테러방지법은 여러분 모두가 다 해당되는 정보를, 성생활까지 포함하는 민감한 정보를 국정원이 볼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법”이라며 “이를 두 달, 석 달 안에 결정하라니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여러분이 국회의원이면, 이게 상정됐을 때 맞다 틀리다 결정할 수 있겠는가? 이건 여야를 떠나 결정할 수 없는 거다. 왜 사회적 논의에 대한 기반이 아예 없잖나. 어쩌라고? 대통령이면 다야? 어쩌라고? 이거를…”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현 상황은 ‘국가비상사태’라 주장하며 직권상정을 강행한 데 대해서도 “지금이 전시사변 같아요?”라고 반문한 뒤 “정의화 의장이 신경외과 전문의고, 저는 예방의학 전문의다. 의사들은 무언가를 진단할 때 굉장히 기준이 엄격하다. 의사 맘대로 너는 고혈압이야, 당뇨병이야 찍는 게 아니다.”라며 “지금이 전시와 사변, 그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게 대체 무슨 기준인가?”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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