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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세월호' 오룡호, 그날 밤 무슨 일이?
[팩트9뉴스] 기획취재-'제2의 세월호' 오룡호, 그날 밤 무슨 일이?
등록날짜 [ 2015년01월22일 10시14분 ]
팩트TV
 




 【팩트TV-팩트9뉴스】기획취재-'제2의 세월호' 오룡호, 그날 밤 무슨 일이?
 
 
진행 : 정운현 보도국장 겸 앵커
 
정운현
작년 12월 1일, 각종 시상식과 송년모임으로 사람들이 들떠 있던 그 때, 러시아 베링해 해상에서 배 한 척이 침몰했습니다. 이 배는 국내의 대표적인 참치회사인 사조산업의 명태잡이 트롤선으로 한국인 11명 등 60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사고 당시 그곳은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 파고도 4미터나 됐다고 합니다. 이날 사고로 한국인 선원 5명을 포함해 선원 53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습니다. 몇몇 유가족들은 사조산업과 정부를 상대로 투쟁에 나섰는데요, 오늘 기획취재에서는 ‘오룡호 사고’를 짚어볼까 합니다. 임 기자, 우선 ‘오룡호 사고’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임경호
네, 지난해 12월 1일 러시아 서베링해 해상에서 조업을 하던 사조산업의 ‘501오룡호’에 많은 양의 바닷물이 흘러들어와 배가 침몰했는데요, 53명이 죽거나 실종됐고 7명만 생환한 사건을 말합니다.
 
정운현
원양어선이라면 제법 큰 배일 텐데요, 그런 배에 물이 빠지지 않은 이유가 뭐죠?
 
임경호
우선 열려있어야 할 방파문이 폐쇄되면서 갑판에 바닷물이 고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어획물을 선별하고 저장하는 공간인 피시폰드도 열리면서 수차례에 걸쳐 많은 바닷물이 흘러들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피시폰드와 어획물 처리실 사이의 나무 격벽이 파손되며 바닷물이 들이쳤고, 결국 어획물이 처리실 배수구를 막아 바닷물이 빠지지 않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또 유입된 바닷물로 조타기까지 고장 나서 배가 표류했는데요, 바닷물의 유입을 막고 오물만 배 밖으로 배출하는 오물 배출구도 기능을 상실해 바닷물이 계속 선체로 들어왔고 잇따른 파도로 배가 기울며 복원력을 상실해 침몰했다고 합니다.
 
정운현
이 같은 사실은 어떻게 파악됐나요? 
 
임경호
경찰이 생존 선원을 상대로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것입니다. 부산해양경비안전서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 감독관과 생존 선원 등 7명은 선장의 퇴선 명령이 없었으며, 이들은 구명뗏목 3개를 손으로 터뜨린 뒤 탈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선원들은 거친 파도 때문에 뗏목에 타지 못해 결국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정운현
파도가 얼마나 거칠었길래 뗏목을 타지도 못할 정도였죠?
 
임경호
네, 사고가 난 베링해는 기상조건이 나쁘기로 유명한데요, 연평균 파도 높이가 5~6미터에 달하는데다 평균 풍속도 초속 20~25미터에 달한다고 합니다. 최대풍속 기준으로 초속 17미터가 넘으면 태풍으로 분류되는데요, 초속 15미터정도면 건물의 간판이 떨어질 수 있고 초속 25미터정도면 건물 지붕이나 기왓장이 뜯겨나갈 정도라고 합니다.
 
정운현
그런 곳에서 조업을 계속한 이유가 무엇이랍니까?
 
임경호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이 일고 있는데요, 당시 오룡호는 러시아로부터 받은 조업 쿼터, 즉 잡을 수 있는 물고기량을 충족했음에도 타 선박의 조업쿼터를 넘겨받아 조업을 강행하게 했다고 유가족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무리한 조업에다 악천후까지 겹쳐 대피가 늦어지면서 배가 침몰하기에 이르렀다는 겁니다. 반면 사조산업 측은 대피 결정은 선장이 내릴 판단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장 역시 사측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룡호’ 유가족 대책위원회 측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VCR. 오룡호 유가족 대책위원회 위원
 
정운현
다른 배들은 당시 대피 중이었다고 들었는데요?
 
임경호
네,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오룡호가 악천 속에서 무리하게 마무리 작업을 이어가야만 했던 다른 이유가 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어획량에 따라 성과급을 많이 주는 선원 급여체계를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정부가 ‘원양어선 안전관리 개선대책’을 내놓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운현
이와 관련해 꽤 다양한 방안이 나왔다고 하던데요?
 
임경호
그렇습니다. 정부는 어선 현대화를 위해 신규 건조 및 15년 이하의 중고선 도입을 지원하는 방안이나 선원들의 처우개선을 목적으로 ‘선원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각 업체에 권장하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또 자격미달 해기사가 승선했을 경우나 공인되지 않은 선원명부를 비치했다가 적발될 경우 처벌 수위를 높이며,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은 선박이나 선사에게는 어업쿼터량 배분 때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정운현
이런 방안이 모두 ‘오룡호 사건’과 관련이 깊다죠?
 
임경호
네, 어선 현대화의 경우 ‘오룡호’가 1978년에 건조된 점을 고려한 것인데요, 운항 당시 무려 36년이나 된 노후 선박이었습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원양어선은 2013년 연말 기준 342척이 등록돼 있는데요, 이 가운데 230척이 25년 이상 된 노후 선박이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오룡호’는 연식이 제법 오래된 것이었습니다. 
 
정운현
왜 이렇게 오래된 배들을 사용하는 거죠?
 
임경호
원양어선은 수익성을 강하게 추구하는 사업이라 선령 제한을 둘 경우, 업계의 대외 경쟁력 약화로 영세 선사들의 도산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원양산업 발전법’에 선령제한을 따로 두지 않은 것인데요, 국제협약에도 선령제한은 따로 두지 않습니다. 원양어선을 운영하는 회사의 재정부담과 원양어업 분야의 경쟁력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정운현
하지만 참치로도 유명한 사조산업은 재정이 꽤 탄탄한 회사 아닌가요?
 
임경호
네, 사조산업은 연간 매출액이 1조 5,000억 원에 이르는 대기업입니다. 게다가 해양수산부가 국회에 제출한 ‘원양어업 경영자금 지원현황’을 보면, 해수부는 사조그룹에 매년 650억원정도를 지원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근 4년간의 지원금액은 총 2600억 원 가량 되는데요, 원양어업 업체에 지원하는 총액의 28%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정운현
노후선박을 사용한 것이 재정난 때문이라는 주장은 하기 어렵겠군요.
 
임경호
맞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이나 사망자 유가족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도 바로 이런 데 있습니다. 이밖에도 ‘오룡호’는 선체 결함을 사전에 점검하지도 않았으며, 배 수리에도 만전을 기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정운현
그런 상황에서 자격 미달의 선장에게 배를 맡긴 채 출항했다고 하던데요?
 
임경호
맞습니다. 이 점이 바로 당국과 선사 간 유착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사조산업 측은 법규상 2급 항해사 이상만 맡을 수 있는 선장에 3급 항해사를 올려 부산해양 항만청에 승선 공인을 신청했다가 수정 지시를 받은 바 있습니다. 이후 선장 자격을 가진 전직 직원이 운송선으로 오룡호에 합류한다고 거짓 서류를 써내기도 했는데요, 베링해에서 사고가 난 다음날 뒤늦게 이 직원이 개인사정으로 승선하지 못했다며 취소 신청을 내기도 했습니다.
 
정운현
부산해양청의 부실한 관리감독도 문제군요?
 
임경호
네, 그렇습니다. 게다가 2급 기관사만 맡을 수 있도록 돼 있는 기관장도 3급 면허자에게 맡기고, 2‧3등 기관사도 태우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총체적인 관리감독 부실이라고 하겠습니다.  
 
정운현
이런 상황에서 출항 허가가 난 게 신기할 정도군요.
 
임경호
맞습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때도 항만청 공무원들은 행태에 쓴 소리가 가해졌는데요, 이번 오룡호 사고를 두고 ‘제2의 세월호’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정운현
‘오룡호’ 선원들의 가족들이 서울서 길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다죠? 왜인가요?
 
임경호
네, 가족들은 사고 책임자 처벌과 분향소 설치 등 두 가지를 사조산업 측에 요구하며 길거리 행진을 이어가는 있습니다. 아울러 사측의 사과와 오룡호 수색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운현
사측은 이에 대해 뭐라고 얘기하던가요?
 
임경호
오룡호 수색과 관련해 사측은 가족들에게 “러시아와의 어업협정이 종료돼 수색작업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요, 사측 관계자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VCR. 사조그룹 관계자
 
정운현
법적 책임을 다했으니 더 이상 협상의 여지는 없다는 얘기로 들리는군요?
 
임경호
그렇습니다. 사측이 협상 불가 의지를 밝힌 만큼 가족 측이 고용한 변호사의 역할도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이대로 간다면 ‘오룡호’ 선원 가족들로선 달리 뾰족한 대책이 없어 보입니다. 또 사고 발생 무렵에 ‘정윤회 문건’ ‘땅콩회항’ 등 빅뉴스가 여럿 터지면서 국민적 관심도 크게 떨어져버렸습니다. 사태가 장기화 될수록 가족들에겐 점점 힘든 싸움이 될 전망입니다. 
 
정운현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나서 제 역할을 해야만 할 텐데요?
 
임경호
네, 가족들의 요구와 사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이 때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정부도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외교부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해봤습니다. 

▶VCR. 외교부 관계자
 
임경호
방금 들으신 대로 정부는 사측에 수색 재개 권유를 하는 한편 ‘오룡호’ 선원 가족들과도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현재로선 베링해에 결빙이 시작되는 시기라 수색이 어렵다는 말과 함께 차후 수색계획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정운현
오룡호 사고로 탑승 선원의 90%가 사망하거나 실종됐습니다. 이번 사고에도 어김없이 관계당국의 부실감독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선원들을 러시아 해역으로 보낸 사조산업 측은 법적 조치를 다 했다며 발을 빼고 있으며, 외교부 역시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오룡호 사고는 국민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국의 바다에서 가족을 잃고 시신조차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유가족들은 오늘도 거리를 떠돌며 딱한 사정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오늘로 오룡호 사고 51일째를 맞고 있는데요, 가족들은 오늘도 추운 길거리에서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1위의 원양어업 회사인 사조그룹과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정부가 이제라도 나서서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할 것입니다. 
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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