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예상대로 대법원이 ‘대선개입’ 혐의로 항소심에서 구속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사실상의 면죄부를 부여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6일 공직선거법·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전 원장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증거능력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고 사실관계를 잘못 판단한 오류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의 사실관계는 검찰이 제출한 핵심 증거인 이메일 첨부파일의 증거능력이 부인되면서 유지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치관여나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실체 문제인데, 전체적으로 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법원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사실 심리를 할 수는 없다.”며 “적법 증거에 의해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 범위를 다시 확정하라고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유·무죄 혐의를 판단하지 않았다.
핵심은 1심과 2심에서 유ㆍ무죄를 갈랐던 국정원 직원 김모 씨의 이메일 첨부파일(27만 트윗글)에 대한 증거 능력 여부였다. 재판부는 이같은 증거를 인정한다면서도 “해당 파일 내용을 살펴보면 그 출처를 알 수 없는 언론 기사 일부 및 트윗 글과 심리전단 직원이 사용하는 것을 추정되는 아이디 등으로 정보 취득 당시나 직후에 반복적으로 어떻게 사용됐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사진출처-뉴스타파 영상 캡쳐)
이어 재판부는 “당시 작성됐다고 하더라고, 실제로 어떻게 업무에서 사용됐는지 알기도 어렵고, 이러한 파일의 형태가 다른 직원에서는 발견 되지 않아 관행적ㆍ통상적 문서라고 보기 힘들다”고도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원 전 원장의 보석 청구는 기각했다.
앞서 1심 재판부(이범균 부장판사)는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면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김상환 부장판사)는 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물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해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2심 재판부는 트위터 계정 716개와, 27만 트윗글을 증거로 인정했다.
그리고 이에 기초해 대선 기간인 2012년 8월 이후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글과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방 글이 늘어나는 정황들을 고려해 선거에 개입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대법원을 향한 질타의 목소리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대법원은 박정희 유신독재시절 만행인 ‘긴급조치’를 ‘고도의 정치행위’라고 판단해,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잇달아 기각한 바 있다.
대법원이 이렇게 초헌법적 악법이라 불리는 긴급조치에 면죄부를 줌으로서, 박근혜 정권에 철저히 순종하고 있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앞서 상위기관인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를 ‘위헌’이라고 판단했음에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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