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관련 수사가 진전이 없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이완구 전 총리 소환 조사(14일)와, 故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전 경남기업 회장)이 설립한 서산장학재단 압수수색(15일)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2주 동안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요직을 맡았던 ‘대선자금 3인방’인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해선 계좌추적과 같은 기초조사조차 나서지 않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성 전 의원의 금고지기인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었던 한 모씨로부터 지난 2012년 대선 직전 새누리당 부대변인 김모 씨에게 2억원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김 씨에 대한 소환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2012년 박근혜 대선캠프 불법 대선자금 의혹,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은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모두 요직을 맡고 있었다.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남긴 메모에 이들의 이름 옆 각각 2억, 3억, 2억을 개제했다.(사진출처-MBC 뉴스영상 캡쳐)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진술 내용이 알려지는 등 시간이 지체될수록 증거 인멸이나 말맞추기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뉴시스>에 따르면 검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자금을 건드릴 의지가 있다면 김 씨도 이미 불러 조사하지 않았겠느냐"며 "대선자금 수사는 무슨 대선자금 수사이겠느냐. 그냥 이렇게 묻어두고 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미 수사는 끝났는데도 끝났다고 말도 못하고 시간끌기만 계속 하는 건 무의미하다."면서 "국민들로부터 비판 받을 일이 있으면 비판받고 빨리 끝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김기춘·허태열·이병기는 아예 수사대상 배제? ‘정윤회 국정농단’ 논란 수사처럼…예정된 수순?
또한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김기춘·허태열·이병기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들에 대해선 아직 언급조차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앞서 성 전 의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지난달 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6년 9월, 박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할 당시 김기춘 전 비서실장(당시 한나라당 의원)에게 10만 달러를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성 전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허태열 전 비서실장(당시 한나라당 의원, 박근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에게 현금 7억원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10만달러, 7억을 각각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사진출처-노컷뉴스 영상 캡쳐)
성 전 의원은 이병기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이병기 실장, 그분도 참 처신을 잘해야 됩니다. 이 양반도 참 나하고도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는, 다 여기 가까운 사람이죠"라면서 "그러면 안 되지요. 신뢰를 중시해야지요. 이렇게 하면 안 되지요”라고 이 실장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한 뒤,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아이고 뭐, 뭐, 하면 그 사람 물러날 텐데”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검찰 특별수사팀은 지난해 3월부터 약 1년 동안 성 전 의원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 실장과의 착·발신 기록이 무려 140여차례나 된다는 사실을 파악한 바 있다. ‘사실상 부부관계’라는 얘기까지 나왔던 이완구 전 총리와의 217차례 통화 내역보다는 적지만, 역시 상당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것으로 추측된다.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과 1년간 140여차례 통화기록이 있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사진출처-JTBC 뉴스영상 캡쳐)
그러나 검찰은 ‘박근혜 대선자금’과는 무관한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를 불구속기소하는 것을 끝으로 수사를 덮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의 대대적인 조명을 받던 초기와 달리, 여론의 관심에서 서서히 멀어지자 질질 시간을 끌면서 꼬리자르기 식으로 무마되길 바라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정윤회 비선실세 국정농단’ 논란에 대해 검찰이 ‘정윤회 문건’의 진위보다 ‘유출’에만 초점을 맞추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박관천 경정(구속) 등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던 것처럼,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질타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 측엔 너무도 ‘엄격’한 검찰
그러나 리스트 속 인물들에게는 소극적인 수사팀은 성 전 의원들 측근에는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수사팀은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전 경남기업 부장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미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은 3차례 진행됐다.
또한 한 전 부사장 등 다른 경남기업 관계자들도 수시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수사팀은 두 사람을 구속하기 전부터 “수사 비협조를 넘어서는 방해 및 증거인멸 행위는 엄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에 대해 수사팀 관계자는 <한겨레>에 “공여자 쪽 증거자료를 통해 자금 전달 당시 상황을 최대한 복원하는 게 뇌물 수사의 기초”라며 “의혹이 제기된 당사자를 섣부르게 소환하는 것보다 경남기업 쪽 수사에 공을 들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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