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댓글‘을 통한 국정원 대선개입의 주범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가 원 전 원장에게 노골적으로 유리한 쪽으로 재판을 진행한다는 편파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이에 부장검사가 편파적인 재판진행에 항의해 자리를 뜨기도 했다.
<노컷뉴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 30일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시철) 심리로 열린 4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박형철 부장검사가 편파적인 재판 진행에 항의해 퇴정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의견서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문 표현 하나하나를 트집잡으면서 문제가 커졌다. 재판부는 미리 수십장의 질문지를 준비해오기도 했다.
<노컷>에 따르면, 질문은 가정법으로 '~라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는 형식이었는데 대체로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의 입장을 그대로 옮겨왔다.
오전에 재판부는 국정원법 3조1항1호에서 국정원 업무로 규정한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에서 '배포'의 범위를 문제삼기 시작했다. 일반 국민에게 사이버상으로 정보를 배포할 수 있는 것도 통상 업무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변한 것이다.
<노컷>에 따르면,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이 신분을 노출한 상황에서 사이버 활동을 하면서 일반 국민에게 대공 업무를 배포하는 경우는 적법하느냐"고 묻자, 검찰은 "민주주의 대명천지에 국정원 직원이 신분을 노출하고 올리는게 가능하냐. 1%라도 가능성이 있는 것을 물어달라"고 맞받았다.
재판부가 "꼭 이름을 밝히는 것이 아니고 국정원 공식 SNS가 있을수도 있지 않느냐. 홈페이지에 올릴 수 있지 않느냐"고 주장하자, 검찰은 "신분 노출은 국정원직원법상 처벌을 하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오후에도 재판부는 변호사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법적 논리까지 찾아내며 편파 진행을 이어갔다.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던 2심 재판부의 판결문이나 검사 측이 제출한 의견서에서 등장한 표현에 대해 앞뒤 맥락을 자르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노컷>은 밝혔다.
급기야 재판부는 "2005년 3월 참여정부 시절부터 국정원의 대북 사이버 심리 전담팀이 설치됐기 때문에 이 기간의 모든 사이버 활동을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참여정부까지 걸고 넘어졌다고 <노컷>은 전했다.
이에 검찰은 "2005년부터 역대 국정원장들을 불러 다 심리하고, 나머지 모든 오프라인 업무에 대해서도 심리하자는 것이냐"며 "기왕 이렇게 된 것 다 불러서 심리하자는 것에 동의한다"며 대응했다.
급기야 재판장인 김시철 부장판사는 고서 <손자병법>을 인용해 국정원 댓글 공작을 어이없게도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탄력적인 용병술’에 빗댔다. 김 재판장은 “손자병법을 보면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병력을 움직이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는 등 탄력적인 용병을 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다. 수천년 전부터 제기되는 이런 주장에 대한 양쪽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자 박형철 부장검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법정을 떠났다.
통상적으로 검사와 변호사가 논쟁을 벌이는 것과 달리, 드물게도 검사와 판사가 논쟁을 벌인 것이다.
한편 김시철 부장판사는 지난달 2일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서울고법 형사7부)는 "1·2심 판결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고 주장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원 전 원장의 구속여부를 결정지었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뿐만 아니라, 두 재판 모두 유죄로 판결했던 국정원법 위반 혐의까지 재심리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지난달 6일에는 8개월째 구속 중이던 원 전 원장을 보석으로 석방한 바 있기도 하다.
한편 다음 5차 공판준비기일은 11월 13일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