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 3일,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국에 약 2,300여개의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그 중 3개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고 나머지 전체, 고등학교의 99.9%가 편향적 교과서를 선택했습니다. 그들은 다양성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다양성을 상실한 것입니다“
황 총리의 이런 발언은, 박근혜 정권이 교학사 교과서만 ‘편향적이지 않은’ 교과서라고 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이는 박근혜 정권이 ‘올바른 역사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강변하는 ‘국정교과서’는 교학사 교과서처럼 서술될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교학사 교과서는 ‘식민사관’에 찌든 뉴라이트 성향의 집필진이 대거 참여했다가 ‘친일·독재 미화’라는 질타만 듣다, 현장에서 퇴출당한 교과서다. 아울러 2년 반 동안 집필했음에도 2천개가 넘는 ‘오류’가 발견됐다. 게다가 박근혜 정권은 국정교과서를 1년 내외의 기간에 만들겠다고 공언한 만큼, 교학사 교과서보다 훨씬 졸속이 될 게 분명해보인다.
교학사 교과서(사진출처-EBS 뉴스영상 캡쳐)
한편 황 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한 뒤, 새정치민주연합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위위원장인 도종환 의원은 바로 담화문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도 의원은 황 총리가 ‘99.9%가 편향된 교육을 받고 있다’고 강변한 데 대해서도 “검정교과서는 국사편찬위, 검정심위위원들이 교과서 맨 뒷장에 자기 이름 공개하면서 책임을 지고 있고,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라고 명백하게 명시돼 있다. 이 교과서를 2년간 가르쳤다”면서 박근혜 정권하에서 임명된 직원들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임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황 총리가 ‘교학사 교과서 채택이 안 돼서 비민주적이었다’고 강변한 데 대해서도 “(교학사 교과서가)얼마나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충격을 준 교과서였나? 그 교과서는 명성황후를 시해한 살해범의 회고록을 실었던 교과서다. 고종의 긍정적인 인식으로 강화도 조약이 체결됐다고 쓴 교과서다. 쌀 수출했다고 주장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쓴 교과서”라며 뉴라이트 식민사관에 찌든 교과서임을 강조한 뒤, “그런 교과서 채택 안 된 것이 반사회적 교과서인가?”라고 반문했다.
황 총리는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3곳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7일자 <노컷뉴스>에 따르면, 서울 디지텍고와 부산 부성고, 대구 경상여고, 경기도 파주 한민고, 안산공고, 경북 상주공고 등 6곳이었다.
이 중 부산 부성고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씨가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곳이다. 박근령 씨는 지난 7월 말 일본 포털사이트 <니코니코>와의 인터뷰에서 친일 망언을 거침없이 쏟아내 파문을 부른 장본인이다.
박근령 씨는 당시 인터뷰를 통해,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향해선 “이제는 이웃에 대고 (일본을)탓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고, 일본 정치인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에 대해선 “100년 전 조상님이 하신 일이 잘못됐다고 찾아가지 않고 참배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후손으로서 패륜이다. 한국이 일본의 신사참배에 관여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고 거침없이 막말을 쏟아낸 바 있다.
지난 7월 '친일 망언'을 거침없이 쏟아내 물의를 빚은 박근령 씨(사진출처-오마이TV 영상 캡쳐)
또한 박근령 씨는 일본에 과거사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한 번 바람을 피운 남편과 화해한 뒤에서 계속 (남편을)타박하는 것과 같다."며 일본이 한국을 강점한 36년을 ‘바람피운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일본 왕을 ‘천황폐하’, 일왕의 아내를 ‘황후폐하’라고 격상시켜 불러 거센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를 고려하면, 얼마나 현 정권이 ‘뉴라이트’ 식민사관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고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현장 반응도 짐작할 수 있다.
17일자 <노컷뉴스>에 따르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 학생들은 교학사 교과서를 ‘쓰레기’ ‘짐짝’ 으로 취급했으며, 신뢰도 매우 바닥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 중 하나인 서울디지텍고 2학년 김모 학생은 <노컷뉴스>에 "교학사 교과서 최초버전을 접하고 '쓰레기 교과서'라고 생각했다"며 "교정된 책도 편향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 쓸 수 없을 것 같다, 후배들은 쓰지 않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 부성고 3학년 윤모 학생도 "논란을 많이 빚은 교과서라는 건 알고 있다."며 "선생님들도 수업 중에 문제 있는 교과서라고 얘기할 정도"라고 언급했다.
안산공고에선 사회과부도 노릇을 하고 있었고, 대구 경상여고와 부산 부성고에서는 대신 교사가 준비한 인쇄물로 수업을 진행할 정도였다. 파주 한민고는 실제 수업을 미래엔 교과서로 쓰고 있으며, 서울디지텍고도 평소 비상교육 교과서로 수업하고 있다고 <노컷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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