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팩트9뉴스】오색만남-김기춘 등 청와대 인사, 한겨레 사대로 소송 패소
진행 : 정운현 보도국장 겸 앵커
정운현
오색만남, 매주 월요일은 한 주간의 언론보도를 짚어보는 미디어비평 시간입니다. 오늘도 미디어스 한윤형 기자와 함께 합니다. 한 기자, 어서 오세요.
한윤형
안녕하세요. 그런데 제가 다음 주부터는 미디어스 기자가 아니게 됩니다. 다른 곳으로 가기는 할 건데요. 한동안 자유기고가라고 소개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운현
그렇습니까? 새 출발, 축하드립니다. 이번 주엔 어떤 내용을 준비했습니까?
한윤형
이제 2014년도 며칠 안 남았는데요, 이쯤이면 지난 일 년을 돌아보고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올 한해는 그야말로 다사다난 했다는 말로 밖에 표현이 안 될 정도로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는데요. 청와대가 올해의 마지막 달에 초대형 떡밥을 쏟아냈는데요.
그 연장선상에서 떡밥의 흔적들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 4인이 한겨레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는데요. ‘정윤회 문건’ 관련 세계일보 상대로도 청와대가 소송 걸지 않았습니까. 어쩌면 예고편인 거 같습니다. 이 소식을 전하기 전에, 혹시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시작한 후 기자회견을 얼마나 하셨는지 아십니까.
집권 2년차 인데 한 번 했다고 합니다. 그 한 번이 올 연초 신년 기자회견이었죠. 그래서 하기 싫은 기자회견을 내년 초에 한 번은 더 할까, 뭐 이런 궁금증이 있는 거죠.
정운현
자, 그럼 <한겨레> 소송 건부터 시작해 주시죠.
한윤형
이게 한겨레가 세월호 참사 다음날인 4월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해 홀로 구조된 권모양을 위로하는 장면을 보도했는데요. <쇼크 상태였던 아이가 왜 박 대통령 현장 방문에?>라는 제목으로?기사를 쓰면서 SNS 상의 “정말 아이가 걱정이 되었다면 저 사람 많은 곳에 끌고 나와 수많은 카메라 번쩍이며 그 앞에서 손잡아주며 위로하지 않았겠지”라는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전한 거죠. 이에 대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박준우 전 정무수석, 구은수 전 사회안전비서관(현 서울지방경찰청장), 이명준 행정관 등 4명이 <한겨레> 및 편집국장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소송을 냈는데, 지난 12월 24일 민사재판부에서 원고 패소 판결 나온 것이죠.
재판부는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소송을 내려면 진실이 아닌 보도로 피해를 입은 자가 특정돼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그렇지 않다”며 “김기춘 비서실장 등은 이 보도의 피해에 대해 개별적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언론보도에 대한 청와대의 소송대응이란 점에서 최근 세계일보 ‘정윤회 문건’ 보도에 대한 소송과도 연결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운현
양자가 유사한 사안일까요?
한윤형
물론 법리적으로 본다면 다른데요. 한겨레 기사에선 청와대의 누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세계일보 정윤회 문건 보도엔 십상시란 사람들이 나오니 경우에 따라 특정이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경우 공익적 성격을 가진 보도였느냐 여부로 따져 묻게 되겠고 사실 공익적 성격이 있다고 봐야 맞을 것 같은데, 제가 법 전문가도 아니고 법원 판결을 속단하기는 어렵네요. 하지만 청와대에서 언론대응을 소송으로 하는 부분이란 점에선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청와대에서 언론에 대해 충분히 사실을 설명하지도 않으면서, 뭔가 보도를 내면 사실이 아니라고 겁박한다는 점에선 일치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정운현
그런 점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잘 하지 않는 것과도 연관이 되겠군요?
한윤형
네. 지난 27일자 한국일보에 임철순 논설고문이란 분이 기자회견 관련해서 수위가 높은 칼럼을 쓰셨어요. 제목이 <박근혜 대통령은 왜?>입니다. 서두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왜 대통령이 된 것일까. 취임 2년이 돼가는 시점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방식을 살피다 보면 이런 의문이 자꾸 생긴다. 설마 취직을 하기 위해서? 아니면 어려서 살던 집 청와대에 대한 향수 때문에? 아니면 나라와 결혼했다는 애국애족의 자세를 보여주려고? 아니면 다른 일을 할 줄 몰라서? 이런 불손한 의문이 들 만큼 박 대통령은 지금 혼자서 이 시대를 살고 있다.“라고 하세요, 사실 저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종종 ‘통치’를 하러 오신 게 아니라 ‘거주’를 하러 오신 거 같다, 라는 표현을 쓰거든요. 1년차 땐 좀 조심스럽게 의문을 제기하는 정도였는데, 2년차 땐 단정적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중앙일간지의 논설고문 정도 되는 연륜이 있으신 분도 그런 느낌을 받을 정도가 됐다는 것이죠.
임철순 논설고문은 과거 정부 사례와도 비교를 하는데요. 칼럼 도중에 “취임 첫 해에 김대중 대통령은 8회, 노무현 대통령은 11회, 이명박 대통령은 4회 기자회견을 했지만 박 대통령은 한 번도 하지 않았고,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이후 더 이상의 문답은 없었다. 그나마 지난해 기자회견도 각본에 따른 문답과 정권 편의적 언론사 선정으로 뒷말이 많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운현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 임기 2년 차인데, 그동안 기자회견을 한 번 한데다가 그마저도 ‘각본 문답’으로 말이 많았죠?
한윤형
그렇습니다. 취임한 지 316일 만에 첫 내·외신 기자회견을 연 상황이었는데, 70분 기자회견 내내 사전 조율된 질문과 답이 오가 사실상 ‘자유질문’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질문 내용도 한가로웠죠. 취임 1년이 다 되도록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밝히는 데 소극적이었던 대통령의 심기를 배려한 듯, ‘대통령으로서 보낸 지난 1년의 소회와 정부 2년차를 맞는 각오’가 첫 질문으로 올라 왔구요. 당시 현안 이슈이던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관련 질문은 3번째로 나왔고, 당시 주요 사회 갈등 상황 원인으로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6번째 질문에서야 등장했죠. 채널A의 경우, 대통령에게 퇴근 후 관저에서 무엇을 하는지 사생활을 묻는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아마 퇴임 후 보고서를 읽는다든가, 진돗개를 돌본다든가 답변을 한 것으로 기억납니다. 얼마 전 청와대 실세로 밝혀진 그 진돗개들 말이죠.
그렇다면 올해도 신년 기자회견을 할까요?
한윤형
오늘자 중앙일보 보도를 보면요. 익명을 원한 청와대 관계자가 28일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는 신년 초, 주요 현안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국정 구상을 밝힐 것으로 안다”며 “다만 일문일답을 하기 전 신년 구상을 미리 담화 형식으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군요. 형식은 올해 초 기자회견과 비슷할 거라구요.
신년 기자회견 시기는 올해(6일)보다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고 합니다. ‘정윤회 문건’에 대한 검찰 수사 발표가 내년 초에 있을 예정이고, 관련된 국회 운영위가 9일 소집될 예정이기 때문이라죠. 청와대 관계자는 “수사 결과 발표와 국회 운영위를 지켜본 뒤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느냐”며 “대통령의 메시지가 논란의 종착점이 돼야지 시발점이 돼선 안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역시 민감한 분위기 지나가고 ‘소통’이 아닌 ‘전시’를 위한 기자회견 아닌 기자회견이 될 것 같습니다. 애초 기자회견을 자주 해달라는 것 자체가 시민이 관심을 가지는 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투명하게 견해를 밝히고 답변을 해달라는 건데 ‘소나기 지나가고 날 개면’ 하겠다는 거니까요. 얼마 전 18일 청와대 기자단 송년회에 김기춘 비서실장 등이 불참을 통보하여 무산되는 일도 있었는데요. 상당히 순치됐다고 보는 현 청와대 기자단도 청와대 사람들이 불참하는 송년회를 거부한 셈이죠.
정운현
다른 보수언론들은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까?
한윤형
이러한 ‘불통 청와대’에 대한 비판은 보수언론도 다를 바가 없어서, 동아일보 역시 26일자 사설에서 <신년 대통령 기자회견 아닌 담화라면 안 하는 게 낫다>란 제목으로 “결론부터 말하면 기자회견이 아닐 경우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할 것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시작된 것도 1968년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다”라며 아버지까지 거론하면서 비판했습니다. 동아일보 사설 두 문단 보면서 마무리하죠.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기자회견이나 국민과의 대화를 꺼린 편이다. 미국 대통령들은 월평균 2번꼴로 기자회견을 갖는다. 질문과 답변에 거리낌이 없을 만큼 형식도 자유롭다. 새 장관을 발탁하거나 교체할 때도 대통령이 직접 그 배경을 소개한다. 정치문화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부럽기 짝이 없다.
박 대통령은 유독 심할 정도로 기자회견을 마다하고 있다. 올해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이 취임 후 처음이자 지금까지 마지막 내외신 기자회견이었다. 청와대와 기자단이 미리 질문 순서와 질문 내용까지도 조율한다. 사전에 답변이 곤란한 질문을 걸러내고 대통령이 답변할 때 실수하지 않게 하려는 조치다. 이러니 기자회견 분위기가 딱딱해지고, 기자들은 각본에 없어 보충질문도 못하는 모습만 보이고 만다. 대통령이 국내외 모든 사안을 정확하게 다 꿰뚫고 있을 순 없다. 때론 말실수도 할 수 있다. 그런 것이 두려워 국민의 알권리를 대신하는 기자들 앞에 서는 것을 꺼린다면 정치 지도자로서 자격 미달이다.“
정운현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미디어스의 한윤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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