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미국 뉴욕의 총영사관 측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한 미국 언론사 ‘더 네이션’에 수차례 항의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외신에게까지 별다른 이유도 없이 항의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국제 망신’은 물론 해외 언론의 빈축도 살 전망이라 국격이 더욱 바닥으로 추락할 전망이다.
미국의 권위있는 주간지인 ‘더 네이션’은 지난 2일(한국시간) <독재자의 딸이 노동자를 탄압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미국 '더 네이션'지의 '독재자의 딸이 노동자를 탄압하다' 내용의 기사
해당 기사를 작성한 팀 쇼락 기자는 지난 4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보도가 나간 직후 뉴욕 총영사 측이 네이션지 편집장에게 수차례 항의전화를 했다. 직접 만나서 논의하자는 내용의 메일도 보내왔다.”고 전했다.
“자세한 이야기도 없이 막연히 ‘한국이 지난 40년간 굉장한 발전’ 어쩌고…”
특히 네이션지 편집장이 “나와 통화한 그 사람은 자세한 이야기도 없었고 사실관계의 오류가 있다는 지적 혹은 주장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그저 막연하게 '한국이 지난 40년간 이룬 굉장한 발전' 어쩌고 하는 말만 늘어놓았다.”고 했다고 쇼락 기자는 전했다.
쇼락 기자는 이같은 편집장 말을 전한 뒤 "내 기사를 신속하게 한국어로 번역해서 널리 퍼뜨려준 네티즌들에게 감사드린다! 말은 힘이 있다. 아마 오바마 대통령도 귀를 기울일지 모른다.“며 자신의 기사에 아무 논리도 없이 시비를 건 한국정부를 힐난했다.
쇼락 기자는 앞서 지난 1일 <더 네이션>에 실은 <독재자의 딸이 노동자를 탄압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 대통령이 아버지의 발자국을 따라가면서 새누리당의 권위적인 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을 탄압하고 있다."면서 ”복면 시위대를 테러리스트와 동일시하고 이에 맞춰 검찰과 경찰은 집회를 금지하고 강경대처 일변도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이어 "박정희 장군은 1961년 권좌에 올라 79년 암살당할 때까지 철권을 휘둘렀는데, 이 시기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조직을 만들려던 학생과 노동자들을 (박 정권이) 야만적으로 억압했다"며 박정희 정권이 심각한 노동탄압을 저질렀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외신 번역 매체 <뉴스프로>는 쇼락 기자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내 기사의 사실 관계에 대해선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 언론사 겁주려는 조잡한 시도”
쇼락 기자는 <뉴스프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기사에 대해 불평한 것에 대해 “아주 특이하다”며 “만일 내가 한국에서 조그만 잡지에 기사를 썼는데 미국 정부가 편집장에 전화를 걸어 불평하는 것을 상상이나 하겠나? 외교관이 하는 일이 이런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들은 내 기사의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 언론사를 겁주려는 조잡한 시도”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한국정부 관계자들과 만나겠냐는 질문에 대해 “그럴 필요 없다”며 일축한 뒤, “문제가 있으면 편집장에게 편지를 쓰라”면서, 편집장이 이미 답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일 진행된 제2차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의 차벽과 물대포가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일단 집회가 합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있었고, 1차 집회 때 보여준 공권력은 과잉진압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정부는 비웃음거리가 됐고, 대통령의 복면 발언으로 인해 더 많은 비난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도 “한국의 노동 상황은 어떤 면에서 미국과도 유사하다.”고 우려한 뒤, “미국도 생계유지가 어려운 저임금 일자리, 그리고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시간제 일자리가 많이 있다. 말하자면 모든 일자리의 '월마트화'인데 한국도 전체 경제가 이러한 월마트 화를 향해서 가고 있다.”며 “재벌과 외국계 회사들은 더 많은 이익을 남기고 노동운동을 약화시키기 위해 비정규직을 늘리고 연봉제 사원의 수도 줄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강행하려는 복면금지법 추진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의 마스크 발언은 실제로는 자기 자신의 정책을 마스크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그는 한국에 희망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한국의 민주화 세력이 해외의 노동 운동과 국제인권기관과 함께 연대해 일한다면 반드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한국인은 스스로 맞서 자유를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줬다.“고 했다.
한편 팀 쇼락 씨는 여덟살이던 1959년에 처음, 교회 자선단체의 장이던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갔다. 그는 그 이후로 많은 시간을 한국에서 보내며 한국 문제 전문가로 여러 언론에 기사와 논평을 기고하게 됐다. 그는 광주민중항쟁의 상황을 비롯, 한국이 군부독재를 벗어나 민주주의로 전환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1985년 그는 한국을 방문해 광주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과 교류를 나누고 노동운동가와 민주운동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으며 출국 길에 공항에서 체포되어 사진과 문서를 모두 빼앗기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한편, 뉴욕총영사관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한국이 서구국가들이 100년여간 걸린 것을 40년 만에 성취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을 수 없다는 내용을 전하고 싶었다.”며 파문 진화에 나섰다.
한편 박근혜 정권의 외국 언론에 대한 항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달 <뉴욕타임스>는 19일(현지시각) 사설에서 박근혜 정권이 강행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억압적인 정부의 구상' 중 하나로 들며 "박 대통령이 민주적 자유를 후퇴시키려는 작정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정례브리핑에서 “뉴욕타임스에서 사설 등 기사에서 그러한 보도가 있는 것을 우리가 잘 알고 있다.”면서 “뉴욕타임스 측에 그러한 것에 대해서 이해를 도모하고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노력을 할 예정”이라고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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