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지난 23일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허가안을 최종 의결하면서 부울경 지역에선 거센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고리원전 지역은 2기의 원전이 추가돼 세계 최대의 원전밀집 단지로 부상하게 됐다. 한수원은 2021년 3월 신고리 5호기를, 2022년 3월에는 신고리 6호기를 각각 준공한다는 계획이며 공사비로는 8조 6254억을 투입할 예정이다.
좁은 밀도에 다수의 원자로가 집중되면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현재 부산 기장과 울산 울주군에는 고리 1~4호기를 비롯해 신고리 1·2호기 등 6개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이어 시험 가동 중인 신고리 3·4호기에 이어 5,6기까지 추가되면 총 10개가 가동된다. 세계 1위 밀집 원전단지를 만든 셈이다. 노후원전인 고리 1호기가 내년에 가동 중단되더라도, 9개의 원전이 둘아간다는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가 알려진 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성명을 통해 "국민 안전을 무시한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질타하며 “원전 사고 시 치명적인 피해를 보는 원전 30㎞ 반경에 382만 명이 살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에서 보았듯 한 곳에 여러 원전이 위치하면 사고 확률이 증가한다"고 우려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KT빌딩 앞에서 추가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복불복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사진제공 - 그린피스)
국회의원 24명이 참여하고 있는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대표 우원식-김영춘 의원)’도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두 개의 원전이 추가로 들어설 고리원전 부지에는 이미 원전 8개가 있다"며 "최대 거리가 고작 3.5㎞에 불과한 좁은 땅에 원전 10개를 밀집시키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안정성 평가, 인구밀집지역 위치제한 규정, 지진 위험성 과소평가 등 안전 문제는 결코 원안위의 표결로 처리해선 안 될 일이었다”고 규탄했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이 건설 허가 결정이 나기도 전에 공사를 시작했는데도 어떤 제재도 하지 않은 건 원안위가 한수원의 2중대라는 사실을 자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울산을 지역구로 둔 윤종오(울산 북구), 김종훈(울산 동구) 의원도 24일 논평을 통해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는) 노후 핵발전소인 월성1호기 수명연장 날치기에 이은 또 다른 참사”라며 “울산은 이로써 세계 최대 핵 지뢰와 핵 시한폭탄에 둘러싸인 유일한 곳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안전 평가와 절차에도 부실, 졸속과 위법성이 제기된다. 핵발전소가 10기나 들어서는 세계 유일한 지역임에도 안전평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건설허가가 통과되기도 전부터 한수원이 신고리 5·6호기 불법 공사를 시작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특히 “세월호 참사 당시 배가 침몰하는 와중에도 300여 명의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 명령했다”며 “원안위 결정은 울산·부산·경남 300여만 명의 시민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성토하며 재고를 촉구했다.
새누리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김정훈 의원(부산 남구갑)도 27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회의에서 “한 지역에 원전 10개를 모아놓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세계적으로 이런 일이 없고, 국가안보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수력원자력에서는 지진 발생을 감안해도 안전하다고 하는데, 테러·전시 상황도 있을 수 있다"며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이 깨진 것 가지고도 저 난리인데, 원전이 폭파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겠는가"라고 원안위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그같은 걱정의 취지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다"면서 "발전소 다수가 모여있다 해도 국제 규제에 맞춰 안전성이 저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