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팩스영장’을 통한 검경의 카카오톡 대화내용 압수수색이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유환우 판사는 7일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가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카카오톡 대화기록은 위법 수집한 증거로 보이므로, 증거로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고 팩스를 보내 자료를 받는 ‘팩스 영장’ 집행이 관행처럼 이뤄져 왔다.”며 “사후에라도 영장 원본을 제시하거나 압수수색 목록을 교부하는 등 절차를 지키지 않는다면 형사소송법이 정한 영장주의의 본질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정 부대표는 지난해 6월 10일, 청와대 인근에서 세월호 사건의 책임자 처벌 및 박근혜 대통령 퇴진 등을 요구하는 '청와대 만민공동회'를 진행하면서, 경찰의 해산 명령에 응하지 않아 집시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그는 한 달여 뒤 보석으로 석방된 상황에서 계속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검찰은 다음카카오에 팩스로 정 부대표 카카오톡 대화내용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해 논란이 됐다. 검찰은 영장의 원본을 제시하지 않았고, 카카오 본사를 방문하지도 않았다. 사실상 카카오 직원에게 ‘대리 수색’을 맡긴 셈이다.
또한 지난해 ‘가만히 있으라’라는 침묵시위를 제안한 용혜인 씨도 정 씨와 유사한 사건을 겪고 지난달 말 법원에 준항고장을 제출한 바 있다. 경찰의 용 씨에 대한 카카오톡 압수수색 또한 영장 원본이 아니라 팩스로 이루어졌다.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이하 긴급행동)은 7일 논평을 통해 “이번 사건으로 수사기관이 민간회사에 영장집행을 사실상 위탁하고 위법적 압수수색을 관행으로 일삼아 왔음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에 대하여 법원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제동을 건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전했다.
또한 긴급행동은 “정 씨에 대한 압수수색은 범죄 수사의 필요와는 무관한 사실상의 사찰이었다. 정씨는 영장의 내용은커녕 영장 발부 사실 자체도 알지 못하다가 3개월이 지나서야 경찰로부터 집행사실 통지서를 받고 자신이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고 언급했다.
긴급행동은 “수사기관은 정씨에 대한 단 한 번의 압수수색으로 정씨와 같은 대화방에 있었던 2368명의 반일치 대화 내용과 전화번호를 싹쓸이했다. 그 대부분은 정씨와 대화하지도 않았는데 같은 대화방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압수수색 대상이 되었다.”면서 “범죄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압수수색 대상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없이 혐의와 무관한 사적 정보까지 모두 쓸어 담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 부대표는 지난해 10월, 이같은 내용의 ‘카톡 사찰’을 폭로한 바 있고, 이에 따라 시민들의 ‘사이버 망명’이 잇따르기도 했다. 사태가 커지자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검찰의 ‘감청영장 불응’을 선언하며 초강수를 두는 등 서둘러 파문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정 부대표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정 부대표는 최후진술에서 “당시 집회가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위협하는 집회가 아니었기 때문에 해산명령에 응할 이유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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