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올초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를 제작·배포해 ‘박근혜-정윤회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 기소된 ‘둥글이’ 박성수 씨에게, 검찰은 징역 3년형을 구형했다.
대구경북지역언론인 <뉴스민> <평화뉴스>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제2형사단독(김태규 부장판사) 심리로 2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대구지방검찰(박순배 검사)은 박 씨에 대해 "피고인은 박 대통령과 정윤회 씨가 마치 불륜 관계에 있는 듯한 내용의 전단지를 제작하고 유포했다."며 "허위 사실로 명예훼손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검찰은 집시법 위반 2건까지 포함, 모두 3건의 혐의와 관련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지난 4월 16일, 시국비판 전단을 뿌리는 '둥글이' 박성수 씨(사진-고승은)
또한 지난 2월 16일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서 박 씨가 제작한 전단을 뿌렸다가 회수한, 시인 변홍철 씨와 신모 씨에 대해서도 각각 징역 1년과 10월형을 구형했다.
“박근혜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하라”는 시국 비판 전단지, ‘정모 씨 염문을 덮으려고 공안정국 조성’ 부분에 ‘명예훼손 적용’한 검찰
박 씨가 올 초 제작-배포한 전단지 앞면에는 지난 2002년 박 대통령(당시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과 함께 '박근혜도 국가보안법 철저히 수사하라' '자기들이 하면 평화활동, 남이 하면 종북·반국가행위'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이는 당시 박 위원장이 ‘김정일 장군은 믿을만한 파트너’(국가보안법 제 7조 위반, 고무찬양) ‘국가보안법 2조(반국가단체 정의)의 조항을 없앨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을 국가보안법 위반 내용으로 꼬집은 것이다.
또한 그가 제작한 전단지 뒷면에는 ‘정모 씨 염문을 덮으려 공안정국 조성하는가?’라는 글과 함께 ‘원세훈 전 국정원장 정치개입, 선거개입 유죄, 징역 3년 실형!’ ‘강탈해간 대통령자리 돌려줘!’라는 내용 등이 적혀 있다.
검찰은 박 씨가 제작한 전단지 내용 중 ‘정모 씨 염문을 덮으려고 공안정국 조성하는가?’라는 부분에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 대통령과 ‘비선실세 국정농단’ 논란의 당사자인 정윤회 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박성수 씨 변호를 맡은 김인숙 변호사는 최후변론에서 “박근혜와 정윤회가 2014년 4월 16일 같이 있었다는 내용을 피고인이 전단지에 기재하지 않았고, 피고인이 전단지를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정모씨와 염문 운운’하는 것만으로도 피고인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구속하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은 정국운영에 대한 비판을 애초부터 봉쇄하려는 것으로 피고인이 가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류제모 변호사도 “이 사건 공소제기는 피고인 박성수 씨가 싫은 소리를 하는 것에 대한 재갈물리기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 선고는 대한민국 인권과 언론 역사에 있어 중요한 사건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재판장께서 양심에 비쳐 부끄럽지 않은 판단을 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웃음이 나오려다 말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너무 부끄럽다”
박성수 씨는 최후변론을 통해 “웃음이 나오려다 말았다. 70년대 유신정권에서나 있을법한 재판이 2015년도 세계 경제 10대 대국인 대한민국에서 빚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라며 “애초에 판사님은 정치적인 편견을 가지고 사건을 했던 것으로 느껴졌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잡혀 왔을 때 즉결 처형을 해버리지, 뭐하러 시간 낭비하면서 이런 재판을 진행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가 태어나서 여러 번 재판을 받아왔지만, 이렇게 믿음이 없는 재판은 처음이다. 아니나 다를까 청도 송전탑 반대 활동가에 대해 판사님은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시켰다. 그런데 2심에서 무죄판결 났다.”면서 판사를 비판했다.
또한 그는 “올해 3월 수사기관에서 전단지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자 국내언론은 앞다투어 이 문제를 다뤘다. 외신에서까지 관심을 가졌다.”면서 스페인 통신사에서 자신에게 연락이 왔고 기사가 나간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기사 마지막에 이렇게 정리가 됐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전단지로 대통령을 비난하고 다닌다는 이유로 이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이 보고 따라 할만한 수사다.'”라며 외신이 크게 비웃었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그는 “정말 창피했다. 국격이 떨어진다는 건 바로 이런 이야기”라면서 “여기 서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지만 부끄럽다. 대한민국 국민이란 것이 너무 부끄럽다”고 개탄했다.
그는 나아가 “박근혜 정권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라면 원내대표까지 짓밟고 철저히 보복과 응징의 정치를 하는 집단이다. 지난 7개월 동안 정권의 작은 축소판이 이 재판이 아닌가 생각했다.”라고 거듭 개탄했다.
앞서 박 씨는 지난 4월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검경의 과잉수사를 비판하며 '개꼬리 흔들기 공무집행을 중단하라'는 의미로 '멍멍'이라는 소리를 세 차례 외치다가 검찰 측에 연행된 바 있다.
그는 이날 인근 서초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후 석방됐으나, 유치장 앞에서 체포영장을 가지고 대기하고 있던 대구 수성경찰서 수사과 직원들이 박 씨를 체포해 수성경찰서로 데려갔고 당일 밤 수성경찰서에 입감됐다.
수성경찰서는 4월 30일 박 씨를 ‘박근혜-정윤회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한 바 있다. 그는 일주일 뒤 대구구치소에 수감됐고 '명예훼손' 관련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집시법 위반' 혐의 2건까지 병합돼, 법원은 박 씨에 대해 '집시법'으로 영장을 재발부했다. 현재 그는 7개월째 수감 중이다.
박 씨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12월 22일 오전 10시 대구지방법원 신별관 302호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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