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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도자의 덕목, ‘품격’이라는 향기
[이기명 칼럼] 사랑은 자신이 지니고 다닌다.
등록날짜 [ 2015년01월19일 11시34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사랑은 자신이 지니고 다닌다.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는 많은 향수가 진열되어 있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향수들. 냄새가 아주 좋고 저런 향기를 만들어 내는 인간들의 재주에 경탄불금(驚嘆不禁)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품격’이라는 향수는 없는가. 특히 정치인이 지닌 ‘품격’의 향기 말이다.
 
인터넷을 검색했다가 이내 포기했다. ‘향수’라는 곳에 들어가니 금방 머리가 지끈거린다. 향수의 종류가 저토록 많을 수가. 어차피 단념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품격’이란 향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사진출처 -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 SNS)


인간에게는 신분과 지위의 높고 낮음에는 상관없이 갖추어야 할 것이 있다. 최소한의 품격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주위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사람들의 경우, 그 이유는 갖추지 못한 품격에 있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인간의 향기. 그것을 품격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치인의 품격과 저격수
 

스나이퍼(Sniper 저격수)를 그린 영화도 많다. 자신의 몸을 숨기고 상대를 쏘아 살해하는 저격수. 미국 네이비 씰 출신 ‘크리스 카일’ 중사는 저격의 공식 기록이 160회다. 160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이고도 전설적인 저격수로 기록됐지만, 자신도 전쟁 후유증에 시달린 이웃에게 사살된다. 총으로 얻은 명성이 총으로 사라진 것도 운명인가.
 
저격수란 숨어서 적을 쏘아 죽이는 것이다. 전쟁에서 적을 죽이는데 무슨 수단과 방법을 가리랴만 상대가 모르게 숨어서 뒤통수 때리면 비열의 극치다. 미국 서부개척 시대 권총이 법이었던 때도 뒤에서 총 쏘는 놈은 가장 비열한 인간으로 사람취급도 하지 않았다.
 
한국 정치에도 저격수란 말이 많이 나온다. 이름 난 저격수라고 불리는 정치인들이 있다. 자랑스러운지 모르겠다. 항의를 안 하는 걸 보면 싫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숨어서 적을 죽이는 행위가 칭찬받을 일은 아니다. 특히 정치에서는 당당하게 싸워야 한다.
 
새누리당의 어떤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저격수로 입에 오른다. 박 시장의 인사 전횡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고 한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가장 시정을 잘 이끌고 있다는 박 시장을 ‘진상조사단’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조사하겠다는 것은 혹시 집단 저격을 하자는 것이 아닌지. 궁색하고 초라하다. 새누리나 청와대의 인사난맥을 보는 국민들의 생각인지 웃지 않으면 이상하다.
 
사실이야 어찌 됐던 당장 작은 이익을 위해서 돌발 공격하는 행위는 추하고 비열하게 보인다. 그 정도를 구별하지 못하는 정치인을 대표라고 뽑아 놓은 국민들의 책임 또한 무겁다. 그야말로 투표 잘못한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할 것이다. 좋은 경험이고 다시는 저지르지 말아야 할 잘못이다.
 

■당대표 토론회, 제발 품격을
 

2월 8일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출마한 새민연 후보들의 토론회가 전국을 돌고 있다.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후보들의 토론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켜야 할 금도가 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피해야 할 음식이 있다.
 
“문 후보께선 당대표가 된다면 대권후보 포기하시겠습니까?”
 
“한 번 더 말씀드리자면 저는 다음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문재인이 친노 계파 청산을 약속하자 박지원은 왜 진작 하지 왜 못했느냐고 공격이다. 유치한 토론에 민망하지 않은가. 이런 질문과 답변을 들으며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왜 저런 유치한 질문을 하는지 뻔히 아는 국민들인데 이야말로 정말 국민 무시의 극치다. 당 대표가 되고 대통령 후보가 되어도 국민의 가슴을 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상대를 물어뜯기만 한다고 잘하는 토론이 아니다. 합리적 논리로 자신의 주장을 펴면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좋은 토론이다. 노무현 후보가 토론할 때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그때 상대 후보가 얼마나 노무현을 물어뜯었는가. 결과도 국민은 다 알고 있다.
 
왜 저급한 토론이 생기는가. 현실에 안주해 기득권이나 뜯어먹고 편하게 살자는 것이다. 유명을 달리한 지 이미 5년이 지난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의 부음을 듣고 ‘내 몸에 반쪽이 잘려나간 것 같다’던 김대중 대통령이 영결식장에서 목이 메어 말을 잊지 못하던 모습을 기억한다면 지금 친노, 비노를 들먹이며 국민을 절망시키지 못할 것이다.
 
감히 나라를 이끌어 가겠다고 자부하는 정치인들이라면 스스로 금도를 지킬 줄 알아야 하고 품격을 지녀야 한다. 품격에서 우러나오는 향기를 맡지 못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정치를 포기해야 한다.
 
‘노루 꼬리 3년 우려먹는다’는 속담에 매달려 언제까지 친노, 반노를 우려먹으며 정치를 할 것인가. 이 나라 민주주의 위해 평생을 바친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이 편히 쉬시도록 해 드릴 수는 없는가.
 
야당 당 대표들의 날 선 토론을 듣고 난 다음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있다. 분명히 있다. 허탈이다. 허망이다. TV를 보며 보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 자신은 무엇을 느꼈을까. 자신의 진솔한 토론이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그래서 자신이 국민과 당원들의 많은 지지를 이끌어 냈다고 생각을 할 것인가. 아니면 왜 좀 더 독설을 퍼부어 상대방을 박살 내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에 젖어 있을까.
 
한가지만은 분명하다. 국민은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니 실망은 얻었을 것이다. 이 나라의 야당은 정말 희망이 없구나 하는 절망 말이다. 이기기 위해서는 개똥도 주워서 먹는다는 정치인이지만 이제 그 생각은 버리고 국민이 좋아하는 향기가 무엇인지 연구하기를 바란다.
 
지금 박근혜 정권에 대해서 국민이 얼마나 절망을 하고 있는지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야당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알 것이다. 토론에서 지역을 말하고 친노, 비노를 말하는 것인가. 대통령 후보 사퇴하라는 질문인가. 호남에서 전횡할 것이라는 우려인가.
 
아니다. 정책이다. 자신이 대표가 되면 당을 어떻게 개혁해서 정치에 절망한 국민에게 희망을 줄 것인지 명확한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것이 제대로 된 야당 지도자가 할 의무이자 책임이다. 인신공격이나 하면서 국민의 절망을 가중시킬 것이라면 차라리 정치를 집어치워라.
 
이런 제안을 국민과 함께 하고 싶다.
 
일체 영·호남의 지역을 말 하지 마라. 친노·비노를 입에 올리지 말고 오로지 정책만 입에 담아야 한다. 만약에 친노·비노·영남·호남을 입에 올리면 ‘페널티’를 먹이는 규칙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이런 제안을 해야 하는가. 당 대표 후보는 아군이다. 동지다.
 
국민의 명령이다. 향기나는 ‘품격’ 좀 지녀라. 자신 없으면 백화점에 가서 싸구려 향수라도 사서 뿌리고 다녀라.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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