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팩트9뉴스】 기획취재-종교세, 개신교 눈치보다 또 물건너가다
진행 : 정운현 보도국장 겸 앵커
정운현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말이 있죠. 소득이 생기면 누구나 국가에 응당한 세금을 내야 합니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납세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최근 종교인 소득세 과세 문제가 다시 논란인데요, 수년째 논의만 해오다 올해도 매듭을 짓지 못할 모양입니다. 불교와 천주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찬성 입장을 보인 반면 기독교계 일각의 반대로 관련법 개정이 좌절됐기 때문입니다. 종교인이 소득세를 내지 않는 나라는 한국뿐입니다. 한 자료에 따르면, 교회의 수입은 연간 17조에 달하는데요, 이 가운데 불우한 이웃에게 쓰는 금액은 4%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교회 증축이나 부동산 구입 등에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기획취재에서는 최근 다시 불거진 종교세 문제를 다룹니다.
이 시간은 양아라 기자와 함께 합니다. 양 기자, 어서 오세요.
양아라
네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두 명중 한명은 종교를 가지고 있습니다. 종교는 오래전부터 우리 마음 속 깊숙이 자리 잡았습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종교인 과세에 국민들의 70%가 찬성 하고, 13.5%가 반대의 의견을 보였습니다.
▶ 여론조사 그래프
우선 먼저 종교세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 시민 인터뷰
정운현
시민들의 인터뷰나 여론은 종교세에 크게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종교세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는데요. 다양한 종교가 있는 만큼 종교세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양아라
종교세 문제는 1968년 당시 이낙선 국세청장이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11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종교계 대표들과의 간담회까지 무려 46년 동안이나 합의을 이끌어 내지 못했습니다.
정운현
종교세를 두고 참 긴 세월동안 논의가 이루어졌군요. 그렇다면 번번이 종교세 입법을 이끌어내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양아라
종교세 논의 초기에는 종교인의 일은 ‘노동’이 아닌 자발적인 ‘봉사‘로 ’근로소득세‘로 징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대가 있었습니다. 영리목적이 아닌 자발적으로 종교적 활동을 실천하는 목사와 신부, 승려를 근로자로 보는 것이 종교계의 강한 거부감을 일으킨 겁니다. 또한 종교와 국가는 분리 되어야 함에도 종교가 정부에 세금을 내면, 종교가 정부에 예속되어 종교적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정운현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있었죠?
양아라
2013년 11월 국회에 제출한 소득세법 시행령은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 소득’에 포함하여 과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타 소득 중에서도 80%부분은 필요 경비로 인정해주고, 나머지 소득에 대해 주민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하였습니다. 구체적인 기타 소득 범위는 종교 예식과 의식을 진행, 관장하는 종교 관련 종사자 활동에 대한 소속된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금품에 대해서 과세하는 것을 말합니다.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기존의 안보다 뒤로 물러난 방안이기도 합니다.
정운현
국회도 종교계의 종교세 반발을 의식하는 건가요?
양아라
그렇습니다. 선거철 표를 의식해 종교세에 대한 주도권을 잡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종교계를 의식해 종교세의 ‘원천 징수’ 조항을 삭제하고, ‘자진신고, 납부’로 한하는 수정안이 마련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종교인에게 근로장려세제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정운현
종교세의 입법 문제와 관련해서 국회의원과 인터뷰를 했습니까?
양아라
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강석훈 위원장과 박원석 위원과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종교세의 국회통과가 어렵게 되자, 의원들도 종교세와 관련한 말을 꺼렸습니다. 법률이 아닌, 소득세법 시행령이 내년 1월에 발효 된다 해도 사실상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일부 기독교 단체들의 항의를 받고 싶지 않아하는 눈치였습니다. 또한 기획재정부 국회의원들은 종교세 찬성을 섣불리 할 수 없습니다. 2014년 2월에는 일부 개신교 단체에서는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국회의원과 정당에게는 낙선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의 메세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종교세의 문제는 또 다시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정운현
앞서 11월 24일 국회에서 종교세와 관련해서 종교계 간담회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양아라
네. 당시 그 자리에 참석했던 분과 인터뷰를 나눴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기독교장로교총연합회 회장 박종언 목사의 인터뷰를 들어보시죠.
▶한국기독교장로교총연합회 회장 박종언 목사
정운현
간담회를 통해 3개의 종교가 자발적으로 소득세를 납부하기로 했다. 이런 겁니까?
양아라
종교세 논란이 붉어질 때마다 자발적인 소득세 납부에 대해서는 종교계의 큰 이견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종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종교세를 법제화 할 경우는 반대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정운현
그렇다면 종교세를 납부해야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양아라
아시다시피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 최상위법인 헌법 38조의 내용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지켜야 할 4대 의무 중 하나죠. 그동안 일부 종교들은 몸집을 부풀리기 위해 영리를 목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회 세습과 각종 비리에 연루된 곳도 있었습니다. 종교세는 공익뿐만 아니라 교회의 내부를 개혁하는 일이 될 수 도 있습니다. 종교세의 찬성을 줄곧 말해온 손봉호 교수의 인터뷰를 들어보겠습니다.
▶손봉호 교수 인터뷰
정운현
반대의 입장에서는 종교는 경제활동과는 다른 영적 활동이라는 특수성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또한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 “이미 세금을 내고 있는 신도들의 헌금이나 시주 돈을 다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이중과세다.” 라는 주장도 있다면서요?
양아라
네 맞습니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분을 세금으로 거둬들일지에 관한 부분에는 논란이 많습니다. 이는 지속적으로 사회가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운현
그렇다면 종교세를 거둘 경우, 조세 확보 차원에서는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입니까?
양아라
30%의 대형교회는 종교세를 낼 수 있겠지만, 신도수가 30명이 채 안 넘는 70%의 작은 교회들은 재정적으로 자립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기도 합니다. 큰 교회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목회자들은 저소득자로 면제 대상입니다. 종교세를 두고 종교별 입장이 조금씩 다른데요. 1994년부터 천주교의 대부분의 교구에서 소득세를 내고 있습니다. 기독교에서도 사람들에게 교회 재정 공개와 세금을 납부하는 교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운현
종교인들 중에서 종교세를 찬성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양아라
종교계가 가진 ‘재산’을 종교세를 통해서 투명한 재정 관리와 신도들이 내는 헌금이나 시주금의 사용내역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교회의 자금이 탈세와 비리에 연루되지 않고, 종교의 목적이 변질되지 않도록 개혁의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하였습니다. 자발적으로 교회의 소득세를 내고 있는 더함공동체 이진호 목사 전화 인터뷰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 더함공동체 이진호 목사전화인터뷰
정운현
‘종교인이라 해도 국민의 한명이다.’ 납세도 신성한 의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떻게 종교세를 운영하고 있습니까?
양아라
사실 경제협력개발 기구 회원국 가운데 종교인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독일의 경우에는 종교의 공적 성격이 강합니다. 강한 교회개혁을 통해서 지금까지 종교의 사유화가 아닌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성직자들은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는 준공무원 해당합니다. 교인들은 연 소득세의 8~9%를 종교세로 납부하고 있습니다. 성직자의 급여를 이 종교세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정운현
합법적 종교신자와 불법적 종교신자로 나누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겠네요?
양아라
그렇습니다. 독일인은 정부에 신자등록을 합니다. 정부가 이를 종교기관에 전달합니다. 신분증에 종교인을 표시하여 줍니다. 종교세를 내지 않는 신자는 교회가 제공하는 세례와 결혼, 장례 서비스도 받을 수 없습니다. 교회 산하 기관인 학교나 병원에서도 직원으로 일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연방세와 주세, 사회 보장세와 의료보험세를 내고 있습니다. 일본과 캐나다는 개인 과세 제도를 동일하게 적용해서 소득세를 내고 있습니다. 종교가 사회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정운현
종교세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새로운 종교 개혁으로 자리 잡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눈에 보이는 성전보다 보이지 않는 성전을 쌓아올리는 종교 성숙의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양아라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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