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새누리당 내 국정화 ‘찬성’ 주장은 친박-비박을 가리지 않고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 자당 의원 95명이 찬성한 ‘국회법 개정안’을 박근혜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굴복해 폐기시키고,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박수 축출’하는데 동참해 ‘청와대의 거수기’이자 ‘북한 따라하고 있다’는 질타를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주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당시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을 반대한 것은 ‘세월호 특별법’ 무력화를 담고 있는 시행령 강행과 연관돼 있다.
당시 ‘유승민 찍어내기’에 소극적으로나마 항의한 의원들은 이재오·정두언 등 일부 중진 의원과 유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소수 의원뿐이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를 앞두고,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159명 전원을 대상으로 국정화 찬반 여부를 묻는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대는 불과 4명(이재오·정두언·정병국·김용태)에 불과했다. 30명은 ‘침묵’을 선택했고, 답변거부는 4명(이완구·강창희·유기준·김상민), 중립은 1명(강기윤),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수감 중인 2명(송광호·조현룡)은 의견을 들을 수 없었다.
이같이 새누리당에서 반대 의사를 드러낸 의원은 극소수로, 모두 수도권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었다.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역사가 권력의 입맛에 맞춰 기술되는 것은 어느 시대고 옳지 않다”고 지적했고, 정두언 의원(서울 서대문을)은 “현행 역사 교과서를 읽어보면 문제가 많다”면서도 “국정화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정병국 의원(경기 여주·양평·가평)도 “편향 문제는 바로잡아야 한다”면서도 “그 방법이 국정화는 아니다. 국정화가 절차적으로도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 없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국정화 논란으로 국론이 분열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용태 의원(서울 양천을)도 CBS인터뷰에서 “국정화를 선언해놓고 ‘따라와라’하니 우리의원들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들 대부분은 현행 검정교과서가 편향돼 있다는 자기 당 주장엔 동의하면서도 ‘국정화는 시대착오적’이거나 ‘의견 수렴 부족’ 등을 지적한 것이다. 적극적인 반대는 없었던 것이다.
“국정화 아니다. 정상화다” “국정교과서는 올바른 역사교과서”
청와대가 ‘역사교과서 정상화’를 강변하는 것을 적극 찬성하는 의원도 많았다.
친이계 김영우 의원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역사교과서가 김일성 주체사상 미화, 대한민국 정부수립 폄하 등 완전히 좌편향으로 흘러왔다. 그래서 국정화 논쟁이라기보다는 정상화 논쟁”이라며 적극 청와대와 발을 맞췄다. 친박핵심 김재원 의원도 CBS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단계에서는 국정교과서로 가는 것이 가장 적절하고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역시 친박계 노철래 의원도 “대한민국에 사는게 부끄럽다고 가르치고 있다. 공산주의 체제가 우월한 나라라고 가르치고 있다”고 강변한 뒤 “하루 빨리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어서 자라나는 세대에게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윤영석 의원도 대정부질문에서 “현실이 오죽하면 정부가 국정화 하겠냐. 검정교과서에 심각한 이념편향적 서술이 가득차 있다”고 말했고, 박인숙 의원도 “이승만 대통령의 위상 재정립이 필요하다”면서 철저히 ‘뉴라이트’에 발을 맞췄다.
“갈등을 최초로 조장한 건 문재인” “선동정치 중단하라”며 野 탓하기도
갈등을 야당 탓으로 몰고가는 의원도 있었다. 양창영 의원은 "야당이 갈등 조장에 앞장서고 있다, 어른들이 나서서 아이들에게 (야당의 주장이) 거짓말로 드러나면 (갈등이)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노근 의원은 “갈등을 최초로 조장한 사람이 문재인 대표”라며 “덮어놓고 국정화 안된다고 했다. 나오지도 않은 교재를 친일독재로 규정하고 공격했다”고 강변했다. 주영순 의원도 “야당이 선동정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한선교 의원도 “야당이 정쟁으로 몰고가지 말아야 한다. 친일독재를 미화한다고 하는데 아직 교과서가 나오지도 않았다. 교과서의 내용을 보고 따져야지 미래 왜곡해서 선동해선 안 된다”며 거듭 선동으로 몰아갔다.
다만 '국정화 불가피론'을 제기한 의원도 일부 있었다. 강석훈 의원은 "국정화라는 형식이 아주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지만 현재의 교과서 시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차선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김세연 의원도 "국정화가 유일한 방법인지에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당·정이 국정화로 방향을 정했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고육지책이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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