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팩트9뉴스】 집중기획-중앙, 4대강 담합 업체 왜 변호하나?
진행 : 정운현 보도국장 겸 앵커
정운현
지난 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MB정부의 4대강 사업의 2차 턴키공사에서 담합한 건설업체를 적발하고 152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법인과 법인대표를 고발조치했습니다. 공정위는 2년 전에도 1차 턴키 공사에서 담합한 건설업체를 적발하고 1000억원이 훌쩍 넘는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담합에 대한 제재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있는데요,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자 <중앙일보>는 공정위가 건설업체를 제재한 것이 건설업체들의 해외공사 수주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며 건설업체를 변호하고 나섰습니다. 중앙은 당일자 1면 머릿기사에 이어 4~5면에 걸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건설사들의 담합은 현행법상 불법입니다. 말하자면 담합 건설업체들은 범법자들입니다. 그럼에도 중앙일보는 공정위의 처분이 기업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줬다며 공정위를 비판하고 나섰는데요, 중앙일보가 건설사들의 대변지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오늘 집중기획에서는 중앙일보와 4대강 담합 건설사들의 또 다른 ‘짬짜미’에 대해 파헤쳐 봅니다. 이 시간은 김현정 기자와 함께 합니다. 김기자 어서 오세요.
우선, 4대강사업 관련해 1, 2차 턴키공사에서 담합으로 적발돼 제재를 받은 기업이 어디 어딘가요?
김현정
예. 공정위는 2012년 4대강 1차 턴키공사에서 담합으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 19개 건설사가 입찰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8개사에 1,115억 6,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그림 - 1차 턴키 공사 주요 담합업체
정운현
저기 화면에 보이는 업체들이죠?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죄다 ‘짬짜미’식으로 나눠먹기 했군요?
▶그림 - 2차 턴키공사 주요 담합업체
김현정
네. 공정위는 또 지난 9일 2차 턴키 공사에서 입찰담합을 한 한진중공업, 동부건설, 계룡건설사업, 두산건설, 한라, 삼환기업, 코오롱 글로벌에 152억 1,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과 법인대표를 검찰에 고발조치 했습니다.
정운현
네. 저기 표에 보이는 업체들인데요, 지난 21자 중앙일보 기사에서 4대강 건설사들의 담합행위 제재에 어떤 점을 다뤘는지 짚어주시죠.
김현정
예. 우선 화면으로 보시겠습니다.
▶그림 - 중앙일보 1면 기사
김현정
중앙일보는 지난 금요일 조간 1면에 ‘4대강 담합에 발목 잡힌 건설 수출’이라는 제하의 보도에서 4대강 담합으로 정부 당국으로부터 처벌받은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건설 수주 입찰경쟁에서 심각한 애로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정운현
지난 금요일 중앙일보 1면 기사군요.
김현정
네. 그렇습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담합업체들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은 사실로 인해 해외공사 수주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아랍에미리트의 원전 공사와 노르웨이 오슬로 터널사업 발주 등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정운현
불법행위를 했으면 처벌받는 것은 사람이나 법인이나 당연한 일인데 마치 저 기사 내용만 보면 죄는 어디가고 기업의 경제활동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소리만 있네요?
▶그림 - 중앙일보 4,5면 기사
김현정
예. 중앙일보는 당일자 4~5면에서 2008년 정부가 4대강 공사 발주시 설계부터 시공까지 한꺼번에 입찰하는 턴키 입찰과 최저가 입찰방식이 기업의 담합을 불렀다며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책임을 정부에 떠넘긴 꼴입니다.
정운현
요즘 MB의 4자방 비리가 한참 시끄러운데 그 첫 번째라 할 수 있는 4대강 사업의 건설사들을 두둔하는 보도라니 납득하기 어렵군요. 이쯤 되면 중앙일보랑 떼려야 뗄 수 없는 삼성물산 때문이 나일까 싶기도 한데요, 앞서 보니까 1차 턴키 공사에서 담합행위로 삼성물산이 과징금 수백억 때려 맞았더군요?
김현정
예. 그런데 문제의 기사를 쓴 중앙일보 기자는 삼성물산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잠시 보시죠.
▶ VCR. 중앙일보 황정일 기자 인터뷰
정운현
삼성물산이 담합으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았는데, 그것도 모르고 담합 때문에 건설 수출이 발목 잡혔다고 대서특필을 하다니 이해가 잘 안됩니다.
김현정
해당기자는 건설업계 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슨 이야긴 줄 알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희가 대한건설협회 쪽에도 문의를 해봤습니다.
정운현
뭐라던가요?
김현정
알고 보니 중앙일보 기자가 쓴 기사는 건설업계에서 제공한 자료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더군요.
정운현
그래요?
▶영상 - 중앙일보 1면과 대한건설협회 자료 비교
김현정
일단 화면을 한번 보시죠. 저 자료는 제가 오늘 대한건설협회에서 받은 ‘입찰담합제재로 인한 해외수주 영향’이라는 자료인데요, 이 자료에는 ‘국내 공공공사 입찰담합에 대한 조사 및 중복 제재처분으로 인한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해외건설 수주목표 달성과 해외건설 5대 강국 진입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라며 ‘한국업체의 당합처분 사실에 대한 해외언론의 부정적 보도와 해외경쟁업체들(중국, 일본, 프랑스, 도일 등)의 흑색선전으로 인해 해외발주기관의 불신을 초래하고, 대외 신인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혀 플랜트, 발전소, 고속철도 등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악영향이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내용이 중앙일보에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이 자료에서 밝힌 아랍에미리에이트의 원전 수주, 쿠웨이트 정유시설 수주, 노르웨이 오슬로 터널사업 발주시 각국에서 이 4대강 담합 건설업체에 소명자료를 요구한 내용도 그대로 중앙일보 기사에 실려 있습니다. 또 이와 관련한 프랑스 르몽드지와 월스트리트 보도와 관련한 내용은 물론 4대강 담합 업체의 사업 참여 배제가 우려된다는 점도 그대로 중앙일보 기사에 실려 있습니다.
정운현
이 쯤 되면 중앙일보가 대한건설협회 기관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군요. 출입기자가 해당 출입처의 보도자료를 인용할 수는 있습니다만, 이 정도라면 대한건설협회와 중앙일보가 뭔가 의도한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닐까요?
김현정
1차 턴키 공사에서 입찰 담합한 건설업체들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부과와 입찰참가제한 등 제재를 받자 삼성물산을 비롯한 18개 업체들이 소송을 걸었습니다. 정부가 대량의 물량을 한꺼번에 발주를 했고, 또 시공부터 설계까지 한꺼번에 입찰하는 턴키 입찰, 최저입찰 등의 입찰 방식이 담합행위의 판을 깔았다며 원인을 정부와 발주처로 돌렸습니다. 결국 과징금 부과와 입찰참가 제한 제재는 부당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운현
그 소송은 판결이 나왔나요?
김현정
네, 일단 과징금 부과에서는 건설업체측이 패소를 했고, 입찰참가 제한은 12월에 판결이 나옵니다. 입찰참가 제한 소송에서도 건설업체 측이 패소하면 이들 업체의 해외수주 입찰 참여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림 - 해외 주력업체 해외수주금액 및 행정처분 현황
국내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업체는 해외공사 수주에 사활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12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정운현
그럼 판결 앞두고 미리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의심할 만도 하군요?
김현정
그렇죠. 중앙일보나 건설협회의 자료에서도 밝혔듯이 국내 건설업체들이 아랍 원전 공사와 노르웨이 오슬로 터널사업, 쿠웨이트 정유시설 사업 등 해외수주 공사 입찰에 참가하는데 미국과 프랑스, 북유럽 또 요즘은 중국, 인도 등과 경쟁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경쟁국에서 우리 업체들의 4대강 담합 제재 건을 발주국과 업체에 보고를 한다는 것이죠. 이와 관련해서 대한건설협회와 인터뷰 해봤습니다. 같이 보시죠.
▶VCR. 대한건설협회 인터뷰
김현정
또 공정위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대형 국책사업들에 대한 집중조사를 벌인 결과를 최근 들어 한 달에 한 번 꼴로 발표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건설업계에서는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사안인 것 같습니다.
정운현
공정위에선 이 보도에 대해 뭐 입장 발표한 거 없나요?
김현정
어쩐 일인지 조용해서 제가 공정위에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VCR. 공정위 신영호 카르텔총괄과장 인터뷰
정운현
외국에서는 담합을 저렇게 중죄로 처벌하는데 우리는 담합한 업체 임원들이 대거 표창도 받았다면서요?
김현정
그렇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에 따르면 현대건설, 삼성물산을 비롯한 18개 건설업체에서 총 131명이 4대강 사업 상훈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이 부적절한 조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강 의원의 인터뷰 내용을 잠시 보시죠.
▶VCR. 강동원 의원 인터뷰
정운현
사회에는 보편적 상식이란 게 있습니다. 또 언론사에는 그 나름의 편집철학이란 것도 있습니다. 물론 매체의 지향점에 따라 관점의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실정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법인까지 비호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중앙일보 기사를 필두로 TV조선과 머니투데이 등도 이와 동일한 논조의 기사를 실었으며, YTN은 21일 아침 조간신문 브리핑 시간에 중앙일보 보도를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기자가 ‘기레기’로 전락한 한국 언론의 실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김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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