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정부와 새누리당이 '경제 위기'를 이유로 최태원 SK회장 등 현재 수감 중인 재벌총수들의 내년 초 가석방을 주장하고 나선 모양이다. 몇 달 전에는 '대통령 특별사면'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여론의 반발에 직면하자 '가석방'으로 방향을 바꾼 모양새다.
24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여권의 한 고위 인사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한다는 심정으로 내년 2월이나 3·1절 즈음 일부 대기업 총수 등 기업인들을 가석방하는 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경제 환경 악화 속에서 우리 경제도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당·정·청 내부에선 강하게 번지고 있다.”면서 “특별사면은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는 사안이지만 가석방은 형법에 규정된 법적·행정적 절차라 정치적 부담이 덜하다.”고 밝혀, 정부가 재벌총수들의 가석방을 추진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2012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 회장, 현재 구속된 재벌총수 가석방 1순위로 꼽히고 있다.(사진출처-JTBC 뉴스영상 캡쳐)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제인에게 특별한 특혜도 없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석방을 위한 법적 요건을 갖춘 기업인을 차별적으로 제외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통화에서 “경제위기가 현실화되고 있어 걱정스럽다.”며 “경제 위기 극복의 해법 중 하나로 (기업인들의) 사면이나 가석방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 동안 우리 경제를 대기업의 힘으로 여기까지 끌고 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결국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것도 대기업의 힘”이라면서 “청와대와 정부가 매일같이 대기업들에 투자하라고 하지만 경제위기 속에서 투자라는 용기를 낼 수 있는 것도 대기업 총수의 결단이 없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0월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특히 경제를 살리고, 투자가 굉장히 위축돼서 걱정이 많은데 기업총수가 가석방 요건이 됐음에도, 가석방을 안 시키며 투자위축을 초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벌총수의 가석방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정부여당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사면 대상 1순위로 꼽히고 있는 인물은 단연 최태원 SK 회장이다. 그는 지난 2012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고, 올해 초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됐으며, 다음 달이면 복역 만 2년을 맞는다. 법적으로 가석방 조건은 형량의 3분의 1을 수감생활을 해야 하는 만큼, 최 회장은 가석방 요건이 갖춰진 셈이다.
그러나 법무부에서 보통 가석방 기준은 형기의 85%를 채웠을 경우 가석방 대상으로 삼아왔던 만큼, 이제 형기의 50%정도밖에 채우지 않은 최 회장의 가석방엔 무리가 따른다.
지난 7월, 재벌 총수들이 이사회 위임을 받는 형식으로 모든 임원들의 연봉을 사실상 결정한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사진출처-KBS 뉴스영상 캡쳐)
게다가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리턴’ 파문으로 재벌들에 대한 여론의 눈초리가 굉장히 따가운 만큼, 최 회장이 이번에 가석방 대상에 오를 경우 박근혜 정부로선 여론의 질타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또한 겉으론 ‘경제민주화’를 외치면서 ‘재벌보호화’에만 매진했다는 비난도 예상된다. 사실 과거 IMF같은 경제위기도 재벌의 무능한 문어발식 경영,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투자, 부정부패, 배임횡령 등에서 비롯됐다.
또한 24일 <JTBC>에 따르면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재벌총수 가석방에 찬성하는 여론은 불과 22%에 불과해, 반대 입장 58.1%의 3분의 1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새누리당 지지자중에서도 가석방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42%로, 찬성보다 6%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재벌들이 현재 경제를 살리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여론이 지배적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