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검찰이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관련 내용을 담은 청와대 문건 유출에 가담한 혐의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이 31일 기각됐다. 박관천 경정의 ‘1인 자작극’이라는 잠정 수사결과를 내린 것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자, 검찰은 박 경정의 직계 상관인 조 전 비서관을 추가 구속하려 했으나 일단 실패한 셈이다.
전날 조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엄상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청구한 조 전비서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엄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사실의 내용, 수사 진행경과 등을 종합해볼 때 구속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청구 기각 사유를 밝혔다.
조응천 전 청와대공직기강 비서관이 3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영장실질 심사를 받았다. 31일 새벽 1시경 검찰이 그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사진출처-YTN 뉴스영상 캡쳐)
영장이 기각돼 귀가 조치된 조 전비서관은 "검찰 수사가 무리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기다리던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오늘은 할 말이 없다. 피곤하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앞서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조 전 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재직 시절 자신의 직속 부하직원이던 박관천 경정이 지난 2월 청와대 행정관 파견근무가 해제돼 경찰로 복귀하면서 청와대 문건을 반출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경정이 문건들을 청와대 밖으로 들고나가도록 조 전비서관이 직접 지시하거나, 묵인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박 경정으로부터 이 같은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 전 비서관은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등을 제 3자를 통해 박지만 EG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법원은 조 전 비서관이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는데다, 청와대 문건을 박 회장에게 건네고, 박 경정 등으로부터 보고 받은 내용들을 박 회장에게 알려준 것에 대해서도 조 전 비서관 업무의 일환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법원은 박 경정이 진술을 번복한 배경에 검찰의 회유나 압박이 있었을 가능성도 염두해 두는 것으로 보인다. 박 경정뿐만 아니라, 박 회장도 1차 소환조사 때와는 달리 2차 조사에서 조 전 비서관이 자신에게 청와대 문건을 넘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회장이 말을 바꾼 배경엔 청와대가 있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을 구속할 만한 혐의를 입증하는데 실패했다. 앞서 검찰은 박 경정이 반출한 문건을 복사하고 언론사·기업에 유포한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故 최경락 경위와, 한 모 경위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다. 이어 조 전 비서관에게 청구된 구속영장도 기각되자, 가뜩이나 신뢰를 잃은 검찰의 수사가 더욱 불신을 사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검찰이 청와대의 ‘가이드라인’대로 ‘정윤회 문건’의 ‘진위여부’ 대신 ‘유출’에만 수사 초점을 맞췄다는 질타도 더욱 나올 전망이라 ‘특검’의 목소리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자살한 故 최 경위는 자신의 유서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한 경위를 회유했다고 폭로했지만 검찰은 이에 대해 수사하지 않았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 문건’에 등장하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을 경질하지 못한다면, 계속 논란을 자초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장인 박범계 의원은 조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과) 함께 일했던 엄상필 부장판사가, 조응천 영장 기각을 했다는 것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한 어떠한 지록위마도 법원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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