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대선개입, 간첩조작, 대국민 사찰 논란 등으로 수많은 물의를 일으킨 국정원에 날개를 달아주는 테러방지법을 정부와 새누리당이 강행하려 하고,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에 나서자 이를 막기 위한 야권의 ‘필리버스터’가 26일 오후 4시 현재 69시간째로 접어들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에 강력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25일 오후부터는 국회 앞에서 '필리버스터 반대'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25일 "이것은 정말 그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들이라고 생각한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도 52년 전 5시간 넘게 필리버스터를 한 바 있으며, 미국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도 지난 2010년 ‘부유층 감세 반대’ 연설을 한 바 있다. 또한 최근에도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해 5월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정보 수집 중단을 요구하며 10시간 30분가량 필리버스터를 한 바 있다.
이에 7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오후 4시 20분경 “(새누리당은) 지금 자신들의 약속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정치공약집을 펼쳐 들었다. 신 의원은 “(공약집) 52페이지를 보면 ‘정치 선진화로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부분이 있다”며 “여기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강화하고 필리버스터를 도입하겠다는 약속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2 총선 '새누리당의 진심을 품은 약속' 52쪽 내용 중
그는 그러면서 “왜 자기 부정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 문건은 새누리당 홈페이지에서 뽑았기 때문에 전 국민이 볼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공약집을 다운로드 받으려는 접속자들이 폭주하면서 새누리당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3월 21일, 새누리당 홈페이지에 올라온 <[19대 총선 공약집 상세본] 2012 총선 새누리당의 진심을 품은 약속> 52쪽 하단부분엔 '(2) 국회의 합리적 의사절차와 질서유지 확보' 부분을 살펴보면 '새누리 약속' 하단에 8가지 공약이 적혀있다. 이에 따르면 6번째로 <본회의 필리버스터 도입>이 적혀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또 새누리당은 전신 한나라당 시절에도 이같은 필리버스터 제도의 도입을 줄곧 주장해온 바 있다. 2009년 2월,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홍준표 경남지사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 폭력사태를 언급하며 “필요하다면 한나라당은 합법적인 필리버스터 제도를 도입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2011년 4월, 남경필·황우여·구상찬·김성식·정태근 의원 등 한나라당 '국회 바로세우기를 위한 의원 모임'과 원혜영·김성곤·정장선·우제창 의원 등 민주당 '민주적 국회 운영을 위한 의원 모임'은 성명을 통해 "직권상정제도 요건 강화, 의안 자동상정, 필리버스터 제도 도입 등 국회 폭력 추방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이 4월 국회 안에 통과할 수 있도록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11년 11월, 황우여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혹시라도 소홀히 될 수 있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보호한다는 원칙 아래 필리버스터 제도를 도입하거나 51%가 아닌 60% 정도의 다수결 제도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18대 국회 당시 적극적으로 필리버스터 도입을 주장해오던 새누리당이,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자 지금은 180도 다른 태도를 보이며 “정신 나간 짓” “더민주는 어느나라 정당이냐”라며 원색 비난을 퍼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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