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새 지도부를 뽑는 이번 전당대회는 당으로서는 가장 큰 잔치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간 새정치민주연합이 제1야당으로서의 몫을 다하지 못했다는 불만에서일 것입니다.
당 대표 출마에 나선 세 후보 가운데는 386세대 출신의 이인영 의원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후보는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와 당 혁신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계파를 혁파하고 당에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한계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세 싸움과 지역기반에서 약세인 것이 가장 큰 취약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당권후보 릴레이 인터뷰 그 세 번째로 오늘은 이인영 후보를 만나봅니다. 이 후보는 오늘 오전 서강대 인근에 있는 알바노조 사무실에서 노조 관계자들을 만나 간담회를 가졌는데요, 그 현장에서 즉석인터뷰를 가졌습니다. 함께 만나보시죠.
정운현
오늘 알바노조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만남은 어땠나요?
이인영
저는 정책이나 연구 이런 정치활동 속에서 최저임금의 문제를 하고 있는데, 알바노조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삶의 문제로, 어떤 면에서는 생존의 문제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계시기 때문에 훨씬 더 절박하고 체감의 정도가 다르네요. 5,210원이면 5불 정도인데요 미국이 7불일 때 우리가 4불이었으니까 OECD 평균으로 놓고 보면 우리가 약간 절반 정도 수준입니다. 우리도 경제적인 여건으로 놓고 보면 최저임금을 더 성장시킬 수 있는,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그래서 최대한 빠르게 최저임금이 만 원 정도 되는 시대로 우리가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운현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요. ‘386’을 요즘 ‘86그룹’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이 의원께서는 ‘86 그룹’의 대표주자신데, 이번 당 대표 전대에서는 2012년과 달리 민생 집중하고 있고, 현장정치로 읽히기도 하는 데.요 이를 86 정치인들의 변화로 볼 수 있을까요?
이인영
물론입니다. 정치의 목소리가 그동안 많았고 민생의 목소리가 적었습니다. 특히 정치의 목소리 중에서도 계파의 목소리가 많았고 국민의 목소리가 적었습니다. 계파로 나뉘어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계파 보스의 보조자처럼 되어서 국민이 원하는 하나 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었고요. 특히 민생의 목소리는 저희 나름대로 보편적 복지나 경제 민주화 이런 것에 대해서 저희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피부로 절감하는 구체적인 민생 대책을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데는 적었다는 평가 들이 있습니다. 작년에 을지로 위원회에 많은 젊은 의원들이 참여해서 현장 정치를 하면서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고, 그런 새로운 우리들의 모습의 연장선에서 저의 출마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운현
지난주, 제주에서 첫 합동연설회를 가졌습니다. 제주는 한국의 뉴햄프셔로 불릴 정도로 제주의 분위기가 중요한데요, 실제 연설해보니 체감 분위기는 어땠나요?
이인영
아직은 현장 분위기가 한 30~40%는 특정한 후보의 지지자, 또 나머지 30%는 특정한 후보의 지지자 그리고, 각기 특정한 후보의 지지자들이 최고위원의 선거 운동하고 섞여 있기 때문에 순수한 의미에서는 30% 정도가 유권자일 것 같은데요. 아직은 폭발하지는 않습니다. 그게 계파적인 연고나 지역적인 연고의, 아직은 자기 지지자들을 동원하는 부분들이 있으니까요. 눌리면 눌리는 만큼 변화의, 혁신의 에너지는 더 강하게 폭발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그런 열망감 같은 것은 느꼈습니다. 시원하게 제 이야기에 공감해서 시원하게 박수 못 치죠. 주변의 분위기가 있으니까. 나가면서 좋았다고 꼭 이번에 바뀌어야 한다고 그러시는 목소리도 분명 있었습니다. 우리 당의 저변에 변화나 혁신을 바라는 열망, 완강한 기류는 있었다고 생각하고 남은 한 달이 좀 안 되는 이 시간을 전력을 다해서 전국적으로 그 열망을 터뜨리는 폭발시키는 이런 것이 제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번 전당대회의 흥행 점수는 제가 얻는 득표수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변화와 혁신의 바로미터다. 우리가 변화하고 혁신하는 만큼 국민들은 쳐다볼 것이고, 처다보신 만큼 우리에게 희망을 걸 것이기 때문에 제가 바로미터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새로운 힘이 오래된 힘, 낡은 힘을 이겼다고 만드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운현
86세대가 30대에 정계 입문해서 한 때는 정치권의 ‘희망’의 아이콘이었는데, 지금은 좀 박하게 표현하자면 이 세대 정치인들 중에 두각을 뚜렷이 나타낸 큰 인물이 없다고 합니다. 86세대 정치인의 대표로서 이 부분에 대한 변명과 앞으로의 변화를 어떻게 그려갈지 이야기를 해주세요.
이인영
저는 변명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이 잘못했던 것, 잘못했다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 통렬하게 공감하고, 다만 잘못했으니까 그걸 변명하고 도망가고 회피하기보다는 정직하게 맞을 매는 맞고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길이니까 다시 품어야 할 꿈은 품어 내면서 정직하고 진실하게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만 말씀드리면 하나는 이게 진짜 용기다. 진정한 용기는 도망가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나설 수 있어야 한다. 그 기회를 주시고 그걸 격려해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가 잘못한 것으로 각인돼서 무너지는 이 가운데 우리보다 더 큰 잘못을 가지고 있는 과거 질서, 이런 것들이 유지·온존된다면 그것도 절대 온당하지 않다. 그게 계파 패권이고 지역의 할거다. 모두 이것만큼은 싸워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한다.
그다음 두 번째는 우린 어떤 의미에서 탯줄을 끊은 것이다. 후보 선수로서 주전 선수들의 주전자를 들고 다니던, 컵을 들고 쫓아다니던 이런 시대는 다시 우리에게 없다. 과거로 돌아가는 다리의 불을 태운 거다. 이제는 우리가 주전 선수로서 경쟁하겠다는 것이고, 그러면 후보 선수로서 채점보다는 주전 선수로서 우리 스스로 채점을 받겠다. 연극의 무대에서 잘해야 조연했을 텐데, 우리가 주연이 돼서 돌아보고 거기서 우리 스스로의 채점표를 받아보겠다. 이런 점만큼은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고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
정운현
예비경선 컷오프를 통과하고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문-박 두 후보를 ‘치받을 때까지 치받겠다’고 말씀하신 것이 강렬하게 받아졌는데요. 이인영의 컷오프 통과 그 자체가 독자노선의 신호라고 보여집니다. 현실적으로 문재인 후보가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강하고, 수도권에서도 승부를 볼 것으로 보여집니다. 박지원 후보도 자신의 지역구를 기반으로 양강(구도)인데. 좀처럼 이 지형이 흔들리기 어려울 거 같습니다. 이 구도를 어떻게 깨고 치받을 생각인지?
이인영
선거운동 많이 하지 못했지만 다녀보면서 두 분이 마치 대기업 같아요. 전국적인 유통망 다 깔고 이미 기성제품 출시해서 세일즈하고 계시니까. 저는 이제 신상품 하나 들고 판촉망 뚫으면서 하고 있는 형국인데요. 때로는 저의 신상품이 자기들 상품이라고 얘기도 하고 별거 아니라고 무시도 하고 그러시는데 저는 그냥 중소기업이 아니라 강소기업의 면모를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애플처럼 엄청난 미국의 시장질서를 뚫고 성장하듯이 그런 새로운 길, 새로운 정치, 이런 것들을 강렬하게 해 보고 싶습니다.
정운현
이번 전대에서 당명 바꾸기 논쟁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대가 치러진 원인이 선거 패배에 대한 지도부 사퇴였고, 그때마다 당에서는 좀 더 좌, 좀 더 우하는 노선 전쟁이 불붙었죠. 2012년 총선 패배 후에도 그렇고. 그런데 당의 노선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확고한 노선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도 맞다고 보는데, 왜 유독 새정치연합만 왔다 갔다 노선 전쟁이 잦게 벌어지는 걸까요?
이인영
출발을 잘 못 했는데요. 당권·대권 논쟁이라던가 당명 변경안이라던가 이 얘기부터 시작한 것이 잘못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프레임 정치고 우리가 극복해야 할 낡은 정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논쟁을 붙이면 나에게 유리한가 이것을 생각하기 이전에 국민이 어떤 소리를 듣고 싶은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서 우리에게 무슨 소리를 듣고 싶어 하시는가를 먼저 봤습니다. 그게 정직한 정치고요. 나는 우리 국민이야말로 이번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민생의 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을 듣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향한 새로운 약속의 모습을 보고 싶었고 박지원 대표가 당권·대권논쟁을 하고, 명칭 변경 논란을 일으켰는데 문제는 맞대응 과정에서 휘청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 우리의 (본래)모습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것 속에서 서로 다른 우선 먼저 일치한다면 서로 다른 상품을 내놓고, 가령 문재인 의원은 총선·대선에서 내가 더 경쟁력 있는 것 아니오. 박지원 후보는 그래도 내가 더 정치 경력이 있는 것 아니오. 이런 얘기하고 저는 세대교체나 새로운 정치를 이야기하고, 이런 것들로 싸워야 하는데 좀 국민이 관심 없는 그건 니들끼리 논쟁이야 이렇게 할 수 있는 선택 같고. 그건 프레임정치 속에서 우리 당의 전당대회를 망가뜨리는 시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진보나 중도 논란보다도…저는 진보주의자입니다. 진보주의로서 정치 원칙이나 철학, 가치 이런 것들에 변할 마음도 없고 변한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단계적이고 합리적이고 점진적으로 가야 할 길이라면, 일거에 혁명적으로 단절하고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면 중도와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념 논쟁으로 하는 일보다는 지금은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길, 여기서 만나서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동으로 추구할 수 있는 가치 해결을 찾아내는 것으로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운현
이인영 후보가 당 대표가 될 수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최경환 경제팀이 추진하는 고용, 노동, 경제 정책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정규직의 해고 요건 완화, 중규직 제도 신설 등 노동 안정성을 흔드는 정책들이 있는데, 당 대표 당선과 상관없이 정부여당의 이러한 정책 추진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신지?
이인영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국회선진화법을 통해서 더 좋게 만들 수 없을지 모르지만, 더 나쁘게 만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과반수는 못되지만, 저들이 일방적으로 과반수 의견을 할 수 있는 길은 없다고 생각하고 법과 제도를 만드는 저희들로써는 분명히 막는다. 중규직이나 정리 해고를 완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올해 경제가 어려워질 텐데, 경제가 어려워지는 과정에서 서민, 중산층, 월급쟁이들한테 그 부담을 전가하려는 나쁜 술수입니다. 그것이 경제를 더 좋게 만든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이미 지난 15년 동안 확인된 것이다. 오히려 경제를 더 나쁘게 만든다. 비정규직이 많아지고 이런 과정 속에서는 오히려 생산성 자체 저하 등 악순환의 고리로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우리 사회가 일본처럼 악순환의 고리로 접어들었다. 과거의 그런 서민 중산층이나 월급쟁이들한테 부담을 전가하고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정부와 기업의 전통적 방식은 낡은 방식이고 지금은 통하지도 않는다. 그런 점에서 막겠다.
정운현
야당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제3당 창당의 외부적 요건이 갖춰졌다고 보는데, 제3당 창당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이인영
저는 반대합니다. 특히 우리 당에서 탈당해서 신당에 합류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당의 혁신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봐야 한다. 밖에 나가서 할 것 같으면 그것을 추위에 광야에서 표현할 정도면 이 안에서 죽기 살기로 싸워서 혁신에 성공해야 한다. 이겨야 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혁신에 성공하면 여기서 합격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야권의 분열이라는 것은 새누리당이 만세 부를 일 아니겠는가. 저는 이 안에서 혁신에 성공해서 우리가 우리 당이 야권 전체의 온전한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데까지 치받고 나가려고 생각합니다. 지금으로써는 저는 이 길을 선택하겠습니다.
정운현
정동영 상임고문이 신당에 합류하기 위해 탈당을 했습니다. 당내에서는 비난 일색인데 최근 ‘길거리의 정치’를 해온 정 고문이 당내 입지가 없었던 것도 문제 아닐까요?
이인영
저 역시 길거리 정당이라는 비난보다 무기력한 야당이라는 비난에 대해 더 가슴 아프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 당을 한번 싸움을 시작한 건 끝을 보고 야당다운 매서움과 분명함, 선명함 이런 것들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운현
제1야당으로서 감당해야 할 몫이 있습니다.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새정연, 누가 지도부가 되든 ‘그 나물에 그 밥’이 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점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이인영
저는 누가 대표가 돼도 다르지 않다 이런 얘기는 좀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표가 되면 다르다. 불행히도 두 분은 계파 패권이라던가 지역의 할거라던가 대표 선수처럼 되셨습니다. 저는 적어도 그 문제에 대해서는 자유롭습니다. 새롭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또 김대중 대통령이 1971년에 형성했던 세대교체 이후에 우리 정치에서 단 한 번도 세대교체 깃발, 이런 것들이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대표가 되면 이런 것들이 실행되는 것이고 더 큰 폭발로 가기 위한 시작입니다.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계파나 지역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새롭고 그래서 강한 젊은 지도자의 면모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정운현
끝으로, 더 보태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한 마디 해주세요.
이인영
우리 당은 지금 강해져야 합니다. 또 혁신해야 합니다. 또 단결해야 하고 승리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수권 정당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이 시기에 세대교체보다도 더 분명한 혁신의 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대교체보다 더 강력한 야당의 길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세대교체보다 더 완벽한 통합의 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대교체를 통해서 아주 분명하고 확실하게 이기는 정당으로 가는, 수권 정당으로 가는 면모를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을 당원과 유권자들이 깊이 생각하고 결단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