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그룹 회장이 지난 5월 외부로 유출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명의의 문건을 다량 확보해 '문고리 3인방' 중 한명인 정호성 청와대 1부속 비서관, 김기춘 비서실장, 남재준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전달하면서 문건 유출을 철저히 조사해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김 비서실장이 유출 사실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세계일보>가 보도했다.
3일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 말을 빌은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박 회장이 지난 5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문건이 외부에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며, 이틀 뒤 직접 문서를 입수했다.
박 회장이 입수한 문서는 A4 용지 100여장 분량으로 박 회장 주변인을 언급하며 대통령 친인척 행세를 할 수 있으니 신중한 언행이 필요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박 회장과 주변인 관리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맡았다.
박지만 EG 회장(사진출처-채널A 정용관의 시사병법 영상 캡쳐)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청와대 보안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철저하고도 은밀한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박 대통령의 특별 지시를 받아 국정원 인력이 들어가 대대적인 점검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정호성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이 사안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며 직접보고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회장이 입수한 문건은 정 비서관 손을 거쳐 김기춘 실장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김 비서실장은 이런 사실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오히려 자신 등 청와대를 음해하려는 세력의 농간으로 규정해 “누군가가 무고를 하고 있으니 음해 세력을 색출하라”며 당시 홍정식 민정수석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회장은 동시에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에게도 연락해 상황을 설명한 뒤 도움을 요청했다. 청와대에서 문건이 유출된 사안인 만큼 청와대 자체 감찰로는 경위 파악이 어렵다고 보고 남 원장에게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평소 “남 원장은 참군인이다. 좌고우면하지 않는다.”며 그를 상당히 신뢰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박 회장은 “조만간 대대적으로 청와대 보안점검을 하라는 박 대통령 특별지시가 있을 것이다. 남 원장이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지시가 내려오면 보안점검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원장은 당시 박 회장에게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 보안을 긴급 점검하라는 박 대통령의 특별지시는 없었고, 남 원장은 10여일 뒤 갑자기 사표를 제출했으며 같은 달 22일 수리됐다.
사정 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김기춘 비서실장 지시로 민정수석실은 박 회장이 가져온 문건의 유출 경위를 조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배에 구멍이 났다고 외쳤는데 이를 확인하지는 않고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는지 찾아내라고 한 격”이라며 “선장은 그런 사실도 모르고 배는 계속 가고 있다.”고 힐난했다.
만약 보도가 사실이라면 최근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유출을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격노하면서 사법기관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한 박 대통령은 반년 넘게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으로부터 철저히 차단돼 문건 유출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얘기가 되는 만큼, 앞으로도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을 포함한 ’십상시‘ 관련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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