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피가 거꾸로 솟고 모욕적이었지만, 그래도 대통령을 위해 참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해 6월 25일 비공개 의원총회가 끝날 무렵,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재임 시절 겪었던 당청간의 소통 부재를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마침 그 날은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의원 95명도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며 공개비난해 파문이 일었을 때이기도 하다.
당시 유 전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해 의총이 열렸고, 친박계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한 바 있다. 당시 열렸던 의총에서 김무성 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과거 김기춘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더니 본인도 아닌 비서실 직원으로부터 당분간 만나기 힘들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소통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박 대통령을 위해 참았고, 당이 박 대통령을 뒷받침하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고 토로했다.
‘피가 거꾸로 솟고 모욕적’이었지만 그래도 참았다던 김 대표는 결국 자신을 포함해, 자당 의원 95명이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지난 7월 6일 ‘표결 불참’ 수순을 밟아 결국 폐기시켰다. 결국 김 대표가 청와대에 백기항복하면서, 당시 160석의 공룡여당이 ‘식물여당’으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삼권분립마저 붕괴시킨 건 말할 것도 없다.
당시 김 대표는 “집권여당으로서 대통령 뜻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야당이 (국회법 개정안은)강제성이 있다고 계속 주장을 함으로써 갈등과 혼란이 지속돼 왔다.“며 자신도 합의한 법안인데도 야당 탓을 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이틀 뒤인 7월 8일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압박했고, 유 원내대표는 자당 의원들의 ‘박수 추인’에 따라 원내대표직을 물러났다.
"與 대표에 대한 모욕은 오늘까지만 참겠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해 9월 30일 자신이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합의한 ‘100%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청와대가 청와대 관계자 명의로 ‘졸속’이라고 융단폭격을 가하자 이같이 공개 경고했다, 그는 ‘오픈프라이머리 전도사’를 자처하며 “정치생명을 걸겠다.”고까지 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안심번호제를 비판한) 청와대의 이야기는 다 틀렸다. 이렇게 하면서 당청 간 사이좋게 가자고 하면 되겠나"라며 "당 대표를 모욕하면 여태까지 참았는데,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밝혔다. 그는 나아가 친박계를 겨냥해서도 "인신공격 하지말자.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더 나아가 “전략공천은 내가 있는 한 없다.”고 단언하며, 청와대가 공천에 절대 개입 못하도록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이에 청와대와 친박계가 합심해 김 대표를 집중 공격했다. 이에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략공천은 수용할 수 없지만 당헌당규에 있는 우선추천은 실시할 수 있다.”며 대폭 물러섰다. 그는 더 나아가 "당 특별기구가 '당헌당규대로 당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자'고 의결하면 이것도 수용할 수 있다"고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서도 대폭 물러났다. 결국 청와대의 압박에 1주일도 안 돼 ‘또 참아야’ 했다.
“내가 온갖 모욕과 수모를 견뎌가면서 100% 상향식 공천 완성“
김 대표는 지난 1월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장기 경제어젠다 추진 전략회의' 에서 국회선진화법 문제를 거론하며 당내 친박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김 대표는 당시 "망국법인 국회선진화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느냐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라면서 "그때도 당내 거의 많은 의원들이 반대 했는데 당시 권력자가 찬성으로 돌자 반대하던 의원들이 모두 찬성으로 돌아버렸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러한 잘못을 종료시키려고 공천권에 발목이 잡힌 국회의원에게 정치적 철학과 소신을 굽히지 말라는 뜻에서 100% 상향식 공천을 내가 지금 온갖 모욕과 수모를 견뎌가면서 완성했다"라고 목소릴 높였다. 이는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박 대통령이 선진화법에 찬성하자 친박 의원들이 소신 없이 따라 붙었다는 비난이었다.
또한 적극적 전략공천-인재영입 등을 주장하면서 친박 측이 툭하면 자신을 흔들며 자신에게 모욕과 수모를 안겨주고 있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20% 전략공천” 입장 밝힌 이한구, 김무성 “선거에 지는 한 있더라도…” 승자는 누구?
한편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는 지난 4일 친박계가 민 이한구 의원이 임명됐다. 이한구 위원장은 당일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 있는 공천 신청자를 상향식 기조에 구애받지 않고 과감히 탈락시키겠다“ ”우선공천제(전략공천)도 전국 어디에서나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반발한 김 대표는 다음날인 5일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미 확정돼 국민 앞에 공표된 공천 룰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만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이 위원장에 제동을 걸었다. 그가 주장해온 '100% 상향식 공천'을 크게 흠집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 위원장은 16일 소수자 배려차원에서 전체 지역구의 20%에 달하는 최대 51곳까지 우선추천지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역시 김 대표의 입장과는 정반대로 전략공천을 대거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김 대표는 “우리가 오랜 기간 수차례 거친 토론 끝에 만든 공천룰에 벗어나는 일”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더 나아가 그는 다음날인 17일 비공개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선거에서 지는 한이 있더라도 수용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그는 “공천관리위 내부에서도 합의가 안 된 사안인데 이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월권적 기자회견을 했다.”면서 “이 위원장의 발언은 절대 묵과할 수 없다.”고 거듭 반발했다.
이한구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친박계는 적극 찬성, 비박계는 결사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공천 갈등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TK 지역에 출마한 ‘진박’ 자처 후보들(이재만, 정종섭 등)이 비박 측(유승민, 류성걸 등)에 크게 밀리는 것으로 드러나자 ‘물갈이’라는 명목으로 비박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진박을 앉히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던져지고 있다.
지난해 청와대와 친박계의 합동 공격에, 호언장담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결국은 꼬리내리는 모습으로 일관하던 김 대표가 이번에도 ‘온갖 모욕과 수모를 견뎌가면서’ 참을지, 아니면 전면전을 벌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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