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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로 해외에까지 ‘민낯’ 드러낸 박근혜 정부
‘여행 자제국’ 지목에, ‘국제사회 골칫거리’ 혹평에…‘조롱’ 대상됐다
등록날짜 [ 2015년06월15일 14시27분 ]
팩트TV 고승은 기자
 
【팩트TV】 메르스 확산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는, 메르스 첫 환자 발생 직후 안이한 대응으로 사태를 키운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가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함께 우리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일 전국 19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메르스 확산 사태에 대해 책임이 가장 큰 인물로는 박 대통령(43.3%)이 꼽혔다. 
 
이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30.4%), 지방자치단체장(11.8%) 등이 뒤를 이었다. 또 감염자 발생 병원·지역 정보도 진즉에 공개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88%)이었으며, 국민 10명 중 7명은 정부 대응에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 악영향은 우려해도, 내 잘못 없다는 정부…또 유체이탈
 
그러나 청와대는 자신들의 무능으로 커진 메르스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자신들이 초기대응 실패에 따른 신뢰상실로 파장이 커졌다는 점에 대해선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민들이) 유언비어와 SNS 상의 사실과 다른 내용들에 대해서도 단단히 대응해달라"며 "과민 반응해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불안해하는 국민들이 소비를 줄여 경제침체가 나타나고 있으며, 그 불안감은 유언비어가 주된 원인인 것처럼 보고 있다는 셈이다. 자신들의 늑장대응에 대해 반성하는 내용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사진출처-한겨레TV 영상 캡쳐
 
또한 같은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메르스 확산과 관련 독자적으로 대응, 호응을 얻고 있는 박원순 시장의 면전에서 만일 지자체가 중앙정부와 조율 없이 독자적으로 대응을 하게 되면, 국민들이 더욱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빈틈없는 공조 체계를 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정면 비난하기도 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과거 사스에 훌륭하게 대처한 참여정부와 비교 대상이 돼 일베에서도 지탄을 받자 “메르스 확산 양상이 사스하고는 다르다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해, 발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 의미 없는 비밀주의로 국제사회 골칫거리 됐다”
 
그러나 외신과 해외 전문가들은 발병 관련 정보를 충분하게 제공하지 못한 정부가 국민 불안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3일자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월드어페어즈'(World Affairs)지는 지난 4일 "시민들의 염려로 혼란을 걷잡을 수 없게 된다면, 정부는 당연히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미국 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듀크대학교 프리실라 왈드 여성학 교수는 특히 "한국정부가 좀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시민들은 미디어나 온라인, 영화 등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이야기를 들으며 공포심을 갖는데 정부는 이런 염려를 세심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출처-YTN 뉴스영상 캡쳐
 
영국 리딩대 바이러스 전문가인 이안 존스 교수는 지난 3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발병 환자 거주지와 환경 등을 공개하는 것이 가장 좋은 통제방법이다."며 "(정부의) 투명한 대처가 메르스 발병을 줄여나가도록 해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상당수 외신들도 이와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8일 "메르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았던 한국 정부가 결국 여론에 떠밀려 24개 메르스 발병 병원 명단을 공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근 허핑턴포스트도 메르스 사태 관련해 "한국정부가 의미없는 비밀주의로 국제 사회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참여정부보다 ‘100계단 추락’한 ‘정책결정 투명성’
 
한국 정부의 ‘정책결정 투명성’은 MB정부 이후로 갈수록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런 외신의 평가의 당위성을 뒷받침해준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 정부의 ‘정책결정 투명성’ 순위가 2008년 44위->2014년 133위로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34위였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100계단 가까이 추락한 셈이다. 
 
8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서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문형포 장관이 말하면 반대로 된다고 해서 '문형표의 저주'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사진출처-YTN 뉴스영상 캡쳐)
 
‘국격’을 그리 강조하던 MB정부 이후 날개없는 추락을 하고 있는데, 2008년 44위에서 2009년 100위로 추락한 뒤, 2010년 111위, 2011년 128위, 2012년 133위, 2013년 137위로 계속 하락 추세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빈국인 캄보디아나 브룬디보다도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이 받은 점수는 7점 만점에 3.1점으로 1위를 차지한 싱가포르(6.1점)와는 두 배나 차이가 난다. 홍콩 4위(5.8점), 대만 9위(5.4점), 일본 11위(5.3점) 등 같은 아시아권역 정부들이 상위권에 위치한 것과도 대조된다.
 
 
‘여행자제’ 국가 전면 확산…관광산업에 직격탄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이에 비례해 국제사회에서도 '한국 기피' 현상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관광객들의 방한이 급감하면서 국내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달들어 전날 11일까지 메르스로 방한을 취소한 외국인은 9만 5,300명에 이른다. 특히 항공업계는 중국과 대만, 일본 관광객들이 예약을 대거 취소함에 따라 2분기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여행 자제령도 잇따라 발령되고 있다. 홍콩 당국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메르스 대응 등급을 ‘경계’에서 ‘엄중’으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한국인 남성이 홍콩을 경유한 것으로 확인된 이후, 메르스 유입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홍콩은 또한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한국 여행을 피할 것을 당부하는 ‘여행 건강 건의’를 배포했다.
 
홍콩 당국은 한국 여행 자제령을 발표한 상태다.(사진출처-SBS 뉴스영상 캡쳐)
 
아울러 홍콩 정부는 지난 9일 한국에 대해 ‘홍색’ 여행경보를 발령했고, 이에 따라 홍콩 여행업협회는 이달 내 한국 단체여행을 모두 취소했다. 홍콩 보안국의 여행경보는 ‘황색’, ‘홍색’, ‘흑색’ 등 3단계로 구분되는데, 건강 관련 문제로 홍색여행경보가 발령된 건 한국이 처음이다. 홍색 경보가 적용된 국가는 한국 외에 이집트와 레바논, 네팔, 파키스탄 등 4개국이며, 모든 여행을 피하도록 한 흑색 경보가 적용된 국가는 내전 상태인 시리아뿐이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정부 역시 한국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고, 메르스 감염국인 아랍에미리트 역시 경기도를 여행주의 지역으로 지정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지난 11일(현지시간) 공지를 통해 자국 의료진과 보건 당국자들에게 담당 환자의 한국여행 여부를 확인하라고 권고했다.
 
러시아 관광청도 지난 8일 주의문에서 "메르스 감염 예방을 위해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의 중동 국가와 한국으로의 여행을 자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메르스 관련 박근혜 정부의 늑장대응은, 결국 해외에까지 조롱의 대상이 되면서 국격 바닥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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