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정부가 당초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던 편찬기준을 소리없이 확정한 채 역사 국정교과서 집필에 이미 착수했다고 뒤늦게 시인,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집필진 46명 중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외에는 한 명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물론, 심의진 16명에 대해서도 일체 공개를 하지 않은 만큼, 대놓고 ‘밀실 편찬’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시도 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듭 압박하기 위한 브리핑을 하던 중 기자들의 질의에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은 이달 중순 확정됐고, 이에 따라 집필진이 집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초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지난 11월말 편찬기준을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계속 미루기만 했을 뿐 두달 여가 지난 지금까지 아무 소식도 없다가 뒤늦게 밝힌 것이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지난해 11월 4일 국정교과서의 공정, 투명성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사진출처-오마이TV 영상 캡쳐)
이영 차관은 "편찬기준을 빨리 공개하라는 요청이 있지만 최몽룡 교수 사태도 있었고, 지금은 집필진의 안정적 집필 환경이 더 필요한 상태"라며 "비공개로 가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강변했다. 집필진도 심의진도 편찬기준도 국정교과서가 완성된 다음에야 공개를 할지 안할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편찬기준에는 근현대사를 어떻게 기술하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특히 대한민국헌법은 임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현 정부 인사들 상당수가 ‘1948년’을 건국이라고 강변하며, 뉴라이트의 궤변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이렇게 모든 것을 비공개로 하면 할수록 친일-군사독재 미화 논란을 더욱 부추길 수밖에 없다.
또한 국정교과서 원고 집필은 오는 7월까지 완료돼,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반년만에 교과서를 완성해야 한다. 교과서 하나를 제작하는데 최소 2년 이상이 걸리는데, 이렇게 모든 것을 비밀에 감춘 채 짧은 기간에 졸속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황우여 전 교육부장관과 김정배 국편위원장은 수차례에 걸쳐 집필진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호언했지만, 약속을 모두 무시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앞서 정부와 새누리당이 극찬했던 교학사 역사교과서는 2년반 동안 집필했음에도 2천개가 넘는 ‘오류’가 발견됐다. 교학사 교과서보다 훨씬 졸속이 될 게 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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