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26일 최근 ‘13월의 세금폭탄’ 파문과 관련해 "국민들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하다“면서 "겉으로는 자꾸 ‘세금은 나쁘다’는 틀에 박혀서 '절대 세금 안 올린다'는 얘기만 하다가 슬쩍 올리는, 나쁘게 말하면 꼼수를 써서 (세금을) 막 올리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날 CBS <박재홍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그 과정에서 국민들한테 '이렇게 해야 하니까 몇 달 후에 이런 방식으로 세금을 올리도록 합의를 하자'는 식의 합의 과정이라도 있었으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사진출처-도서출판 ‘부키’ 동영상 캡쳐)
장 교수는 이어 "자영업자 중 상대적 고소득자가 많은데 그 소득이 잡히지 않아 월급쟁이들이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문제가 있다. 법인세도 깎아줘 세수가 모자라니 일반 국민한테 걷어내는 식"이라며 "'조세부담이 과연 공평하게 가는가?'에 대해 국민들이 지금 불만이 많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한국의 법인세가 결코 높은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기업활동 장려 측면에서 법인세 (인하)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대기업 조세 회피가 많지만 법인세율이 최고 39%까지 돼 있고, 독일도 30%, 중국도 25%인데 오히려 한국은 25%에서 22%로 깎았다.”고 지적하면서 "지금 경제가 잘 안 되고 있는 나라들 중에 불가리아나 파라과이처럼 법인세가 10%대인 나라들도 있는데 기업들이 그런 나라 가서 투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즈베키스탄처럼 법인세가 8%인 나라도 있는데 지금 (우리가) 그런 나라와 경쟁하려고 또 더 낮춰야 한다는 건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부자들 세금 깎아줘야 경제 성장한다? 미국-영국 사례 보라”
장 교수는 "우리나라가 복지지출 확대가 필요하고 그걸 위해서 전 국민이 다같이 세금을 더 내고, 복지혜택도 더 받는 식으로 틀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복지지출 확대를 위해서는 증세 자체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중요한 건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내고, 가난한 사람들은 조금 내야 하는데, 자꾸 신자유주의적인 사고가 퍼져서 '부자들 세금을 깎아줘야 그 사람들이 투자하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주장이 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미국이나 영국도 그런 식으로 지난 30여 년 동안(80년대 레이건-대처 집권 이후) 부자들 엄청 세금 깎아주고 돈도 많이 갖다 줬는데 오히려 투자도 떨어지고 경제성장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 GDP 대비 복지지출이 10% 선인데, 선진국 중 복지규모가 작다는 미국도 GDP 대비 20% 정도이고, 유럽은 대부분 25%, 많은 나라는 30~35%까지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우리도 복지지출을 대략 2배나 늘려야 한다는 얘기"라며 "자꾸 '불필요한 씀씀이를 줄이고 조세감면 줄이고 남은 잔돈으로 복지하겠다'고 하는데, 기본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장 교수는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해선 "네덜란드나 핀란드는 우리나라 정도는 아니어도 비정규직 비율이 꽤 높지만 이 나라들은 복지제도가 잘 돼 있어 큰 문제가 안 되는 것"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도 기본 생계가 보장이 되는데, 우리는 그런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비정규직만 자꾸 늘린다고 하니 저항도 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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