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국정원의 이탈리아 ‘해킹팀’ 프로그램 구입 파문과 관련해, 광범위한 대국민 사찰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5년 참여정부 시절 국정원 전신인 안기부 X파일(도청사건) 수사를 맡았던 황교안 국무총리(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당시 특수 1부 수석검사)의 현재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황 총리와 박 의원은 당시 수사를 진행해 김대중 정부 시절 두 명의 전직 국정원장(임동원·신건)을 구속시키고, 법원에서 유죄 판결까지 이끌어냈으며, 사상 최초로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국무총리와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인 이들의 태도는 철저히 국정원을 방어하는 태도로 바뀌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사진출처-YTN 뉴스영상 캡쳐)
황 총리는 지난 16일 국회 예결특위 답변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해킹 프로그램 구입 자체가 불법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면서 “불법을 조직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적극 국정원을 감쌌다.
검찰 수사 필요성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이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쪽에서 판단해 처리하도록 검토하겠다.”며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황 총리는 거듭 "(국정원이 구입한 해킹 프로그램이) 감청장비인지 아닌지 확인하지 않아 답변드리기 어렵다", "보고 받지 못했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하면서, “국정원에 대한 지휘 책임을 갖고 있지 않다.”며 피해나갔다.
박민식 의원은 황 총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국정원을 방어하고 있다. 그는 지난 17일 "간첩이 모양, 모습도 바꾸는 마당이면 당연히 한국이 많이 쓰는 카카오톡을 쓰고 갤럭시를 쓰는 거다. 그거에 대해서 해킹 능력을 못가지면 최고 정보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며 국정원의 스마트폰-카톡 해킹을 당연시했다.
그는 나아가 "북한이 우리 국민 2만5천명의 스마트폰을 해킹해 금융정보를 빼갔다는 기억이 나는데, 북한이 그렇게 했을 땐 야당에서 조용하게 있고 지금 근거도 없는 해킹프로그램 도입한 것만 가지고 민간사찰용이라 제기하는 건 정치공세"라고 거듭 날을 세웠다.
박 의원은 같은 날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민간 사찰했다고 하면 제가 나서서라도 국정원장을 비롯한 책임자들,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과거 국정원이 국민들 상대로 도청했기 때문에, 국정원이 무슨 일을 하게 되면 괜히 색안경을 끼게 되고 보는 분들이 많이 있지 않는가”라며 “지금 국정원이 거듭나려고 하는데 팩트가 아닌 것으로 계속 민간인 사찰이라 하면 국민에게도, 정보기관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라며 파장이 확대되는 이유를 야당과 언론 쪽에 돌렸다.
또한 박 의원은 지난달 초, 세계 최초로 이른바 ‘SNS 감청법’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범죄수사 및 국가안전보장을 목적으로 경찰과 검찰 그리고 국정원 등 수사기관의 감청을 허용하고, 이를 위해 사업자들은 감청설비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수사기관이 ‘공식적으로는’ 중단한 감청을 합법화하는 것으로, 국정원의 권력을 더 강화하자는 셈이다.
박 의원 등은 법안 취지에 대해 “적법 절차에 따른 감청일지라도 개인 사생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구각기관의 과거와 같은 불법감청 요소를 원천차단하고 합법적 휴대폰 감청을 보장해 주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국가안전 보장’이라는 개념이 모호해 정부에 의해 자의적으로 감청범위가 한없이 넓어질 수 있어, 시민의 사생활 침해가 심각하게 우려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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