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국민의 머슴들, 헌법대로 하라!”
[인터뷰] 단돈 500원 ‘손바닥 헌법책’ 보급하는 ‘우리헌법읽기 국민운동본부’
등록날짜 [ 2016년04월08일 20시20분 ]
팩트TV 고승은 기자
 
【팩트TV】 우리의 헌법,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내용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총 130개 조항이 있다는 사실, 아직 많은 분들은 모를 것이다. 법학을 공부하신 분이 아니라면 이 130조 조항을 한번이라도 읽어본 분은 매우 드물 것이다. 
 
최근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본부’는 헌법 전문, 130개 조항 및 부칙, 그리고 세계인권선언이 담긴 단돈 500원짜리 ‘손바닥헌법책’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었다. 특히 이들은 ‘헌법대로 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다. 현재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국무위원 등 이른바 국민의 머슴들이 우리 헌법을 얼마나 지키고 있을까? 이 머슴들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얼마나 섬기고 있을까?
 
손바닥헌법책
 
지난달 25일, 본지 기자는 우리헌법읽기 국민운동본부 운동을 하시는 두 분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 분은 연성수 민주평화교육원 추진위원장이고, 다른 한 분은 이주영 어린이문화연대 대표다. 
 
 
이같은 운동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이주영 “이 일을 어린이문화연대에서 구상은 하고 있었지만, 본격적 시작은 지난 2월 3.1절을 앞두고 몇 사람이 모여서 결의하게 됐죠”
 
이 대표는 아동문학가인 故 이오덕 선생을 거론하며, 이 선생의 저서인 <우리말로 살려놓은 민주주의 헌법> 책을 꺼내들었다.
 
이주영 “이오덕 선생님은 우리 헌법을 쉽게, 온 국민이 읽기 쉽도록 한문으로 된 헌법을 한글로 풀어써야 한다고 하셨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더욱 읽기 쉽도록 손바닥만하게 만들었죠. 대한민국의 헌법 전문을 주머니에 언제고 필요할 때 꺼내서 이야기할 수 있고, 생활 속에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헌법대로 하라’는 구호를 내건 이유는?
 
이주영 “사람들이 헌법 조항대로만 해도, 그대로만 하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된다는 거죠. 생활 속에서 헌법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눈에 보일 때마다 되새겨보자는 취지 아니겠습니까.”
 
연성수 “사람들이 책을 보니까 헌법대로만 살아도 잘 살겠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책만 퍼뜨리긴 어렵잖아요. 그래서 슬로건을 하나 만들자고 해서 이걸 슬로건으로 걸었습니다. 한달 사이에만 손바닥헌법책 2만부를 보급했어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 중인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 추진위원단(사진제공-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
 
 
한국사회에서 헌법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특히 언제 드십니까?
 
이주영 “우선 건국절 논쟁 같은 걸 할 때, 이해가 안 되죠. 헌법 전문에 나온대로 하면 1919년 건국이다. 헌법 전문에 명백하게 나와있음에도, 이걸 무시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이른바 뉴라이트들이 MB정권 들어서면서부터,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대통령으로 치켜세우고,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헌법을 명백하게 위배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고 친일파들의 역사를 미화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 70주년 경축사에서 ‘건국 67주년’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을 빚었다. 또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대통령이자 국부다. 과가 아닌 공만 봐야 한다”며 치켜세우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이들 모두가 헌법을 위배하고 있는 것이다. 1948년 이승만 정부 수립 이후에 최초로 발행한 관보 1호에도 대한민국 30년이라 표시돼 있다. 이승만 정부도 분명히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을 건국 시점으로 잡은 것이다.
 
연성수 씨는 국정원에 날개를 달아준 ‘테러방지법’과, 박근혜 정권이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게 제대로 된 통보도 없이 기습적으로 강행한 ‘개성공단 폐쇄’를 헌법 위반 사례로 들었다. 
 
“최근 통과된 테러방지법도 통신의 자유에 전면 위배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헌법테러법이죠. 테러방지법이 국회에서 강행되려 할 때, 테러방지법 관련조항에서 문제점을 지적해 짤막하게 만들어 인쇄해 올린 적이 있습니다”

“개성공단 폐쇄도 마찬가지죠. 개성공단이 건설되자 북한에서 개성 앞쪽에 있던 군부대를 개성 뒤 송악산으로 옮겼습니다. 휴전선에서 40km 이상 후퇴한 건데, 기록을 보니까 개성 앞쪽에 군부대가 있으면 포격권이 용산국군사령부까지 간대요. 개성공단이 있을 땐 포격권이 광화문 앞까지밖에 못 오는데, 그러면(개성공단 폐쇄) 국군의 중요 사령부가 포격 사정권에 들어가는 거죠. 국가의 안위관련 문제 아닙니까. 이건 국민투표에 부쳐야하는 행위인데, 안하잖아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고 하는 건 완전 헌법을 위배하는 거죠. 이런 건 헌법소원도 하고, 헌법재판소에서 재판받을 수 있도록 해야죠”
 
 
요즘 박근혜 정권을 ‘시행령 정부’라고 부르지요.
 
이주영 “헌법을 무시하고 유린하는 건, 국민의 주권과 인권을 완전 무시하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국민이 헌법을 잘 읽지 않으니까 그런 걸 모른다는 점이죠. 이같이 헌법을 위배하는 것은 국민의 양심의 자유나 통신·결사·집회의 자유 등 국민에게 기본적으로 주어진 자유들을 규제하는 건데, 우리가 알아야만 지적할 수 있다는 겁니다. 국민의 공복인 사람들(정치인, 관료)들에게 헌법을 지키라고 말이라도 해야죠”
 
지난해부터 박근혜 정권이 ‘시행령 정치’를 하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무력화를 담은 시행령 강행, 대선에 공약해놓고 전국 각·시도교육감들에 떠넘기고 있는 누리과정이 대표적 사례다. 또한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지자체단체장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복지사업도 시행령으로 가로막아 논란이 됐다.
 
 
손바닥헌법책에 대한 주변분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연성수 “몇 가지 얘기를 들었는데요. 어떤 어르신이 전화를 하셔서 손바닥 헌법책이 ‘참 취지에 좋다’며 주문전화를 하시고선 어떻게 주문해야는지 물어보셨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 분이 인터넷으로 주문하시는 방법이나, 은행으로 송금할 줄 모르신다고 해서 당황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또 하나는 대학생들에게 주문이 들어온다네요. 교수가 강의시간에 쓰겠다면서”
 
이주영 “흔히 우리가 서점에 가면 헌법책이 수십 권씩 있죠. 그런데 봐야한다는 생각도 못했던 건데, 이 500원짜리 손바닥헌법책 소식을 알더니 택배비 3천원 들여서라도 받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얼마나 눈물 나는 사연인지. 보통 물건보다 택배비가 비싸면 주문하기 꺼려하는데” 
 
이주영 “사람들이 헌법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조차 못한 거 같아요. 헌법 전체를 한번이라도 읽어본 사람, 열 명 중 한명도 안 되죠. 헌법을 읽어야한다고 그러면, 왜 우리가 법까지 알아야한다는 건가. 그런 반응이에요. 법은 강자의 법이지, 약자의 법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약자들이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고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던 거죠. 이런 사고를 바꿔가야 합니다. 법은 강자를 위한 게 아닌 약자를 위한 것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죠. 법 없이 살면 약육강식이 됩니다. 약육강식을 막고자 법을 만든 게 아니겠어요?”
 
연성수 “세계헌법 역사를 보면, 헌법은 대개 권력자의 권력을 제한하는데 초점이 맞춰집니다. 그래서 이런 말도 있어요. 삼권분립이 없는 헌법은 헌법이 아니라고요.”
 
 
한편, 연성수 위원장은 과거 70~80년대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다 옥살이를 겪었던 일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85년 민청련(민주화운동청년연합) 사건 당시, 남영동 치안본부에 끌려가 고문기술자로 악명 높았던 이근안에게 고문당했던 일을 언급하기도 했다.
 
연성수 “1975년, 서울대 재학 시절 학교에서 김상진 열사가 (박정희 독재에 항거하며)할복자살했을 때, (정부에서)시신을 숨기고 장례도 못 치르게 하니 추도식을 해주기로 했었죠. 그 사건으로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수감돼서 1년 정도 살았어요. 나오자마자 군대 끌려가서 제대하니 80년 광주 민중항쟁이 일어났죠. 당시 서울대에서 학생협의회 활동하다가 또 1년간 수배당했습니다. 수배생활 이후 학생운동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민청련 만들어서 활동했죠. 85년에 김근태 의장과 함께 남영동 치안본부에 끌려가서 이근안한테 고문당하고, 구치소에서 6개월정도 살고 나왔죠”
 
당시 민청련에 참여한 인사들로는 당시 의장을 맡았던 故 김근태 前 의원을 필두로, 정계 진출 인사들이 상당히 많다. 참여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던 이해찬 의원,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출신인 장영달 前 의원, 유기홍 의원,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등이 민청련에서 활동한 대표적 인사다.
 
연성수 “최근 민주시민학교 강의에서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방문했었어요. 그 곳을 30년만에 갔다. 처음엔 별거 아닌 줄 알았는데, 심장이 막 뛰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더라구요. 고문이라는 게 몸속에 깊게 박혀있었구나. 몇십 년이 지나니 몸이 반응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연성수 “우리 딸이 말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보통 아버지가 운동하면 자식들이 피해를 많이 보잖아요. 그런데 요즘 내가 헌법책 만들어서 보급한다고 하니까, 얘가 ‘헐~’ 이러는거야. ‘아빠 멋진데?’ 라고요. 그게 현재 시민들의 심정이라고 봐요. 지금 번지는 속도(한 달 만에 2만부 배포)를 보면 시민들이 얼마나 (법이 안 지켜지는 현실에)불만이 많고 폭발하려 하는지 심정이 느껴져요.”
 
“사람들에게 헌법을 쉽고 재밌게 풀어서 안내해주면, 사람들이 가치기준을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되겠더라구요, 주변에서 손바닥헌법책을 보니까 베스트셀러감이라고 하더라구요(웃음). 1차목표를 100만부 배포하는 것으로 잡았습니다. 일단 4월 10일까지 만 명의 추진위원을 모집할 겁니다. 4월 9일엔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 추진위원 결의식을 할 예정입니다. 또 4월 19일엔 4.19 혁명 의거일을 기해 헌법가지고 놀기, 노래하기 등을 가볍게 하고, 7월 17일 제헌절을 기점으로 잡아서 확산하는 운동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손바닥 헌법책을 배포하는 것은 물론, 손바닥 헌법공부모임을 지역별로 만들고, ‘헌법대로 하라’ 인증샷 켐페인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헌법책 배포에는 비용이 들어가잖아요. 그래서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분에게 약간의 돈을 기부 받아서 경제적으론 어렵지만 열성있는 이들이 헌법책을 배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특히 학생이나 청소년들한테도요.”

9일(내일) 오후 2시,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본부는 서울시청 인근에 위치한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함께 가자! 헌법 따라 가자!"라는 주제로 결의식을 연다. 몸으로 배우는 헌법 특강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진박’ 정종섭도 적극 강추했던, 전국민 헌법 읽기 운동
 
이같은 헌법 읽기는 이번 총선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진박’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도 적극 강조했었다. 정 전 장관은 수많은 헌법 관련 책을 썼을 정도로 유명한 헌법학자다. 다음은 서울대 법학과 교수였던 정 전 장관이 지난 2009년 7월 20일자 <한국일보>에 기고한 <모두 헌법을 읽자>라는 제목의 글 중 일부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예수'에까지 비유해 논란을 일으킨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사진-정종섭 대구 동구갑 후보 페이스북)
 
“우리도 이제 전 국민이 헌법을 읽자. 130개 조항밖에 안 되는 헌법을 1시간만 찬찬히 읽어보자. 나는 민주화 이후 한국이 정상국가로 성공하려면 헌법대로 하면 된다고 주장해왔다. 국민의 인권 신장이나 국가운영 방법, 국가와 시장의 관계 등 모든 것이 헌법에 있기 때문에 헌법대로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그래서 전국민 헌법 읽기 운동을 전개해왔다. 강연도 하고 만화나 사진으로 보는 헌법을 출간하기도 했다.”

“선진국 국민은 헌법부터 먼저 생각하지만, 우리나라는 대통령도 헌법을 읽지 않는 것 같다. 헌법을 읽어 보았다면 국정 운영에서 독주할 수 없고, 권력을 자기 마음대로 행사할 수 없다. 국회의원도 헌법을 읽어 본 이가 많지 않은 것 같다. 헌법에는 국회의원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권한을 행사하는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 모두 정해져 있다.”

“민주화가 되었어도 개인은 각기 자기 자유와 이익만을 내세우며 고함을 지르며 싸우고, 시민단체라는 집단도 어느 한편에 가담하여 같이 싸우고 있다. 그 결과 국가와 국민간의 갈등, 개인과 개인간의 갈등, 집단과 집단간의 갈등 등 사회갈등은 이제 한국이라는 사회가 해체의 길로 나아갈 만큼 심각하고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국가에서 모든 것의 기본이 되는 규범이 헌법이다. 헌법을 읽고, 헌법대로 하자. 헌법을 읽어 보기만 하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길을 찾을 수 있다.”
 
.
올려 0 내려 0
팩트TV 고승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김종인 “대한민국 뿌리는 임시정부”, 뉴라이트 ‘건국절’ 일축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절로 국정교과서에 표기된다면?” 前 국사편찬위원장의 우려
문재인 “박근혜정부 ‘건국절’ 주장 이승만 대통령이 화낼 일”
국민 64% “임시정부 수립이 건국”, 박근혜·김무성·뉴라이트 “건국 67주년”보다 '3배'
이재명 “박근혜의 ‘건국 67주년’ 언급? 독립운동 폄하하고 친일세력-이승만 옹호 위한 목적”
트위터로 보내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팩트TV] 오늘의 생중계 일정(4월 9일) (2016-04-09 11:44:42)
[팩트TV] 오늘의 생중계 일정(4월 8일) (2016-04-08 09:4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