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애국심은 무료봉사. 싫으면 떠나라.
1967년 이른바 ‘6일 전쟁’이라고 말하는 중동전은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났다.
엄청난 전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승리한 이유는 무엇인가. 전쟁이 끝난 후 이스라엘 전사자는 사병보다 장교들이 훨씬 많았다. 장교들은 최 일선에서 싸웠고 아랍장교들은 후방에서 지휘만 했다. 이스라엘은 당연히 전시작전권은 가지고 있었다.
6일 전쟁 중에 미국 유학생 중 이스라엘 학생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귀국했다. 참전하기 위해서였다. 아랍학생들도 학교를 떠났다. 강제귀국을 피하기 위해서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의 고위층은 자녀들을 미국으로 보내기 위해 정신이 없었다. 이스라엘의 승리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애국심이다. 이스라엘은 여성도 남자처럼 군 복무한다. 이스라엘 여성의 대다수는 전쟁이 나면 자원입대한다. 실제로 이집트와의 전쟁 때 그랬다. 애국심이다.
(사진출처-박근혜 대통령 FLICKER 앨범)
이스라엘 국민들의 애국심은 대단하다. 무엇이 그들을 애국의 화신으로 만들었는가. 역사적으로 그들은 학대받는 민족이었다. 400년 동안 이집트의 노예로 살았다. 발붙일 곳이 없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 중에 채귀(債鬼) ‘샤일록’도 유대인으로 묘사됐다. 멸시받는 유대인이 생존하는 방법은 독립이었고 그들이 노예로 살던 이집트를 탈출하여 축복의 땅 ‘가나안’을 찾아가는 고난의 역사는 영화 ‘엑소더스(영광의 탈출)’를 통해 잘 알려졌다. 이스라엘 국민에게 국가는 목숨이었고 이스라엘은 국민을 위해 존재했다. 국민 두고 야반도주한 이승만은 이스라엘에 없다.
일제에 36년 동안 노예생활을 하던 한국민족의 애국심은 어디에 가 있는가. 6·25가 터지자 서울은 3일 만에 점령당했다. 한국군을 지휘하던 고위 장교들의 거의가 일본군 장교출신이었다. 일왕에게 충성맹세한 지휘관들이 애국심은 얼마큼이나 있었을까. 도망가기에 바빴던 지휘관들을 보면서 자원입대한 학도병들은 그들을 쏘아 죽이고 싶었다고 술회했다. 도와주러 왔던 미군들도 한숨을 쉬었다. 만약에 이집트에 아부하던 유대인이라면 이스라엘 건국 후 어떤 대우를 받았을까.
■썰물처럼 떠난 민심. 무엇이 남는가?
세월호 참사 후 자식이 이민 간 미국에 그렇게 안 가겠다던 친구가 떠났다. 떠나기 전 친구의 늙은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가 남긴 말이 상처처럼 남았다. “조국이 나를 버리면 나도 조국을”
그는 이국땅에 묻힐 것이다.
전철에서 핸드폰 줄에 ‘세월호’ 상징 노란 리본을 단 노인을 봤다. 왜 그걸 달고 다니느냐고 물으니 ’이것밖에 할 게 없다‘고 했다. 덧붙이는 말이 있다. ’젊은 애들은 늙은이를 모두 꼴통(보수)이라고 하는데 옳은 일에 늙고 젊음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
박근혜 지지율은 꼴통(노인)들에게도 내리막길이다.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국민들의 가슴속에서 박근혜란 이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왜 사라졌는가.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을 잊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국민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인적쇄신의 모습은 어떻게 나타났는가. 민심은 사라지고 ‘십상시’와 ‘문고리’만 남았다.
31조 2,663억. 자원외교라는 미명으로 사라진 국민의 피다. 혈세라고 하지 않던가. 이 혈세를 퍼다 준 인간들. 언론에 나오는 얼굴은 ‘이명박’, ‘이상득’, ‘최경환’, ‘박영준’, ‘윤상직’이다. 이들의 얼굴 위로 을사오적의 얼굴이 겹치는 이유는 늙은 눈 탓일까. 눈물이 나는 이유는 또 무슨 이유일까.
멀쩡하게 잘 흐르는 강에다 21조를 쏟아 부었다. ‘녹조라떼’를 대량으로 만들어 내고 ‘큰빗이끼벌레’는 잘도 자란다. 오염된 물로 멀쩡한 물고기들이 벼락을 맞았다. 망가진 강을 유지하기 위해 한 해에 몇천억을 다시 쏟아 부어야 한다. 역시 국민의 피다.
(사진출처-박근혜 대통령 FLICKER 앨범)
애망가망 키워서 ‘나라를 지키라고 군대에 보냈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갔다. ’우리 부모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는 착한 아들이다. ’내 새끼는 잘 있겠지‘하고 엄마는 밤마다 자식 꿈을 꾼다.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선다면 아아 이슬같이 죽겠노라.‘ 아들은 이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악질 선임병에 터지고 성추행당하고 고생이 돼도 꿋꿋이 잘 버텨 무사히 돌아오라고 빈다. 군에서 사고가 났다 하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이게 무슨 죄란 말인가. 나라 잘못 만난 죄냐. 투표 잘못한 탓이냐. 손가락 잘라서 한강에 던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알바’ 하면서 대학 졸업했다. 기다리는 것은 실업자 면허. 길러 주신 부모님 뵐 낮이 없다. 애인과도 헤어질 수밖에 없다. 2014년 12월 현재, 청년 실업률이 9%까지 올랐고 계약직이 20%, 청소년 삶의 만족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비집고 들어간 직장은 ‘미생’이다. ‘완생’이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송파 세 모녀 자살은 남의 일이 아니다.
너무 비관적인가. 그럼 낙관적으로 생각해 보자. 강남거리에 가보면 값비싼 외제 차에 애인을 싣고 씽씽 달리는 선글라스 청년들이 얼마나 많은가. 취직걱정 같은 거 안 한다. 이미 유산은 몇십 억, 몇백 억 받아 놨다. 부러운가. 부모 잘 만난 덕이다. 그럼 잘못 만난 부모 탓 할 것인가. 그러지 마라. 팔자소관이다. 아니 나라 잘못 만난 덕이다. 아니 나라 탓하다가는 종북으로 몰린다.
■희망만 있으면 고생쯤은 아무것도
일제 36년도 겪었다. 연합군의 승리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모두 ‘쪽발리’가 되어 ‘덴노헤이카반자이’나 부르면서 살 것이다. 6.25도 겪었다. 미군과 유엔군이 아니었으면 우린 모두 빨갱이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복 받은 민족이라고 행복해해야 할까.
이승만 독재, 박정희 독재, 전두환 독재도 타도했다. 얼마나 위대한 민족인가. 청와대 인적 쇄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원망할 것 없다. ‘무사는 곁불을 쬐지 않는다’던 무사가 모닥불인 줄 착각했는지 불을 쬐러 곁불 곁으로 갔다. 곁불이고 모닥불이고 좋을 대로 생각하면 된다.
온 국민의 눈에 보이는 엉망인 정치가 왜 청와대 안에서는 안 보이느냐고 원망 말라. 대통령의 고유권한이 아닌가. 우리에게는 충성을 다할 의무가 있다. 304명의 생목숨이 바다에 빠져 죽는 걸 보면서도 속수무책인 조국에 충성해야 하는 국민이다. 세금은 5년 새 25%가 올랐다. 그래도 증세는 없단다.
참으로 고약하게 글을 썼다고 할지 모른다. 독재시대 같으면 고생 좀 했겠지. 그런 의미에서 행복한 세상이다.
조국에 대한 충성은 무료봉사다.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다. 맞는가.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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