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지난 대선 직전과 박근혜 정권초기에 정부여당이 총공세를 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이 법원에 의해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고, 이를 감추기 위해 대화록 삭제를 지시했다."는 여권과 검찰의 논리가 무색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동근 부장판사)는 6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를 공모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된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종적인 완성본 이전 단계의 초본들은 독립해 사용될 여지가 없을 뿐 아니라, 완성된 회의록 파일과 혼동될 우려가 있다."며 "속성상 폐기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사진출처-KBS 뉴스영상 캡쳐)
또한 재판부는 "국정원에서 1급 비밀로 대화록을 생산하기에 이른 상황에서 대화록 파일은 더 이상 보존·사용가치가 없고, 오히려 최종 완성된 단일본을 전제로 하는 녹취자료의 초본으로서 속성 및 비밀관리 관련 법령의 취지에 비춰 폐기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은 그동안 여권과 검찰이 주장하는 "사초(史草) 폐기"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무죄를 선고받은 백 전 실장은 선고 후 "재판 결과는 사필귀정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이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며 "공명정대하게 객관적으로 이번 사건을 심판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사법부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근혜 후보 측은 지난 대선당시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했다고 공세를 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에도 "사초 실종은 국기문란"이라며 검찰에 참여정부를 향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에 수사결과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자신의 발언을 감추기 위해 백 전 실장 등에게 회의록 미이관을 지시했고, 이들이 지시에 따라 회의록 초본을 삭제하고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백 전 실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고, 지난달 19일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에게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새누리, 대선-위기탈출용으로 써먹다가…논란 사그라들자 거짓 시인
앞서 지난 대선을 두달여 앞둔 10월 8일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정상회담 대화록 속에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NLL 때문에 골치 아프다.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까 앞으로 남측은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봤다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발언을 했다'며, 이후에도 언론과 브리핑 등을 통해 같은 주장을 반복해왔다.(사진출처-채널A 방송영상 캡쳐)
그는 2013년 6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여야가 국정조사에 잠정합의하자 "국정원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라며 국정원이 보관 중이던 대화록을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정상회담 대화록은 그렇게 여권의 필요에 의해 수차례 악용됐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NLL포기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이번 재판부의 판결을 통해 대화록 폐기 의혹도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 이는 결국 새누리당 측이 있지도 않은 NLL 포기를 주장해 대선용 및 국정원 대선개입 물타기용으로 쓰기 위해 공작을 한 셈이다.
논란이 사그라진 이후, NLL 공세를 주도했던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5월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하지 않았다.”며 자신들의 거짓 주장을 시인했다.
검찰의 이중태도 논란…새누리엔 솜방망이-참여정부엔 철퇴
한편 검찰은 지난 6월, 대화록 유출관련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권영세 주중대사, 남재준 전 국정원장을 비롯해 서상기, 조원진, 조명철, 윤재옥 의원을 모두 무혐의 처리하고, 정문헌 의원만 재판에 넘겼다. 특히나 김무성 대표는 속칭 ‘찌라시’에서 NLL 대화록을 알게 됐다며, 지난 대선 유세 당시 회의록 일부를 거의 그대로 낭독한 바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당시 박근혜 후보 선대위원장)는 속칭 ‘찌라시’에서 NLL 대화록을 알게 됐다며, 지난 대선 유세 당시 회의록 일부를 거의 그대로 낭독한 바 있다.(사진출처-한겨레TV 영상 캡쳐)
반면 검찰은 참여정부 인사인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에겐 각각 징역 2년씩을 구형했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 인사엔 철퇴를 가하고 새누리 측 인사들에겐 솜방망이를 휘두른 만큼, 검찰의 이중적인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NLL 대화록을 유출한 정 의원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이 벌금 500만원을 구형한 것보다 2배 많은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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