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40년 전 언론자유수호를 외치다 거리로 내몰렸던 <동아일보> 기자들에게 국가배상금을 받을 길이 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24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이하 동아투위)에서 활동하다 해직당한 故 성유보 선생과 임채정 전 국회의장, 이부영 전 국회의원 등 14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시효가 끝났다(소멸시효 완성)는 판결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들 중 14명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뒤 국가가 피해회복을 위한 입법 등 아무런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자 진실규명 결정일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에 소송을 제기했다."며 "이에 대해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가로부터 생활지원금을 받았던 일부 원고들에 대해서는 "재판상 화해가 있었던 것과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며 각하 판결하고, 이외 나머지에 대해서는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 10월 타계한 故 성유보 선생(사진 중앙) 등 동아투위 해직기자들(사진출처-뉴스타파 영상 캡쳐)
40년을 기다린 동아일보 해직 기자들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남아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의 동아일보사 광고 탄압과 원고 등의 해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심리·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해직사태는, 지난 1974년 동아일보 기자들이 박정희 유신정권의 간섭 배제 등을 골자로 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하면서 비롯됐다. 특히 중앙정보부(현 국정원) 요원들은 툭하면 모든 언론사를 감시했고, 철저히 유신정권의 나팔수로 만들었다.
김태진 동아투위 해직기자에 따르면, 중앙정보부에서 ‘보석밀수 사건’에 대해 보도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한 적이 있는데, 당시 송건호 편집국장이 이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보도 후 중앙정보부는 송 국장을 연행했고, 일개 중앙정보부 요원이 송 국장에게 욕설하며 뺨을 후려쳤다고 밝혔다. 당시 동아일보는 국내 최대 신문사이기도 했다.
이후 유신정권의 압력에 의해 동아일보의 광고가 무더기로 해약되자 경영진이 굴복, 이듬해 3월 동아일보사에서 농성을 벌이던 기자와 사원 160여 명을 대거 해고한 바 있다.
이들은 동아투위를 구성한 이후, 유신정권의 탄압으로 주요 인사들이 여러 차례 구속되곤 했다. 이후 동아일보 해직기자들은 전두환 신군부의 80년 언론통폐합으로 해고당한 언론인 및 조선투위와 함께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들은 88년 <한겨레>의 창간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해직 사태에 국가 공권력이 자행된 것으로 판단, 국가와 동아일보사를 상대로 해직자들에게 사과 및 적절한 조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동아투위 활동을 하다 거리로 내몰린 기자, PD, 아나운서와 그의 가족 등 135명은 지난 2009년 대량 해직사태에 정부가 개입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앞서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는 모두 동아투위 사건은 박정희 유신정권이 저지른 불법행위라고 인정했지만, "해직 후 상당기간 후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다."며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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