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9일 서울고등법원의 260쪽 가까이 달하는 항소심 판결문에는 국정원의 여론조작 활동 내역이 담겨있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지난 대선 국면에서 주요 이슈가 터질 때마다 집중개입해 여론을 가장했다.
재판부가 선거개입으로 판단한 국정원의 활동은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 20일 이후부터다. 이 때부터 12월 19일까지 국정원의 선거 관련 글 13만여 건은 박근혜 후보 지지 및 문재인·안철수 등 야당 후보들에 대한 원색비난 글들이었다.
2009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취임하며 심리전 업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대선이 있던 2012년에는 심리전단도 4개의 사이버팀에 70~80명이 활동하는 조직으로 확대·재편됐고, 방대한 글을 쏟아내 여론조작을 담당했다.
특히 대선 넉 달 전인 2012년 8월에 갑자기 '안철수 룸살롱'이란 단어가 인터넷검색어 1위에 오른 적이 있었는데, 이도 실시간 댓글 작업에 나선 국정원의 작품으로 확인됐다. 이는 박근혜 당시 후보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된 같은 달 20일에 벌어진 일이었다.
‘안철수 룸살롱’ 검색어 1위는 국정원의 작품으로 확인됐다.(사진출처-JTBC 뉴스영상 캡쳐)
안 후보는 방송을 통해 단란주점이 뭔지도 모른다고 말했지만, 이후 월간지에서 룸살롱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는 보도가 나오자, 안 후보가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국정원은 “안철수의 거품은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룸살롱 같이 갔다는 증언이 어디 한두 명이어야 안 믿죠. 거짓말은 또 대박 잘해요” 등과 같은 원색비난 트윗을 1주일 이상 퍼날랐다.
또한 9월 16일 문재인 후보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국정원은 “노무현을 죽인 자가 바로 문재인이다. 노무현 비서실장으로 결국 부엉이 바위에 끌어올린 자는 문재인인 것이다” 등과 같은 문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글들을 리트윗해 확산시키곤 했다.
또한 대선을 한달 앞둔,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시점인 2012년 11월에도 국정원 직원들은 집중적으로 여론조작에 나섰다. ‘아름다운 단일화’는 말도 안 된다는 글들을 마구 올렸다.
서울고등법원은 국정원의 조직적인 ‘댓글’ 등을 통한 대선개입을 인정했다.(사진출처-JTBC 뉴스영상 캡쳐)
반면 2012년 9월 박근혜 후보가 박정희 유신정권 당시 벌어진 ‘사법살인’인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두 개의 법원 판결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자 국정원 직원들은 박 후보를 옹호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의 글을 대량으로 리트윗하고, 직접 옹호트윗도 올리고 서로 리트윗까지 일삼았다.
이 밖에도 국정원 직원들은 과거사 사건 피해자 관련 박 후보의 사과 발언(9월 24일), 안 후보의 다운계약서·논문표절 논란(9월 27,28일), 대선후보 1차 TV토론(12월 5,6일) 등 주요 이슈가 터질 때마다 여론 조작을 일삼았다.
항소심 재판부(김상환 부장판사)가 1심에서는 증거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트위터 글을 증거로 채택해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 법정구속하면서, 국민의 막대한 혈세로 운영되는 국정원의 실시간 대선 개입이 낱낱이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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