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지난해 말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이른바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사건의 시발점으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또다시 지목됐다.
19일 <세계일보> 등에 따르면, 조 전 비서관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김 실장의 지시로 ‘정윤회 문건’을 작성해 보고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구속) 등은 지난 1월부터 ‘정윤회 문건’ 유출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최초 문건 제목은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이후 ‘정윤회 문건’
조 전 비서관은 또한 “2014년 5월 세계일보로 청와대 문건이 흘러들어간 사실을 알고 그 경위를 파악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얘기했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길래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면서 “그래 놓고는 나중에 나한테 국기문란사범이라고 청와대가 뒤집어씌웠다.”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한 조 전 비서관은 “ ‘김 실장이 자신의 교체설이 왜 도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해서 이를 알아보고 ‘정윤회 문건’을 작성해 김 실장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이 청와대와 여당을 중심으로 자신의 교체설이 나돌자 소문의 진원지를 알아보라고 조 전 비서관에 지시한 셈이다. 조 전 비서관이 김 전 실장 교체설 관련 소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정윤회 씨와 보좌진 간 회동 첩보를 입수한 것이다.
지난해 말 세계일보의 보도로 파문이 커진 ‘정윤회 국정개입’ 논란(사진-지난해 11월 28일 세계일보)
조 전 비서관은 이렇게 만든 정윤회 문건을 지난해 1월 김 전 실장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것이다.
결국 ‘정윤회 문건'의 최초 제목은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퇴설과 관련한 언론동향'이었지만 최종적으로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보고할 때는 '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으로 제목이 바뀌었다.
물론 김기춘 전 실장은 이같은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동아일보>가 “김기춘, 교체설 조사 직접 지시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신문 1면에 내자, <동아일보>와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고소하기도 했다. 당시 기사내용에 따르면, 검찰 조사에서 조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이 ‘자신의 교체설을 퍼트린 진원지를 파악하라’는 김 비서실장의 지시로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을 작성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전해진 바 있다.
당시 조 전 비서관의 주된 업무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와 그의 아내 서향희 변호사에 대한 관리 감독이다. 지난 1994년 지만 씨가 마약(필로폰을 윤락여성들과 함께) 투약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 담당 검사가 바로 조 전 비서관으로, 이후 두 사람은 가까이 지내온 것으로 전해진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사진출처-JTBC 뉴스영상 캡쳐)
조 전 비서관은 “박지만 씨 부부가 나쁜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사람들과 자꾸 만나길래 구두경고를 했지만 이를 듣지 않아 그런 인물들의 세간 평판을 간략히 적은 쪽지를 박지만 씨 측에 건네 경고를 하고 전화로 고함을 지르고 끊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런 내용을 청와대 근무 시 윗분과 회식 때 얘기했더니 그때는 ‘잘했다’고 나를 칭찬했는데 지금은 공무상비밀누설이라고 기소해 황당하다.”고 했다며 “홍경식 민정수석도 쪽지를 통해 박 회장 부부에게 경고한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당 혐의에 대해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주임무로 삼고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 본연의 업무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고 거듭 자신의 결백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면서 “우린 열심히 일만 했는데 우리가 한 일을 왜곡해서 힘들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기춘은 여전히 ‘묵묵부답’
조응천 전 비서관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법정 증언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그가 침묵하면 할수록 정윤회 씨와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과의 권력다툼설에 대한 의혹만 키우고 있는 셈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사진-팩트TV 영상 캡쳐)
지난 4월 초,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남긴 ‘성완종 리스트’에도 김 전 실장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의 이름 옆에는 10만 달러라는 금액과 2006년 9월 26일(성 전 의원이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날짜)가 적혀 있다. 그는 파문이 확산되자 다급해졌는지 지난 4월 13일 아침 라디오 인터뷰를 연거푸 두 개나 하면서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 비서실장이 된 뒤엔 성완종 전 의원을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가, 성 전 의원의 비망록이 나오자 만났다고 말을 바꾸기도 해 논란을 자초했다. 결국 검찰이 그에게 계좌추적도, 소환조사도 하지 않으면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또다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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