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경찰이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대회 참가자들을 겨냥해 투입한 물대포의 물 양이 18만ℓ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4월 18일 세월호 추모집회 당시 사용된 물 3만 3,200ℓ의 6배에 육박하며, 5월 1일 노동절 집회에서 4만ℓ의 물을 사용한 것의 4.5배를 넘는다.
15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민중총궐기 진압을 위해 살수차용 물 18만 2100ℓ(182t), 물에 섞는 최루액인 파바(PAVA) 441ℓ, 살수차용 색소 120ℓ, 캡사이신 651ℓ를 사용했다.
이는 지난 4월 18일 당시 사용된 물 3만 3,200ℓ, 파바 30ℓ보다 각각 5.5배, 14.7배 많은 양이다. 5월 1일 노동절 집회에서 사용한 물 4만ℓ, 파바 45ℓ보다도 각각 4.5배, 9.8배 많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물론 이는 경찰이 2010년 이후 물대포를 사용한 집회 가운데 가장 많으며, 이날 경찰이 얼마나 많은 최루액 물대포를 난사했는지 알 수 있다.
캡사이신 사용량도 4월 18일 465.75ℓ, 5월 1일 123.34ℓ 이틀을 합친 양보다도 훨씬 많았다. 올해 전반기에 쓴 캡사이신양이 652.7ℓ였는데 이와 맞먹는 수치다.
물대포 외에도 이날 경찰은 ‘최신’ 진압장비를 들고 나왔다. 경찰버스를 끌어내지 못하도록 실리콘을 바퀴 휠의 틈 사이에 발랐으며, 시위대가 차벽 위로 오르지 못하도록 콩기름을 버스에 발랐다. 경찰은 또 잡아당기는 밧줄을 끊기 위해 톱이 달린 장대를 이용하기도 했다.
경찰은 민중총궐기 참가자들이 집회가 예정된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하자 최루액을 섞은 물 등을 직사하거나 무분별하게 난사했다. 당시 종로·광화문 일대에선 최루액이 섞인 하얀색 거품 물이 바닥에 흘러내렸다.
경찰이 난사한 대포로 인한 피해자들도 속출했다. 당시 곳곳에서 경찰이 시위 참가자의 머리에 물대포를 쏘거나, 바닥에 넘어진 참가자를 겨냥해 물대포를 조준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물대포로 수십명이 중상을 입은 것을 비롯, 수천 이상의 참가자가 캡사이신 물대포에 ‘콜록콜록’하며 호흡곤란을 겪었다.
또한 경찰이 이날 사용한 살수 장비 가운데 백남기 씨를 쓰러뜨린 ‘굴절형 살수’의 경우 현장 상황을 눈으로 직접 보지 않은 채 가로 15㎝, 세로 12㎝의 손바닥만한 모니터로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또 이런 위험한 장비를 사용할 때 현장 지휘관이 아닌 살수차 운용 담당 경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살수 방식과 세기 등을 결정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수차 운용지침을 지켰느냐는 지적에 대해 경찰은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들 대상으로 인체 실험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무분별한 ‘파바’ 사용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15일 보도자료에서 "파바의 위험은 아직까지 모두 밝혀지지 않았으나 인체에 '매우 유해한 물질'임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물질 안전에 관한 국제기구가 공식 발표한 자료인 MSDS(Material Safety Data Sheets)에 따르면, '파바'는 눈에 닿거나 입으로 삼킬 경우는 '매우 유해'한 물질이다. '심각한 과량 노출'은 사망을 부를 수도 있는데, 경찰은 시민들을 상대로 난사했다. 지속적으로 파바에 노출되면 장기 손상을 부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파바의 인체 위험성 데이터가 아직 많이 쌓이지 않은 이유는 유해 물질이라 인체 실험 데이터가 없어서"라며 "박근혜 정부는 지금 불특정 다수(아이들과 노약자가 포함된 무장하지 않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위험 물질을 사용한 폭력 진압으로 인체 실험을 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또한 경찰이 분무형으로 뿌리는 캡사이신에 대해서도,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미군의 독성 연구 자료를 인용, 캡사이신이 ‘돌연변이 유발 효과, 발암 효과, (면역 반응) 민감화, 심혈관 독성, 폐 독성, 신경 독성 및 인간 사망’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꼬집었다.
그러나 여전히 경찰 측은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한 것으로, 과잉진압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새누리당은 경찰 등에 더욱 강경대응을 주장하는 등 논란을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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