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국가보훈처가 광주의 옛 전남도청 앞에서 제11공수특전여단이 참여하는 한국전쟁 기념 시가행진을 계획, 논란을 자초했다. 11공수여단은 1980년 5월 계엄군으로 광주에 투입돼 금남로에서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집단발포를 가한 부대다. 바로 그 현장에서 '11공수' 시가행진을 기획하는 어처구니없는 계획을 한 것이다.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11공수여단 소속장병 50명은 오는 25일 한국전쟁 발발 66주년을 맞아 참전유공자와 시민, 학생 등과 함께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옛 전남도청까지 도심 1.4㎞를 행진하는 퍼레이드에 참여하도록 돼 있었다.
광주지방보훈청이 관계기관에 발송한 협조공문 계획안에 따르면 행진에는 11공수여단과 함께 광주 민중항쟁 진압에 투입된 육군 31사단 장병 150명도 참여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11공수여단은 5.18 당시 7공수여단과 계엄군으로 투입돼 옛 전남도청 앞 금남로에서 광주시민들에게 집단 발포해 3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또 5.18 당시 광주시 동구 주남마을 민간인 학살을 자행해 17명이 숨진 바 있다. 파문이 일자 국가보훈처는 이를 부랴부랴 철회했다.
야당들은 이같은 계획과 관련, 일제히 질타하며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19일 논평에서 “광주의 아픔과 상처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다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계획이다. 국가보훈처 스스로 광주의 거룩한 정신을 모욕하고, 조롱한 것”이라며 “5.18 기념곡 제창부터 시작하여 결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들을 저지르고 있는 국가보훈처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박승춘 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광주의 희생과 아픔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폄훼하려는 박승춘 보훈처장의 비정상적 사고의 일단이 드러난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의 문제아인 박승춘 처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011년 국가보훈처장에 임명된 박승춘 처장은 전두환 씨의 경호실장 출신이기도 하며, 보훈처장으로 재직하면서도 대선개입 논란 등에도 휩싸이는 등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청와대에서 여·야 3당 원내지도부와 회동을 갖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공식기념곡 지정 문제에 대해 '국론분열의 문제가 있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그 부분을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보훈처는 불가 방침을 밝혀, 지난달 5.18 기념행사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이 무산된 바 있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같은 보훈처의 거부방침에 대해, 박승춘 처장이 박 대통령에게 항명한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으나 실제론 박 대통령의 ‘무언의 명령’이 있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배적 분석이다. 당시 기념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올 때, 황교안 국무총리나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등은 입을 꾹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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