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지난해 12월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사조산업 소속 ‘501오룡호’가 침몰했다. 참사로 탑승인원 60명중 단 7명만이 구조되고 53명이 희생됐다. 아직 26명(한국인 5명)의 시신은 찾지 못했다. 지난달부터 러시아 해역의 입어활동 금지기간이 시작되면서 수색이 중단됐다.
유족들은 분향소 설치와 실종자 수색 대책 등을 오룡호 선주인 사조산업 측에 요구했다. 사조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가족들은 이에 항의하며 지난달 5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사조산업 본사에 들어가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측은 지난달 30일 가족들을 한겨울에 길거리로 몰아냈다. 그렇게 가족들의 노숙농성이 사조산업 본사 앞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참사 71일째인 지난 9일, 오룡호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사조산업 본사 앞을 찾았다.(사진-고승은)
참사 71일째인 9일 오후 오룡호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사조산업 본사 앞을 찾았다. 눈발까지 날리고 밤엔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추운 날씨인데다, 그늘진 곳이라 바람도 더욱 세차게 불었다.
현재 여섯 가족이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 가족당 한 명씩 나와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의 핵심요구는 ▲본사에 분향소 설치 ▲실종자 수색대책 마련 ▲책임자 처벌 및 진상규명 등이다.
가족들의 주장에 의하면, 이곳에 천막이나 텐트 치는 것도 서대문경찰서에서 허락하지 않는다면서, 결국 비닐을 덮어가며 추위를 견디고 있다고 전했다.
한 가족은 “53명이 죽은 대형 참사인데도, 언론에서 제대로 보도가 되지 않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오룡호가 침몰한 그 시기엔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논란과 대한항공 ‘땅콩 리턴’ 사건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가족은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도 오룡호가 뭔지 잘 모른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또한 다른 가족은 “사조산업에서 노숙하고 있는 가족들을 어떻게든 회유해서 부산으로 다시 내려 보내려고 한다.”며 “그래야 언론에 이슈화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오룡호 가족들이 천막이나 텐트도 치지 못한 채 비닐 안에서 식사하고 있다.(사진-고승은)
한편 사조산업은 오룡호 가족들과 “평균 3억 4천만 원에 합의”하고 “원양업계 현실을 고려할 때 최고 수준의 보상금”을 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상금 자료를 분석해보니, 이 금액의 대부분은 사조산업이 선원법상 의무가입한 보험사가 지급하는 돈이었다. 사실상 책임회피를 하는 것이다. 사고 직후 사조산업은 정부와 마찬가지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가족들에 약속했지만, 약속은 결국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5일엔 오룡호 가족들이 세월호 가족들과 연대기자회견을 연 뒤, 사조산업 측과의 면담을 위해 본사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서대문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입구를 가로막아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 6일엔 새정치민주연합 안전사회추진단 노웅래, 부좌현, 백군기 의원 등이 사조산업 본사를 방문했다. 이들은 사조산업 측에게 “노숙농성 중인 유가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사조산업 측은 보상 문제를 비롯한 향후 대책들을 9일까지 마련해 안전사회추진단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9일 저녁까지도 가족들은 어떠한 소식도 전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세월호도 오룡호도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게 국가는 없었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책임자처벌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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