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사관 앞에 놓인 소녀상, 그 옆에 놓인 故 최현열 씨의 종이 영정과 국화꽃(사진-고승은)
【팩트TV】 지난 12일 광복 70주년 기념 수요집회에서 일본정부의 사죄와 친일 부역세력 청산, 박근혜 대통령 동생 박근령 씨의 충일 망언 등을 규탄하며 분신했다가 9일만에 세상을 떠난 故 최현열 씨의 일본 대사관 앞 임시분향소 설치를 경찰이 방해하고 영정을 탈취하는 일까지 벌어져 파문이 일고 있다.
최 씨를 추모하기 위해 구성된 '독립운동가 후손 최현열 선생 서울시민대책위원회'는 21일 오후 2시 40분경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위안부 소녀상 옆에 최 씨 영정을 놓고 임시분향소를 설치했다.
최현열 씨 분향소 침탈을 막기 위해, 경찰에 둘러싸였음에도 주위를 지키고 있는 시민들(사진-고승은)
최현열 씨가 분신하면서 남긴 ‘7천만 동포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글을 인쇄해서 팻말로 들고 있는 시민들(사진-고승은)
그러나 종로경찰서 측은 이날 밤 10시 넘어서까지 총 8차례에 걸쳐 분향소를 침탈하고 영정을 5차례나 탈취 하거나 파손했다. 시민들이 준비해온 추모물품들도 역시 강탈했다. 특히 한 차례는 경찰 한명이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재빨리 영정을 날치기해서 달아나, 시민들의 강한 규탄을 받았다.
22일 오후 8시 30분경, 최현열 씨의 영정을 치우기 위해 침탈한 경찰(사진-고승은)
경찰의 최현열 씨 분향소 침탈을 막다가, 휠체어가 뒤집히며 땅바닥에 쓰러진 장애인(사진-고승은)
참석 시민들이 영정액자를 뺏길 때마다 다시 영정액자나, 종이에 인쇄한 영정사진 앞에 국화꽃을 놓으며 분향을 계속했지만, 경찰 수뇌부는 그 때마다 다시 탈취해오라는 명령을 내려 빼앗아 갔다.
이같은 과정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휠체어가 뒤집혀 다치기도 했고, 젊은 여학생이 경찰에 밀려 몸을 다치기도 했다. 경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분향소를 지키는 시민들을 완전히 에워쌌다. 이에 대해 분향소를 지키고 있던 시민들은 경찰들에게 “일본 순사보다 더하다” “니들이 사람이냐”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또 경찰에게 항의하던 전태일 열사 동생 전태삼 씨가 몸싸움 과정에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다. 전 씨는 현장에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강북성심병원으로 급히 이송되기도 했다. 전 씨는 의식을 찾았으나 현재 입원 중이다.
최현열 씨의 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시민들(사진-고승은)
최현열 씨 분향소 침탈을 막기 위해 서로 팔짱을 낀 시민들(사진-고승은)
최현열 씨 영정을 경찰에 빼앗기자, A4용지에 인쇄된 영정을 두고 분향을 이어가는 시민들(사진-고승은)
경찰은 대책위 측에서 소녀상 앞 도로에 대한 '사전 점용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도로교통법을 주장하며, 이같이 시민들의 추모를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책위 측은 분향소 설치는 사전 신고 등이 필요하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책위 측에 따르면 경찰은 새벽 5시 30분경, 경찰버스 두 대를 소녀상 앞에 차벽으로 세우고 경찰병력을 투입, 아예 분향소 장소 자체를 봉쇄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녀상이 일본대사관을 바라보지 못하고 그 앞이 가로 막힌 것은 소녀상이 세워진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대책위 측은 덧붙였다.
최현열 씨 추모객들을 완전히 에워싼 경찰(사진-고승은)
대책위는 “23일 최 씨의 발인이 있기 전까지 분향소 설치를 위한 활동은 계속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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