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경찰이 사람을 대신해 3차원 영상으로 시위를 하는 '홀로그램 집회(유령집회)'에 대해서도 실제 집회 및 시위에 준하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혀 빈축을 사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4일 저녁 8시30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북측에서 '2·24 앰네스티 유령집회'를 연다고 22일 예고했다. 이들은 광화문 광장에 가로 10m, 세로 3m 특수 스크린을 세워놓고 여기에 홀로그램 영상을 비추는 방식으로 홀로그램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은 이를 위해 서울시로부터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를 받았다.
이른바 홀로그램 집회, 유령 집회(사진출처-YTN 뉴스영상 캡쳐)
이에 대해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홀로그램 시위도 구호를 제창하는 등 집단 의사를 표현하면 집회·시위에 해당한다."며 "홀로그램 시위가 순수 문화제를 넘어설 경우 불법 예방 차원에서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홀로그램으로 구호를 제창하는 등 집단 의사를 표현하면 그 자체가 집회·시위"라고 주장했다. 현장에 모인 사람들이 아니라 홀로그램 영상 속 등장인물들이 구호를 외치는 것도 집회-시위에 해당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경찰 측의 발언에 대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트위터를 통해 ▲이미 문화제로 신고된 행사의 내용을 경찰이 왜 판단하고 검열하나 ▲집회든 문화제든 우리 모두에게는 자유롭게 말하고 표현할 자유가 있음 ▲집시법이 얼마나 자의적으로(아전인수!) 해석될 여지가 많은가 ▲신고제라는 집회가 사실상 경찰이 집회 내용을 검열하고 판단하고 허락해서 이루어지는 셈이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경찰이 ‘유령들이 구호를 제창해도 집단 의사표현이라 제제가 가능하다’고 강변한 데 대해선 “경찰은 유령들도 때려잡을 것인가? 유령에게도 물대포를 쏘고 차벽으로 행진을 막을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한편, 120여명이 참여해 만든 홀로그램 영상은 시민 발언과 참가자들이 행진하는 모습, 구호를 외치는 장면 등 10분 분량으로 구성됐다. 앰네스티는 이를 세 번 반복해 총 30분 동안 틀 계획이다.
홀로그램 집회는 지난해 4월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시도됐으며 이번이 세계에서 두 번째 시도다. 당시 스페인 당국이 공공건물 인근에서 시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최대 7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시민단체가 사람 대신 3차원 입체영상을 만들어 이 법안을 풍자했던 것으로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이 행사를 기획한 이유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경찰이 청와대 인근 집회시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물대포와 최루액 등을 대량 사용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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