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검경이 세월호 추모집회 당시 수사 범위와 무관한 내용까지 ‘팩스 영장’ 한 장으로 확보하는 편의적 카카오톡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또다시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세월호 사건과 관련 지난해 5~6월 ‘가만히 있으라’는 침묵행진을 제안한 대학생 용혜인 씨의 변호인 김종보 변호사는 29일 “서울중앙지법에 경찰과 검찰의 위법한 압수수색에 불복하는 준항고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사진 가운데가 제안자 용혜인 씨(사진-고승은)
수사기관이 직접 압수수색 현장에 가지 않은 채 포털·통신사·금융기관 직원에게 관련 자료를 대신 찾아 제출하라고 하는 것은 ‘영장주의’에 위배된다는 취지다. 준항고는 검경이 한 처분에 이의가 있을 때 법원에 이를 취소·변경해달라고 청구하는 제도다.
지난 5월 18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연행된 용 씨를 수사하던 은평경찰서는 지난해 5월 24일 스마트폰과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압수수색하겠다며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을 발부받았다. 당시 경찰은 추모집회에서 용 씨를 비롯해 100명 가까운 시민들을 연행한 바 있다.
경찰은 카카오(현 다음카카오) 본사에 직접 가지 않고 이틀 뒤 이 영장을 팩스로 보내 ‘집행’에 나섰다. 카카오 법무팀 직원은 5월 20~21일 이틀치 카카오톡 대화방 57개의 대화 내용(A4 용지 88쪽 분량)을 서버에서 찾아내 경찰에 넘겼다. 포털 직원 등은 대화 내용이 수사 대상인지 가려낼 능력도 권한도 없는 만큼, 사실상 영장에 기재된 시기의 모든 개인 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기는 식으로 대처해 왔다.
이런 방식으로 경찰이 압수한 대화 내용에는 용 씨가 ‘초청’만 받았을 뿐 아무 글도 남기지 않은 대학 새내기 대화방(참여자 67명)의 대화내역, 용 씨와 직접 대화하지 않은 사람의 대화내역을 비롯, 용 씨가 단체 카톡방에 입장하기 전과 카톡방에서 나간 이후의 대화내역까지 포함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용 씨에 따르면, 57개의 대화방엔 모두 400명이 넘는 대화상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용 씨는 “엄마가 밥먹었냐고 물어보는 카톡, 남동생한테 빨래하라고 세탁기 돌리는 법 알려주는 카톡, 나 새내기 때 학생회장이었던 학교 선배가 고생한다고 응원하는 카톡도 싹 털렸다.”면서 “압수수색과정에서 (자신은) 하나도 참여하지 못하게 해놓고 증거로도 사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경찰은 압수수색 대상을 최소화하려는 노력 없이 범죄 혐의와 무관한 이들의 사적 정보까지 쓸어담은 셈이다.
용씨는 경찰이 MT 비용을 걷는 후배들의 대화까지 압수한 사실을 지난달 재판 과정에서야 알게 됐는데, 압수수색 1년 만의 일이다. 검찰은 그런 식으로 확보한 88쪽 분량의 대화 내용 가운데 어느 것도 재판에 쓰지 않았다.
용혜인 씨는 30일 <팩트TV>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찰이 카카오톡 측에 열흘치의 대화내용을 청구했는데, 이틀치 (대화내용)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그 내역을 다 본 것으로 안다.”며 “경찰이 카카오톡 측에 팩스로 영장을 보낸 뒤, 이메일로 압수수색 내역을 첨부 받아서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용 씨는 “지난해 5월 18일, 6월 10일 연행된 건 등으로 인해 아직 1심 재판을 받고 있다.”면서 “이번에 (김종보)변호사가 수사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해서 열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번 카카오톡 압수수색 내역을 확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한겨레>에 “용 씨를 수사한 경찰이 우리 쪽에 사후적으로 영장 원본을 제시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한 뒤 “지난해 10월 카톡 사찰 논란 이후 영장에 ‘범죄 혐의와 관련된’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을 경우 수사기관 관계자를 직접 본사로 불러 압수 대상 대화를 선별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이 모든 과정이 당사자 입회를 보장한 가운데 범죄와 관련한 정보를 압수하고, 이후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규정 등을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려면 (당사자가 언급되거나 참여한) 일부 개인적인 내용까지 볼 수밖에 없다”면서 “수사기관 종사자가 수사 과정에서 본 개인 정보를 유출하면 처벌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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