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청와대-전경련-어버이연합 등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어버이연합 게이트’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 새노조)는 3일 자사의 ‘어버이연합 게이트’ 축소 보도와 관련 “KBS가 그토록 외면하고 싶은 ‘어버이연합’의 괴물과 같은 행태는 KBS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질타했다.
새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KBS뉴스에서는 노동자, 시민 등 수만 명의 목소리는 늘 축소됐고 수십 명 어버이연합의 목소리가 ‘대등’하게 ‘맞불’로 다뤄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나아가 “공영방송이 여론 조작에 동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 때 어버이연합의 역할을 부풀리는데 앞장섰던 KBS가 이번에는 이들의 존재를 외면하고, 악행을 은폐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꼴”이라며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노동 개악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 인권과 직결된 중차대한 사안마다 KBS는 권력의 책임을 축소하고 진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고 질타했다.
새노조는 특히 지난 2006년 어버이연합이 등장한 이후 전경련은 돈으로, KBS는 뉴스로 어버이연합을 지원했다며 자사 뉴스를 비판했다.
새노조는 지난 2006년 어버이연합 출범 이후 지난달 29일까지 TV를 통해 방영된 KBS뉴스 가운데 ‘어버이연합’이라는 명칭을 직접 거론하며 전한 뉴스 73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73건 중 행사를 방해거나 항의 소동 등을 벌였다는 뉴스가 24건, 맞불 집회 18건, ‘어버이연합게이트’ 관련 18건, 대북 전단지 살포 관련 3건, 기타 10건 등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새노조는 “눈에 띄는 점은 어버이연합이 시민사회단체의 대규모 집회 시위에 맞서 이른바 ‘맞불집회’에 나섰을 때, 집회 참가자 규모의 차이를 무시한 채 대등한 주장인 듯 보도했다”며 사례로 KBS가 지난 2011년 한미 FTA 비준에 반대하는 6천여 명의 대규모 시위대 소식을 전하면서 백여 명 남짓한 어버이연합 회원들의 비준 찬성 집회를 함께 보도함으로써 마치 대등한 국민 여론이 형성된 것처럼 전달한 점을 들었다.
또 지난달 11일 <시사저널>의 보도로 ‘어버이연합 게이트’가 불거졌지만 KBS가 열흘 넘게 모르쇠로 일관하다 4월 22일 아침뉴스에서야 비로소 ‘경실련의 어버이연합 검찰 수사 의뢰’ 소식을 어버이연합 관련 첫 보도로 전했다고 지적했다.
새노조는 KBS가 그 날 이후 18차례 ‘어버이연합’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뉴스를 보도했지만, 그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건은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인 해명과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둘러싼 여야 공방 등을 단순히 다루는데 그쳤다고 비판했다. 결국 KBS가 취재해 발굴해낸 뉴스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새노조는 또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타사 보도를 인용해 ‘어버이연합 게이트’ 관련 소식을 전한 출연 기자를 강제 하차시킨 점도 꼽은 뒤, 사측이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은폐하고 비호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도 반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규탄했다.
새노조는 “KBS가 그 동안 지은 과오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취재 TF를 구성해 어버이연합에 쏟아지는 의혹을 명명백백히 취재해 보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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