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지난해 3월 말, 정부는 세월호 특별법 무력화가 담긴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해 세월호 유가족 측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그러자 세월호 유가족은 이에 강력반발해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 정부 시행령 폐기 등을 촉구하며 삭발까지 강행했다. 특히 정부에서 배·보상 기준을 발표해 ‘돈’ 문제를 흘리는 것에 대해서도 “돈으로 능욕하지 말라”며 강력 반발했다.
세월호 1주기였던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기 안산 합동분향소로 와서 '진상규명 무력화' 내용을 담은 정부의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온전한 세월호 선체 인양 문제에 대한 확답을 줄 것을 요구했으나, 박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진도 팽목항으로 갔다.
지난해 4월 16일, 안산합동분향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세월호 추모제에 박근혜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고 진도 팽목항으로 가 담화문만 발표했다.(사진-신혁 기자)
이에 세월호 유가족 측은 팽목항 임시 숙소 주변에 "인양 갖고 장난치며 가족들 두 번 죽이는 정부는 각성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 "대통령령 폐기하라", "박근혜 정부 규탄한다" 등의 플래카드를 내건 뒤 분향소를 임시 폐쇄하고 철수했다.
박 대통령은 팽목항에서의 담화문을 통해 세월호 인양과 관련 “필요한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선체 인양에 나서도록 하겠다. 정부는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그러면서 유가족들이 삭발까지 하면서 필사적으로 요구했던 ‘시행령 폐기’ 문제에 대해서는 답을 피하고, "진상규명과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이에 따라 민관 합동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하여 곧 추가적인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역시 원론적 답만 했다. 이에 세월호 유가족들은 안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1주기 공식 추모행사의 무기한 연기를 발표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이같은 당시 상황과 관련, 다음날인 지난해 4월 17일 사설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협박성 맹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사설 제목은 무려 <대통령 거부한 세월호 유족들, 대한민국과 등지겠다는 건가>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박 대통령은 예산 부담이 적지 않은데도 세월호 선체 인양을 받아들이고 시행령 문제도 유족 요구를 들어주었다.”고 강변하며 “그런데도 유족들은 합동 추모식은 물론 대통령의 팽목항 위로 방문까지 거부했다. 대통령은 그를 지지하건 반대하건 상관없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대표한다. 대통령을 끝내 거부한 유족들은 대한민국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과 등을 지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박 대통령을 적극 감싸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에 협박성 메시지를 던졌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뒤, <조선일보>의 세월호 2주기를 맞은 사설은 어떠했을까.
<조선일보>는 16일 <국민 안전도, 비극 내면화도 이루지 못한 세월호 2년>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성숙한 사회라면 참사를 계기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조직해 차분하게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들여다보고, 선진국 사례를 연구해 국민 안전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저력을 보여줬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에선 대통령부터 '해경 해체'로 국민감정에 편승했을 뿐 냉정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1년전 유가족들을 맹비난하고, 박 대통령을 감싸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면서 화살을 세월호 특조위 쪽으로 돌렸다. 사설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라는 기구도 미국 9.11테러조사위원회가 21개월간 쓴 1500달러의 2배가 넘는 369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지만 여태 주목할 만한 조사 결과 하나 내놓지 못했다.”며 세월호 특조위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시행령을 강행해 세월호 특조위의 힘을 빼놓은 점, 새누리당에서 추천한 조사위원들이 특조위를 흔들다 모두 사퇴한 점, 세월호 인양 전에 특조위 조사활동이 종료될 위기에 놓인 점 등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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