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탑씨’ 논란 인터뷰 - ②포로리 전 여성시대 회원
“여혐? 여시혐오! 역량 없는 운영자가 만든 괴물”
비공개 소모임을 만들어 야동을 공유한 이른바 ‘탑씨(탑씨크릿)’ 논란으로 인터넷 DSLR 커뮤니티 ‘SLR클럽’과 다음카페 ‘여성시대’ 회원이 경찰에 고발당한 가운데 팩트TV는 여성시대 카페에 사과를 요구했다가 운영진으로부터 제명당한 닉네임 ‘포로포로리(이하 포로리)’ 전 회원과 탑씨 논란의 원인, 그리고 해결방안을 묻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포로리 전 회원은 탑씨 논란이 고발과 대규모 민원으로까지 확대된 원인으로 ‘운영진의 진정성 없는 사과와 늦장 대처’를 지목하고, “여성시대가 SLR클럽을 유해사이트처럼 몰래 이용한 것이 핵심인데도 일부 회원들은 ‘여자가 야동 보는 게 어때서’ ‘여자가 음담패설 하는 게 어때서’ 등 초점이 빗나간 반박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운영진이 지난달 23일 공지를 통해 타 커뮤니티의 고발을 시사한 것은 “자신들이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며 “결국 본인 발등에도 불 떨어졌으니 회원 각자가 알아서 하라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탑씨 논란의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사과나 해명할 기회를 놓쳤지만, 지금이라도 운영진은 회원들에게 무엇을 잘 못 했고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여성시대 사태는 ‘여혐사상’이나 ‘페미니즘’과는 관련이 없는 ‘여성시대 혐오’일 뿐”이라며 “여성시대는 결코 대한민국의 20대 여성을 대표하는 공간도 아니고, 단지 역량 없는 운영자가 커뮤니티를 운영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강조했다.
(이미지 제공 - 디씨인사이드 무한도전갤러리 닉네임 금손)
여성시대 카페에서 제명된 지난달 28일 이후 긴 시간이셨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지내셨나요?
제명은 예상했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소모적인 댓글 논쟁으로 조금 힘들었는데, 지금은 괜찮습니다. 카페에 많은 애정이 있었고, 제대로 대처하면 일이 더 커지지 않게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답답한 마음에 댓글을 썼는데 그분들은 자신들의 방식만 옳고 카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미 이전에도 저보다 더 강한 어조로 글을 쓰신 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강퇴 당하거나 조롱하는 댓글이 달렸거든요. 처음엔 애정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점점 마음이 식게 만들어요.
댓글 논쟁 당시 글을 보면 사실상 제명을 예감하셨던 것 같은데요?
댓글을 쓰는 순간부터 이미 제명당해도 할 말은 하고 가자는 심정이었어요. 그렇지만 공격이 들어왔을 땐 도저히 혼자 힘으론 변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운영진이 나를 적으로 간주하고 활동중지 시켰다는 생각에 또 한 번 실망했어요. 말을 안 할 뿐이지 카페 내에 사실 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우리가 사과할 부분은 하자고 주장했는데 어떻게 ‘분탕종자’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되지만 당시 댓글을 쓴 것에 대해서는 후회 안 해요.
댓글논쟁으로 제명당하면서 지켜보던 네티즌들이 여러 애칭을 붙여주거나, 일러스트를 그려서 올려주기도 했는데요. 일러스트 중에 가장 마음에 드시는 그림을 선택해 주세요.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 특별히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그 분위기 속에서 소신대로 말을 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주시는 것 같아요. 일러스트는 상당히 미화된 그림이라서 저랑 비슷하진 않지만 3일에 올라온 그림은 프로라고 생각될 정도로 잘 그리셨어요. 그래도 다른 그림도 다 마음에 들어요.
포로리 모자 쓴 그림의 원작자분께 미리 사용허가를 받았는데 실망이 크실 것 같습니다. (웃음)
그 그림이 좋다고 해주셔도 되는데…(웃음)
디씨인사이드 무한도전갤러리(무도갤)에는 무협지 형식으로 각색한 3부작 인물열전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또 일부 커뮤니티에선 아이돌 수준의 인기를 얻고 계신 데 한편으로는 부담감도 있으실 것 같아요.
기분이 좋기도 한데 한편으론 조금 부담스럽긴 해요. 제가 결코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칭찬해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인물열전은 필력이 대단하셔서 3편까지 한 번에 읽었습니다. 올려주신 분께 재미있게 읽었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여성시대 운영진이 지난달 23일 타 커뮤니티의 고소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탑씨에 대한 언급 없었는데요.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완전히 눈속임이에요. 뜬금없이 고소 준비 중이라고 길게 늘여 쓰다가 결론은 ‘더 심각한 일이 생겨서 나중에 하겠다.’였거든요. 법적 자문까지 받았다는 점을 어필해 운영진이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뭔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은 거죠. 제가 화가 나는 건 23일 공지 이후 여성시대 내에서 ‘일단 운영진을 믿고 기다리자’는 식의로 탑씨 얘기가 암묵적인 언급금지가 됐다는 점이에요. 많은 회원은 현재 어떤 상황이고 대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말해줄 걸로 예상하고 기다렸는데, 저 같은 경우 그 공지를 읽고 오히려 믿음이 깨졌어요. 만약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운영진은 탑씨를 계속 열었을 게 분명하니까 이제 멈춰야죠.
여성시대 운영진이 자필 사과문에서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고 밝혔다가 23일에는 탑씨나 불법 금전거래가 공지를 무시한 일부 회원의 행위였다고 태도를 바꿨습니다. 어떤 이유일까요?
결론적으로는 책임 회피인 것 같아요. 법적인 절차가 진행 중이라 신중하게 발언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지금까지 운영진만 믿고 기다려 온 회원들에게 어떠한 위로나 사과도 없다는 점이 화가 나요. 위로의 말 한마디만 했더라도 탑씨 사용자들은 마음을 안정시킬 텐데 결국 본인 발등에도 불 떨어졌으니 각자 알아서 하라는 뜻이잖아요.
심지어 회원 중에는 탑씨 사용자가 잘못했는데 왜 여성시대 이미지가 나빠져야 하냐고 말하기도 해요. 탑씨 사용자들이 여성시대에 더더욱 발붙일 수 없는 상황이 됐는데도 운영진은 방관했고 23일 공지 이후 심화됐으니 실망할 수밖에 없죠.
(이미지 제공 - 디씨인사이드 무한도전갤러리 닉네임 포로리갓차냥해)
탑씨의 존재가 알려진 뒤 고발과 각종 민원이 이어지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확대된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여성시대 운영진의) 진정성 없는 사과와 늦장 대처 때문이죠. 초반에 운영진이 일부 회원의 일탈행위였고 탑씨는 일주일에 1~2번 열렸을 뿐이라고 면피식 사과문을 올린 게 분노를 산 것 같아요. 나중에 문제가 돼서 삭제했지만 ‘우리가 잘못했으나 일간베스트(일베)와는 비교하지 말아 달라. 일베라면 사과문도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내용도 있었거든요. 이후 올라온 자필 사과문도 SLR클럽 회원이 고발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작성해서 올린 거거든요. 또 탑씨 문제는 여성시대가 다른 커뮤니티인 SLR클럽을 유해사이트처럼 몰래 이용한 데 있는데 일부 회원들은 ‘여자가 야동 보는 게 어때서’ ‘여자가 음담패설 하는 게 어때서’ 같이 핵심을 완전 잘못 짚고 있어요. 결국, 대처를 제대로 못 한 것이 이유라고 생각해요.
여성시대 회원 가운데에는 SLR클럽측이 반발하는 회원을 처벌해 오히려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도 있던데요?
SLR클럽의 상황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여성시대뿐만 아니라 SLR클럽도 함께 고발하셨잖아요. 여성시대 운영진이 면피식 사과와 대처로 일을 키웠지만, 여성시대에 몰래 혜택을 주고 제대로 공지 안 한 SLR클럽도 비슷한 잘못이 있는 것 같아요.
20대 여성 60만 명을 보유한 카페의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반면 ‘운영토론 금지’라는 폐쇄적 운영과 최근 운영진에 반발하는 회원의 제명이 이어지면서 여성시대에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의 괴물이 됐다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적당한 표현이라고 보십니까?
카페 시스템 특성상 폐쇄성이 굉장히 강하고 단결력도 대단한 만큼 일단 여론이 한쪽으로 모이면 뒤집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포털만 봐도 첫 댓글이 중요한데 항상 상주하는 여성시대 여론 주도 세력들이 첫 댓글과 동조 댓글을 이용해 여론을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가요. 그리고 누군가 반대 댓글을 달면 ‘분열 조장하지 마’ ‘우리끼리 단합이 제일 중요해’ 이런 식으로 자정작용을 막아버려요. 여기에 20대 초반 여성이 회원으로 많이 들어오다 보니 활발한 건 좋지만, 운영진의 말이나 규칙에 많이 휘둘린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런 때일수록 조금 떨어져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는데 그게 가능한 사람들은 여성시대 내에서 말을 못하는 상황도 사태를 키웠다고 봐요.
탑씨 논란 이후 여성시대 카페에 ‘여성시대를 지키는 게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회원 대부분의 여론이 정말 이런 것인지, 또 어떤 과정에서 이러한 글 올라오게 됐는지 알려주시죠.
망치부인이 아프리카 방송에서 진보를 표방하는 여성시대에 국정원이 개입해 모든 사태를 조작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보수세력이 진보세력인 여성시대를 와해시키려 했다는 내용으로 변형되면서 이런 말이 나온 것 같아요. 걸러 듣는 것도 개인의 몫인데 이미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로 보여요. 답이 없죠. 여성시대를 보면 나대지만 매일 먹을 거 싸오면서 친구와 단합을 중요시하는 고등학생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만큼 애정은 있는데 정신적으로는 아직 성숙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탑씨 논란으로 비난이 거세지면서 반발하는 여성시대 회원 중에는 ‘여성혐오’나 ‘페미니즘’ 문제와 연관시키기도 하던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여성시대 이전에 활동하던 카페와 비교해보면 분위기 자체가 달라요. 금전거래나 공유는 아예 공지로 못하도록 막아놨고 망상방은 전혀 있지도 않아요. ‘여성혐오’가 아니라 ‘여성시대 혐오’인데 다른 여성 커뮤니티까지 잡고 늘어지는 거죠. 그리고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여혐이나 페미니즘과 연결해서 우린 방패막이고 우리가 무너지면 다른 여성 카페들도 무너질 거다. 심지어는 왜 다른 여성 카페들이 우리를 안 도와주느냐고 성토하는 글이 올라와요.
최근 성폭행 논란만 해도 상대 커뮤니티는 경찰의 증언 등 증거를 제시하는데, 여성시대는 말이 안 맞는 부분도 많고 문제를 지적하면 왜 피해자 입장은 생각도 안 하고 상처를 건드리느냐고 해요. 성폭행범으로 몰린 사람도 또 하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데 말을 못하게 막아요. 그러다 본인이 잘못했다는 걸 알고 난 뒤에는 일부가 한 거라는 식으로 꼬리 자르기를 하죠. 거의 집단 이성상실 수준인데 그런 부분이 이해가 안 갔어요.
여성시대 카페와 탑씨에 관련된 여성시대 회원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해결책이 있다면?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데 지금은 사과나 해명의 기회를 모두 놓쳤다고 생각해요.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운영진은 회원들에게 무엇을 잘 못 했고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렸으면 좋겠어요. 여론을 주도하고 비주류 회원들의 의견을 막았던 일부 회원들도 한번 쯤 본인들이 카페 내 원활한 의사소통을 막아왔고, 본인들이 자행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해요. 회원들도 커뮤니티를 자신이라 생각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좀 떨어져서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무조건 여성시대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해결방안이 아니라고 봐요. 시간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답이 없는 집단이라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회생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려야 제2, 제3의 비슷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거로 생각하거든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못하신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죠.
일부에서 탑씨 논란을 ‘여성에 대한 공격’으로 생각하는데 이 문제를 ‘여혐 사상’이나 ‘페미니즘’과 연결 짓지 말아 주세요. 지금까지 양성평등을 위해 힘써 온 많은 사람을 힘 빠지게 하는 말입니다. 여성시대 카페에 한정해 문제가 뭐고 어떤 불법행위를 묵인해왔으며 앞으로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주세요.
여성시대는 결코 대한민국 20대 여성을 대표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그리고 20대 여성의 모습으로 일반화시키지도 말아 주세요. 여성시대는 수많은 커뮤니티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역량 없는 운영자가 커뮤니티를 운영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예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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