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대법원이 지난 13일 쌍용차 해고는 유효하다고 판결, 해고 뒤 5년 반 동안 법정 투쟁을 벌여온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이 어려워졌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이날 오후 쌍용차 해고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13일 오후, 대법원이 항소심을 파기하며 회사 측 손을 들어주자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사진출처-국민TV 뉴스K 방송화면 캡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제금융위기와 경기불황에 덧붙여 경쟁력 약화, 주력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세제 혜택 축소, 정유가격 인상에 따른 판매량 감소 등 계속적·구조적 위기가 있었다."라면서 "해고를 단행할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존재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기업 운영에 필요한 인력의 적정 규모는 상당한 합리성이 인정되는 한 경영판단의 문제에 속하는 만큼 경영자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라며 “회사가 정리해고에 앞서 부분휴업과 임금 동결, 순환휴직, 사내협력업체 인원 축소, 희망퇴직 등의 조치를 한 만큼 해고회피 노력도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김득중 지부장 “다시 한 번 사형선고 내린 격”
이런 판결에 대해, 김득중 쌍용자동차 지부장은 “분노스럽고 참담하다.”라며 “법원이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다시 한 번 사형선고를 내렸다고 생각한다.”라며 괴로운 심경을 전했다.
13일 오후, 참담한 심경에 잠긴 김득중 쌍용자동차 지부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출처-오마이TV 방송화면 캡쳐)
김 지부장은 14일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은 쌍용차 사측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며 “‘경영상의 위기가 있었는지, 인력규모 산정의 문제가 없었는지, 해고 회피 노력은 어떠했는지, 손상차손(손실이 예상되는 주식금액 감액)의 과다 계산문제와 회계조작 관련 문제가 있었는지‘ 4가지 문제 모두에 대해 사측의 입장을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쌍용차 노조에 사측과 경찰의 손해배상소송 47억, 메디치 화재의 110억 구상권 청구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현재 47억 손배소와 관련해서 연 이자만 9억 8천만 원이다. 사실 이자도 낼 수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라 우리가 감당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해고자들 대부분은 지금 생계 어려움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쳐해 있다.”라며 “그동안 안타깝게도 25명의 가족과 동료를 떠나보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사실 평택에선 쌍용자동차에 다녔다는 근무 이력 때문에 취업이 안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벼랑 끝에 서 있는 해고 노동자들을 다시 벼랑 밑으로 떠미는 이런 재판들이 진행되고 있다.”라며 “앞으로 모든 가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 뒤 “극단적 판단을 이 사회가, 사법부가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6년에 걸친 복직 투쟁..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다
한편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는 지난 2009년 4월, 사측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전체 노동자의 37%인 2천646명을 해고하자, 노조는 동년 5월 공장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며 파업투쟁을 벌였고 사측은 직장폐쇄로 맞섰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설득과 중재 대신 2009년 8월 초 경찰특공대를 회사에 투입해 노동자들을 진압했다. 헬기에서 최루액이 뿌려졌고 테러 진압용 테이저건(권총형 전기충격기)이 발사됐고, 곤봉을 마구 휘두르는 등 격한 진압·충돌 과정에서 수백 명이 다치고, 100여 명의 구속자가 발생했다.
2009년 8월, 경찰특공대가 평택의 쌍용자동차 공장에 침입, 농성투쟁을 벌인 쌍용차 노조원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다.(사진출처-칼라TV 영상 캡쳐)
지난 2012년 11월에는 한상균 전 지부장 등 3명이 해고자 복직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171일간의 평택공장 앞 송전탑에 올라 고공 농성을 벌였고, 동시에 서울 대한문 앞에서 장기농성하며 문제 해결을 요구했으나 회사의 태도는 싸늘했다. 경찰도 대한문 농성장을 강제철거하고 그 자리에 억지로 화단을 꾸몄다.
정치권도 해결하는 척만 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물론, 김무성 당시 총괄선대본부장(현 대표)과 황우여 대표(현 교육부 장관)까지 나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쌍차 관련 국정조사를 열겠다고 약속했지만, 막상 선거가 끝나자 자신들의 말을 뒤집고 국정조사를 반대했다.
2012년 5월, 대한문 앞의 쌍용차 농성장을 경찰이 무력으로 철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김정우 당시 쌍용차 지부장이 연행되기도 했다.(사진출처-칼라TV 영상 캡쳐)
지금까지 여전히 희망퇴직자 1,900여 명이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무급휴직자로 승인돼 고용관계를 회복한 노동자는 489명에 불과하다.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파업투쟁 이후 지난 5년간 스트레스성 외상 증후군과 우울증을 앓았고, 이 과정에서 2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질병으로 사망했다.
2012년 1월 진행된 1심은 "금융위기 등으로 유동성 부족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 회생절차를 밟게 된 사측이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고 비용 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고를 단행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은 "정리해고 당시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거나 사측이 해고 회피 노력을 충분히 다했다고 볼 수 없다.“라며 노동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번에 대법원이 항소심을 파기하면서 1,900여명의 복직 길은 사실상 막히고 막았다. 쌍용차지회는 지난 5일부터 대법원의 이성적 판결을 요구하며 2000배와 24시간 농성을 진행했지만 대법원은 그들을 외면했다.
2013년 3월, 대한문 앞 쌍용차 농성장이 누군가에 의해 방화됐다. 이 방화된 자리에 연대를 호소하는 팻말을 올렸다.(사진-고승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