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지난 2일, 새누리당은 단독으로 테러방지법 처리를 강행했으나 막상 관계자들은 불안한 듯 ‘텔레그램’에 대거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 10월 ‘카톡 사찰’ 파문 이후 텔레그램으로의 ‘사이버 망명’ 행렬이 이어졌는데, 1년 반만에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4일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여야 국회의원의 보좌진, 총선 예비후보 캠프 실무자, 기업 홍보담당자와 대관업무 담당자 등이 대거 텔레그램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 새누리당 측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테러방지법 제정 직후 지인들이 텔레그램에 가입했다는 텔레그램 알람이 하루 종일 울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새누리당 측 관계자도 “소위 진박·친박으로 꼽히는 보좌관들이나 실무자 상당수가 테러방지법이 통과된 날 텔레그램에 가입해 놀랐다.”며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야권의 필리버스터에 항의하며, 국회 내에서 단체로 피켓시위를 벌인 새누리당 의원들(사진-새누리당 홈페이지)
텔레그램은 비밀대화 기능이 있고 상대방과의 대화가 끝나면 자동으로 대화 내용을 삭제할 수도 있다. 또한 서버가 독일에 있어 국내 수사기관의 검열이나 일방적인 압수수색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안드로이드폰을 보안성이 높은 아이폰으로 교체했다는 이들도 늘었다. 특히 아이폰 제조사인 애플이 최근 FBI의 ‘암호해제’(백도어) 협조 요구를 거부하고 해킹 방지책을 잇달아 내놓은 것이 주요인이다. 이에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인텔 등 미국내 굴지의 IT 기업들이 애플 지지의사를 밝혔다.
지난 2일, 테러방지법 표결 직전 벌어진 찬반토론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테러방지법에 대해 ‘국민사찰법’ ‘핸드폰 도청법’ ‘국정원 몰빵법’이라고 지적한 뒤 “새누리당 여러분, 이 법이 통과되면 여러분 핸드폰부터 도청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여권 수뇌부, 청와대 수뇌부 먼저 국정원에 사찰 받을 것이다. 여러분 명심하시라”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강력 반발하며 야유를 쏟아냈다.
이에 검사 출신인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해 “답답하다”고 질타하며 자신이 10년전 국정원 불법도청 사건(안기부 X파일)의 주임검사였음을 거론한 뒤, “내가 당시 국정원장 2명 감옥에 보낸 장본인이다. 국정원의 어두운 과거 잘 아는데, 그 시대와는 국정원이 전혀 다르다”고 항변했다.
박 의원은 이어 과거 ‘카톡 사찰’ 파문에 대해서도 야권에서 혹세무민을 했다고 목소릴 높이며, 야당 의원들을 향해 “여러분 지금 선거운동한다고 카톡 쓰시죠? 그렇게 불안하면 왜 카톡 쓰시냐”라고 비아냥댔다.
그러자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나도 텔레그램으로 망명했다. 텔레그램은 카톡처럼 소프트웨어가 별로 좋지 않아서, 비밀이 아닌건 카톡 쓴다. 정말 중요한 건 텔레그램 쓴다”고 말하며 “이건 망명인가, 망명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4일자 <프레시안>에 따르면, 새누리당 내 친박 핵심 의원의 보좌관이 텔레그램을 설치하고, 테러방지법 입법 과정에서 꽤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던 새누리당 의원 직원도 역시 ‘사이버 망명’ 대열에 합류했다. 또 청와대에 있는 현직 행정관과, 지난해 사표를 쓰고 청와대를 나간 전직 행정관도 역시 텔레그램을 자신의 폰에 깔았다.
야권이 9일 동안 세계 최장시간 필리버스터를 하면서 테러방지법이 국정원에 날개를 달아주는법이라고 수도 없이 지적하자, 새누리당은 이에 “국정원 명예훼손했다”고 강변하며 야당 의원들을 고발 조치하겠다고 발끈하기도 했다. 그렇게 국정원을 엄호하며, 단 한명의 반대도 없이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킨 새누리당은 속으론 ‘전전긍긍’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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