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교육부가 수능대비 EBS 교재인 ‘필수한국사’ 교재 집필 관계자들에게 ‘유신 관련 내용 줄여라’ ‘삼청교육대 제외하라’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의 실체를 은폐하려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교육희망’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추진해 온 교육부가 EBS ‘고교 필수한국사’ 교재 집필 관계자들에게 공문을 보내 ‘박정희의 유신을 다룬 문항을 줄이고 특정 출판사의 내용을 더 반영하라’고 압력을 넣은 사실이 집필 관계자에 의해 밝혀졌다.
교육부가 지난 8일 EBS '필수한국사' 교재 집필 관계자들에게 보낸 공문(출처-교육희망)
더불어 11일 추가보도에 따르면 교육부가 전두환 정권 시절 벌어진 “삼청교육대 관련내용도 빼라”고 요구하는 등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인 사실도 확인되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를 통해 교육부가 수능대비 EBS 교재에 대해서까지 사전검열과 압력을 넣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직권남용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지난 10일 ‘필수한국사’ 교재를 집필한 여러 명의 현직 고교 역사교사들에 따르면, 교육부 역사교육지원팀은 지난 7일경 EBS 수능교재기획부에 오는 29일 발행예정인 ‘필수한국사’ 교재의 본문을 고치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집필자 중 한 명인 고교 교사 모 씨는 관련 메일 내용에 대해 “박정희와 유신 관련 문항이 너무 많으니 문제를 줄이고 북한 관련 문제들은 빼라고 했다”면서 “여운형, 조봉암, 조선독립동맹 등의 내용도 빼거나 줄이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밝혔다. 더불어 “2개 특정 출판사 교과서의 내용을 더 반영하라”는 내용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교육부가 EBS 교재 출판을 앞두고 내용을 고치도록 압력을 넣은 것은 이전엔 없었던 일”이라면서 “친일·독재 옹호 논란을 빚은 교학사 교과서를 승인한 교육부가 이번엔 박근혜 정권에 알아서 충성한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대해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EBS 교재는 수능에 70%가 반영되는 등 수능과 직결된 것”이라면서 “이 내용을 수정하라고 지시한 것은 법적 근거 없는 검열”이라고 지적한 뒤 “특히 박정희 관련 내용을 줄이고 특정 출판사 교과서의 내용을 더 반영하라고 한 것은 문제가 크다”고 비난했다.
또한 ‘삼청교육대 관련 내용을 빼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삼청교육대는 전두환 군사독재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인 만큼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서 사진까지 넣어 다루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삼청교육대 관련내용을 빼라’고 한 사실을 시인하고 “난이도가 높으면 수능을 대비하는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높아질 것 같아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조 회장은 “이런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난이도가 높다’라는 엉뚱한 이유를 대며 제외하도록 지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이를 통해 이 같은 교육부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자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국정교과서의 미래의 모습”이라고 힐난했다.
삼청교육대, 군사정권이 만든 인권의 말살 공간
삼청교육대는 1979년 12. 12 군사반란으로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세력이 사회정화를 명분 삼아 설치한 무자비한 인권탄압 군사훈련 기관이다. 당시 군경은 80년 8월부터 12월까지 사전영장도 없이 사람들을 강제연행하는 등 초법적이고 무리한 검거를 벌였다.
또한 계엄사가 당시 2만 명 정도를 검거인원으로 정한 만큼, 할당량을 채우기 위한 경찰관의 실적 경쟁이 이어져 무려 6만 명을 검거했다. 당시 회사 노조원들이나 야당 당원들은 주요연행 대상이었으며, 여성과 어린 학생들도 가리지 않고 연행했다.
당시 전방부대로 배치된 인원들은 강제노역을 비롯해 강한 훈련을 받았고, 여기서 조교들은 수도 없이 이들에게 폭행을 가했다. 살기 위해서 이들은 무엇이든 해야만 했고, 이런 무모한 폭력으로 인해 수많은 인원들이 의문사하는 등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
삼청교육대(출처-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중)
또한 약 7500명은 3~4주의 훈련 이후에도 귀가 조치되는 것이 아닌, 재범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사회보호법’이 적용되어 1~5년 동안의 ‘보호감호’ 처분을 받고 강제로 청송감호소에서 생활해야만 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의 관제방송으로 전락한 언론들은 삼청교육대를 통해 무자비한 인권탄압에 대해서는 일절 보도하지 않았으며, 삼청교육대를 깡패와 불량배들이 새롭게 정화되어 사회로 나올 수 있게끔 나오는 기관인 것처럼 홍보했다.
지난 2004년에서야 삼청교육피해자 관련 법률이 제정되었고, 2007년에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삼청교육대의 설치가 불법이며 인권유린’이란 결론을 내린 바 있다.
MB정부 시절부터 현대사 관련 방송 축소 및 미화논란 이어져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중파 방송에서는 현대사 관련 방송들이 축소되는 것은 물론, 특정인물 미화 논란 등이 자주 이어져 왔다.
지난 2011년 당시 김인규 사장 재임 시절, 특집 다큐 ‘전쟁과 군인’을 방영해 간도특설대 출신의 군인인 친일파 백선엽 씨를 전쟁영웅으로 묘사했다는 비난이 쏟아진 바 있고, 또한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초대대통령 이승만’ 3부작을 방영해 이 전 대통령을 미화했다는 질타가 이어진 바 있다.
2011년 KBS가 방영한 백선엽 미화논란을 일으킨 '전쟁과 군인'
지난 6월 해임된 길환영 전 KBS 사장은 당시 콘텐츠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해당 프로그램들의 지휘를 맡아 노조원들에게 ‘길완용’이라는 불리는 등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24부작으로 KBS에서 방영된 ‘다큐극장’은 방영 전부터 ‘박근혜 정부 헌정방송’이라는 비판을 KBS 내부에서도 강하게 받은 바 있다. 게다가 당시 길 전 사장이 재직하고 있던 시기인 만큼 제 2의 백선엽·이승만 미화 방송이 될 거라는 지적이 있었다.
당초 프로그램 제목도 ‘그때 그 순간’ 또는 ‘격동의 세월’이라는 제목으로 기획되었다가 수정한 바 있고, 프로그램 소재 대부분이 박정희 정권 당시에 추진된 사업 및 같은 시기에 일어난 사건사고를 다루고 있는 만큼 ‘박정희 미화’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KBS 새노조와 피디협회 등은 해당 프로그램이 박근혜 정부 출범과 맞물려 ‘박정희 시대’를 미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며 강하게 질타했고, 역사 프로그램을 주로 제작했던 피디들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이런 방송이 나가면 정권에 아부하는 방송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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