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정부시행령 개정은 위헌이라며,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발끈’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17년전 야당 국회의원 시절엔, 정부시행령을 국회가 요구하면 무조건 수정해야 한다는 국회법 개정안에 서명한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결국 자신의 위치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4일 <한겨레>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1998년 12월, 당시 안상수 한나라당 의원(현 창원시장)이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한나라당 동료 의원 33명과 공동 서명했다. 
 

 

당시 발의된 개정안 제98조의 2는 "중앙행정기관의장은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배되거나 법률의 위임범위를 일탈한다는 등의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의견이 제시된 때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당시 박 대통령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현재 논란 중인 개정안의 "수정·변경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는 부분과 비교할 때 훨씬 더 강제성을 부여하고 있다. 

 

박 대통령 등은 개정안을 제안하며 "국회가 법률로 행정부에 위임한 행정입법이 많아지고, 국민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국회가 법률의 입법정신에 따라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를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 대통령과 함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모두 야당인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여야의 정권 교체가 이뤄진 상황(김대중 대통령 집권 첫해)에서 행정부를 통제하기 위해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법안은 1999년 8월 소관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에 회부됐으나, 2000년 5월 15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이런 논란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4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발의가 아니고 서명이었다."면서 "박 대통령은 1998년(재보궐선거로) 국회에 들어갔다. 안상수 의원(당시 같은 초선의원)이 사인해달라니 안 해 줄 수 있나"라고 궁색한 해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